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7가지 암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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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이 13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당했다. ▲그의 죽음과 관련해 ‘북한이 고용한 동남아 암살단이 저지른 소행’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암살은 종종 격동의 역사로 이어진다. ▲국가 간 전쟁이나 종족간의 대량 학살로 번지기도 하고, 민주화의 봇물을 터뜨리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황세자 부부 피살사건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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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고리 라스푸틴/ 비선실세 사이비 교주… 독극물 먹고도 죽지 않아


덴마크 영자신문 ‘더 로컬’은 1월 30일 정유라를 가리켜 “한국 라스푸틴의 딸”이라고 표현했다. 최순실을 한국의 라스푸틴에 비유한 셈. 이 신문이 언급한 그리고리 라스푸틴은 17세기 러시아 왕조의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휘두른 사이비 교주다.


라스푸틴은 시베리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1904년에 고향을 떠난 그는 ‘편신교(鞭身敎)’라는 종교에 빠지게 된다. ‘러시아의 현대 종교 생활(Современная религиозная жизнь России)’이란 책에 따르면, 편신교는 신비주의적이고 종말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신도들은 최면술을 연습한다고 알려져 있다.


라스푸틴은 편신교를 바탕으로 농민들에게 영적 치료능력을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유명세는 왕실에까지 알려졌다. 당시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아들은 쇼크 증상을 앓고 있었는데, 라스푸틴이 이를 고쳐주면서 황제의 비선실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총애를 얻게 된 그는 급기야 황후와 염문을 뿌리면서, 러시아 황실의 권위를 추락시켰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정치적 혼란까지 겹쳤다.


위기가 계속되자 라스푸틴에 반대하는 세력이 암살을 시도했다. 암살단은 처음에 라스푸틴에게 독극물을 먹였다. 하지만 죽기는커녕 오히려 춤을 췄다고 한다. 그러자 암살단은 그를 둔기로 때리고 총을 쏜 다음 강물에 빠뜨렸다.


나중에 밝혀진 그의 사인은 독살도, 총살도 아닌 ‘익사’였다고 한다. 이때가 1916년 12월 31일이다. 이듬해인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굶주림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혁명을 일으켰다. 그 결과 니콜라이 2세는 폐위됐고 러시아 제국은 멸망했다.




2. 아사누마 이네지로/ 일본 좌익 지도자… 피살 장면 전국에 생중계


아사누마 이네지로(浅沼稲次郎)는 일본의 좌익 정치인이다. 와세다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사회주의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을 목표로 여러 좌파 정당에서 직책을 맡았다. 1959년에는 중국을 방문해 “일본과 중국에게는 미국이 공동의 적”이라고 발언했다. 이듬해인 1960년에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사회당의 당수 자리에 올랐다.


1960년 10월 12일 도쿄에서 민주사회당, 자유민주당, 일본사회당 등 3당의 당수가 모여 연설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사누마는 연설을 끝내지 못했다. 한 남성이 갑자기 튀어나와 그의 허리 깊숙이 식칼을 꽂아버린 것이다. 이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아사누마는 심각한 자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그를 공격한 남성은 극우 성향의 ‘야마구치 오토야’란 청년이었다. 당시 나이는 17세. 야마구치는 소년원에서 ‘천황폐하만세’란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자살했다.


아사누마의 죽음 이후 일본 사회에서 이데올로기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살해범 야마구치는 우익 단체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좌익 단체로부터는 경멸의 대상이 됐다. 일보 정부는 야마구치가 식칼을 무기로 사용한 것을 계기로, 어린이들이 뾰족한 쇠붙이를 만지지 못하게 하자는 ‘날붙이 추방 운동’을 실시했다.


