최순실 재단 통해 강탈하려 했던 정부 예산 1조 4천억

[서평]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등 공저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그저 허황된 거짓말이자 근거없는 루머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최순실의 인사 개입도 추천만 받았을 뿐 제한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연설문 작성도 그저 홍보적 관점에서 도움을 받았을 뿐이란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한 것은 과연 홍보적 관점의 문구 수정에 불과했을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최근 ‘최순실과 예산도둑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문위원과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한 자타공인 예산전문가다. 이 책에서 정 소장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통해 '최순실 일당'의 예산 빼먹기 구조를 분석했다. 정 소장은 각 부처의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얼마나 ‘VIP’라는 단어가 포함돼있는지를 분석했다. 예상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주로 언급됐던 국가 사업이 포진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과 미래창조과학부 예산안에 각각 VIP라는 단어가 87번, 90번 씩 언급됐다. 여성가족부 예산안에는 2번, 통일부는 3회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두 부처 사업에 유달리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증거다. 사업설명자료는 각 정부부처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자기 부처의 예산을 따내기 위해 만든 자료다. 그래서 만약 대통령이 자기 부처 사업을 언급하면 이를 사업설명자료에 꼭 표시하게 된다. 해당 예산이 대통령의 관심사안이라면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한 두 마디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문체부 등 관련사업에 더 많은 국가 예산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결국 연설문 작성에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최순실은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읽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관련된 예산 사업을 국무회의에서, 업무보고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최순실 일당'과 관련 없는 사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통해 언급된 관련 사안은 예산서에 ‘VIP’라는 단어가 붙는다. 이런 예산들은 기획재정부의 깐깐한 검토도 쉽게 통과해 국가 예산으로 편성된다. 최순실의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수정은, ‘최순실 일당’이 자신의 측근이 포진해있는 관계 부처 예산을 자신과 관련된 기관과 회사 등에 끌고 올 수 있었던 일종의 파이프라인의 기반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사례로 들자. 문체부 예산 중 최순실 일당과 관련 있는 예산은 문화와 체육 분야다. 문화 분야 예산은 차은택 감독을 중심으로, 체육 분야는 김종 전 차관을 중심으로 예산을 확보한다. 문화예산에서는 대표적으로 차은택의 지인인 송성각 원장이 취임한 이후 콘텐츠진흥원으로 흘러들어간 예산이 잡힌다. 정 소장은 차은택의 ‘문화 융복합 작전’과 관련해 편성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8863억원이라고 잡았다. 체육계 예산을 좌우하기 시작한 것을 김종 전 차관이 문체부로 들어온 이후로 보면, 정 소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정부예산안까지 체육계 최순실 예산은 총 3332억원이다. 규모는 문화분야 예산보다 작지만 언론에서 비교적 주목을 덜 받은 덕분인지 체육 분야의 예산은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지금도 거의 깎이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정 소장의 분석이다. 국가 예산을 각 부처 예산으로 돌려놓은 뒤 최순실 일당은 해당 사업 예산이 자신들이 만든 회사와 단체 등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했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시설이나 센터 설치 등의 초기 인프라를 구축한 뒤 해당 사업의 운영권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이 가져간다. 관련 법과 제도를 모두 유리하게 바꿔 사업 운영에 들어가는 모든 돈을 정부 예산이나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미르재단의 역할은 이렇다. 유난히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자리에서 신산업, 미래와 창조, 융복합, 한류, 문화 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사업에 예산이 집중 편성된다. 문화 산업에 활력을 넣는 역할을 맡은 (최순실 게이트 관계자가 원장으로 취임했던) 콘텐츠진흥원 등 산하 기관으로 관련 예산이 내려간다. 해당 사업 진행 용역도 입맛에 맞는 기획사에 돌아간다. 이 사업예산은 향후에도 미르재단과 차은택 관련 회사들을 거쳐 결국 '최순실 일당'의 주머니로 돌아가게 되는 구조다. K스포츠재단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예산에서 주로 예산 허브 역할을 맡은 콘텐츠진흥원의 역할을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다. 문화 분야에서 창조와 융복합 등의 키워드가 사용됐다면 K스포츠재단에서는 ‘스포츠 산업 육성’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문체부의 예산을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받아 관련 사업에 사용한다. 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일당'이 관련된 기관이 이 예산을 ‘접수’한다. 정 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해 2015년부터 2017년 예산안까지 '최순실 일당'이 가져가려고 했던 예산을 1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은 그저 멱살을 잡히고 협박을 받은 것 뿐일까. '최순실 일당'은 재단을 국가예산을 끌어올 파이프라인으로 만들었는데, 이 재단을 만들게 된 기반을 기업 출연금으로 마련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 찬성을 주장한 국민연금 덕분에 재벌3세 한 명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얻게됐다. SK는 미르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는데, 최태원 회장이 2015년 광복절 사면을 받은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최순실 일당'이 국가와 기업, 기관 등을 통해 이득을 챙긴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대한승마협회는 정유라만을 위한 승마공주만들기에 앞장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개입하고 행사를 대행하는 회사를 자신과 관련된 곳을 선정해 실행했다. 셀수 없이 많은 국가 예산을 관련 인물과 재단, 회사로 끌고 들어온 정황들이 언론 보도들을 통해 보도된 ‘최순실 게이트’다. '최순실 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인사개입과 연설문 수정 등을 하며 이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예산 파이프라인을 건설했고, 지금도 유효하다. 이들은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세금은 어떻게 되는 걸까.

놀라운 것은 몇 사람의 국정농단을 막을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사실이다. 국정농단을 자행한 후에도 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내놓는 그들의 발언도 놀랍지만, 사실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할 장치가 국가 전반에 부재하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예산 관리 시스템도 허술하다. 저자는 "21세기에 여전히 70년대 정부주도 개발연대식 예산이 곳곳에 보인다"고 표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홍보적 관점의 연설문 수정에 불과하다고 내놓은 말은 이처럼 국민의 세금을 쉽게 누군가가 좌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놀라운 의미가 숨어있다. 지금도 또다른 예산도둑, 제2의 최순실이 나올 수 있는 이런 구조는 그대로 남아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박근혜 정부가 사라져도 그들이 만든 예산은 살아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 이유다. 2017년 01월 27일(금) 차현아 기자 chacha@mediatoday.co.kr http://m.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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