3. 오사마 빈 라덴/ 9.11 테러 배후자… 미군 특수부대가 40분 만에 사살


블랙호크 헬기 한 대가 어둠을 뚫고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상공에 나타났다. 미군의 특수부대 네이비씰 대원들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땅으로 내려왔다. 또 다른 헬기 한 대는 군견과 조련사, 통역사, 네이비씰 대원 등을 싣고 땅에 착륙했다. 2011년 5월 2일 새벽 1시(파키스탄 현지시각), 미국 정부의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Operation Geronimo)’은 그렇게 시작됐다.


20여명의 네이비씰 대원들은 일제히 빈 라덴의 고급 저택을 급습했다. 이들은 약 40분 만에 빈 라덴을 포함, 남성 4명과 여성 1명을 사살했다. 미군 측 사망자는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빈 라덴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집단인 알카에다의 지도자다. 1999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숨어 지내면서 미국을 상대로 테러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의 배후자로 지목됐다. 사건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무차별 응징을 가했다.


빈 라덴의 사망이 확인되자, 알카에다는 2011년 5월 6일 성명을 통해 “미국인들의 피가 그들의 눈물과 섞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도 미국을 향한 알카에다의 위협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가운데 한명인 카심 알 라이미는 올해 2월 4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백악관의 새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라이미는 조직원들에게 “그들(미국)의 땅을 불태워 악마의 속삭임을 듣게 하라”고 명령했다.




4. 피델 카스트로/ 638번의 암살 시도에도 살아남은 쿠바 지도자


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는 가히 미국의 핵심 타깃이었다. 영국의 공영방송 ‘채널4’는 2006년 다큐멘터리를 통해 “카스트로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638번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때 카스트로는 “만약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는 올림픽이 있다면, 나는 금메달을 땄을 것”이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1959년 쿠바에서 친미정권을 몰아내고 공산화를 이루면서 미국의 눈 밖에 났다. 그는 1961년에 미국과 국교를 단절한 뒤 소련의 중거리 미사일을 들여오려고 했다. 미국에 우호적인 언론 보도를 막기도 했다.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몽구스 작전(Operation Mongoose)’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카스트로 암살 계획이 포함돼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암살 시도 자체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1975년 미국 상원 특별위원회에서 ‘1960~1965년 CIA가 8차례 카스트로에 대한 암살 공작을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암살 수법은 다양했다. CIA는 1963년 밀크셰이크에 독약을 타서 카스트로에게 먹이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밀크셰이크가 녹으면서 독약의 약효가 떨어져 실패했다. 시가에 폭탄을 장착하거나 독극물을 묻혀 건넨다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카스트로가 1985년 담배를 끊으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에 김정남의 암살 수단으로 거론된 것 중에는 독약이 묻은 천, 독펜, 스프레이 등이 있다. 이들 도구는 모두 카스트로의 암살 계획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카스트로에게는 미인계도 시도됐다. CIA는 카스트로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그의 전 여자친구 마리타 로렌츠에게 접촉했다.


로렌츠는 CIA로부터 “화장품 통에 독약을 넣어 카스트로를 살해하라”란 지령을 받고 그의 호텔방을 찾았다. 하지만 암살계획이 들통나버렸다. 그러자 카스트로는 오히려 “나를 죽여달라”며 자신의 총을 로렌츠에게 건네는 대범함을 보였다. 로렌츠는 “차마 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수백번의 암살 고비를 넘겼던 카스트로는 지난해 11월 25일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환으로 추정되고 있다.

5. 베나지르 부토/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 유세 도중 암살돼


‘이슬람 국가 최초의 여성 지도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군부독재 저항의 상징’.


파키스탄의 전 총리 베나지르 부토에 대한 수식어들이다. 부토는 1970년대에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유학을 했다. 유학을 마치고 고국 파키스탄으로 돌아왔을 때, 육군참모총장 모하마드 지아 울 하크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당시 총리였던 부토의 아버지는 처형됐다. 부토가 반정부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군부정권은 총리의 딸인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감옥에 가두기도 했고 가택연금도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토는 거리로 나와, 전국 유세를 펼치며 군부에 맞섰다. 1988년에 독재자 하크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부토는 총리에 당선됐다. 여성이 총리가 된 것은 파키스탄은 물론 이슬람 국가를 통틀어 최초였다.


그러나 부토는 측근의 부패 문제 등으로 20개월 만에 총리 자리에서 쫓겨났다. 5년 뒤인 1993년에 다시 총리가 됐지만, 3년 만에 남편의 부패로 또 다시 물러나야 했다. 1999년에는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페르베즈 무샤라프가 쿠데타를 일으켜 또다시 군부정권을 세웠다.


부토는 반정부운동을 주도하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2007년 12월 27일, 세 번째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하다가 총을 맞고 사망했다. 범인은 폭탄을 터뜨려 자살했다.


이후 군부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부토 암살의 배후로는 군부의 리더 무샤라프와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지목됐다. 무샤라프는 2013년 반역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6. 쥐베날 하브자리마나/ 르완다 독재자… 비행기 격추돼 즉사


80만명. 1994년 4월부터 석 달 동안 르완다에서 숨졌다고 알려진 사람들의 숫자다. 르완다의 초대형 학살(Genocide in Rwanda)은 쥐베날 하브자리마나 전 대통령 암살에서 비롯됐다.


쥐베날은 1973년부터 1994년까지 20년 넘게 르완다를 통치했다. 그는 르완다의 한 부족인 후투족 출신으로, 다른 부족인 투치족을 탄압해왔다. 이 두 부족의 갈등은 벨기에가 르완다를 식민 통치하던 1916년부터 이어져왔다.


핍박받던 투치족은 1990년 들어 반격의 기회를 갖게 됐다. 변방에서 힘을 기른 투치족 게릴라가 정부군을 차례로 무찌르며 수도까지 접근한 것이다. 그러던 1994년 4월 6일 사건이 터졌다. 쥐베날이 탄 귀국행 비행기가 격추돼 탑승자가 전원 사망한 것.


학살은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은 투치족은 물론 후투족 온건파까지 닥치는 대로 죽였다. 그들은 큰 칼로 난도질하거나 곤봉을 휘둘러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대혼란은 1994년 7월 투치족 반군인 ‘르완다 애국전선(RPF)’이 수도를 장악할 때까지 계속됐다.


쥐베날 암살을 누가 기도했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다. 후투족 극단주의 세력은 “르완다 애국전선 지도자 폴 카가메가 비행기 격추를 명령했다”고 주장하고, 투치족 측은 “쥐베날 정권의 민병대가 투치족을 탄압하려고 음모를 꾸몄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르완다 대통령은 르완다 애국전선 지도자였던 폴 카가메다.


7. 베니그노 아키노 주니어/ 필리핀 민주화 지도자… 공항에서 총 맞아


1983년 8월, 필리핀 마닐라 거리에 2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필리핀의 정치인 베니그노 아키노 주니어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아키노 주니어는 1967년에 34세의 나이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당시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전권을 휘두르던 시기였다. 마르코스는 국민의 신망을 받던 아키노 주니어를 자신의 정적으로 간주했다. 결국 마르코스는 “아키노 주니어가 공산주의 세력과 손잡고 정부를 전복하려 한다”는 음모를 꾸며 그를 투옥시켰다. 아키노는 그후 7년 7개월 동안 감옥에 갇혀야 했다.


출소한 아키노 주니어는 1980년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마르코스의 독재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다가 3년 뒤, 귀국길에 올랐다. 1983년 8월 21일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괴한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듬해 중립조사위원회는 “군 참모총장이 아키노 주니어의 암살을 주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를 믿는 필리핀 국민은 거의 없었다. 진짜 배후는 마르코스라고 여긴 것이다. 대규모 반정부 운동이 이어졌다. 마르코스는 국민들의 지탄에 밀려 하와이로 탈출, 거기서 사망했다. 이후 아키노 주니어의 부인 코라손 아키노가 198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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