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사교육 시장의 ‘창조적 파괴’를 꿈꾸는 남자

‘벤처 심장’ 실리콘밸리에서 돌아온 장영준 ‘뤼이드’ 대표 인터뷰


넷플릭스·버즈피드·아마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빅데이터’를 주 무기로 쓰는 회사란 점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는 가입자의 영상감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을 제작해 대성공을 거뒀고,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역시 빅데이터 분석 기술 덕분에 경쟁자들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의미하는 빅데이터는 무한한 활용 가능성과 잠재력 때문에 ‘21세기 석유’로도 불린다. 전자상거래나 검색포털, 미디어 등에서 주로 사용돼왔지만 최근엔 활용 범위가 의료·금융·스포츠 등 산업 전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사용자에게 맞춤형 토익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 ‘산타토익’ 역시 빅데이터를 교육 분야에 적용한 사례다. 이 산타토익의 개발업체 ‘뤼이드’(Riiid!)는 미 실리콘밸리 출신 창업가 장영준(만 31세·사진) 대표가 지난 2014년 공동창업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학습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기술을 무기로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을 ‘창조적 파괴’하겠다고 하는 장 대표를 서울 역삼동 뤼이드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


산타토익은 사용자의 오답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이용자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추천해주는 토익학습 앱으로, 지난해 1월 공식 런칭했다. 사용자가 앱을 통해 일정량 이상 문제를 풀면 자주 틀리는 유형·모르는 단어 등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실력에 맞는 새로운 문제들을 제시해주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학습 데이터만 있으면 학습자가 어떤 문제를, 어떤 보기를 선택해 틀릴지까지 알아낼 수 있다”며 “미국 유학 시절 접한 빅데이터에 큰 매력을 느껴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는 19세기의 석탄이나 20세기의 석유처럼 21세기 ‘스마트 혁명’ 시기의 주요 원천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빅데이터 관련 시장은 2015년 1,220억달러(약 140조원)에서 2019년 1,870억달러(약 215조원) 규모로 연평균 5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미래 산업’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모바일 이후 시대를 이끌 산업이 무엇인지 궁금했죠. 당시 현지에서 많이 이야기하던 게 빅데이터였고, 이 분야가 곧 ‘핫’해질 것이란 생각에 여기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뤼이드처럼 교육 분야에 신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는 빅데이터 기술의 적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는 산업이다. 지난 2015년 글로벌 에듀테크 분야에 몰린 투자금만 해도 총 29억8,4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 2011년 6억4,000만달러(약 7,500억원)의 다섯 배에 달했다. 장 대표는 “향후 확장성을 고려해 성장 잠재력이 큰 에듀테크 시장에 도전하게 됐다”며 “국내 사교육 시장의 비효율성을 기술로 해결해보고 싶은 욕심도 창업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교육 시장엔 ‘찌꺼기’처럼 쌓여있는 비효율성이 정말 많아요. 사실 어떤 업체가 만들든 콘텐츠 퀄리티는 비슷해요. 그러다 보니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스타 강사 영입이나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고 있고 그 비용은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상황이죠. 시험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공포 마케팅’을 하는 곳도 많고요. 결국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얻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셈인데, 저는 기술을 활용한다면 질 좋은 콘텐츠를 가격 거품 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뤼이드가 제공하는 산타토익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뤼이드의 주 무기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기계 학습)’과 ‘데이터 마이닝(정보 추출)’ 기술. 축적된 학습 데이터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시스템이 사용자의 학습패턴을 스스로 배워 작동하도록 하고, 데이터 마이닝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뽑아내 새로운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안철수연구소 출신 허재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노민성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공동창업자로 영입했다. 장 대표는 “현재 무료로 서비스 중인 토익 분야는 일종의 ‘테스트베드(실험 무대)’고, 장기적으론 모든 객관식 시험 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향후 서비스가 유료화가 되더라도 강사 인건비나 시설비가 없기 때문에 타 업체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뤼이드에 대한 업계 평가는 긍정적이다. 창업 첫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SK플래닛·‘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고, 이후 중소기업청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TIPS) 선정·미래창조과학부 주관 ‘K-GLOBAL DB-Stars’ 최우수상 수상 등의 성과를 올렸다. 중국 유명 벤처캐피털의 인수·합병(M&A)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부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산학협력 계약을 체결해 문제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 중인데, 그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신경정보처리시스템’ 최신호에 등재되기도 했다.


(뤼이드와 산학협력 계약을 체결한 서창호 카이스트 교수팀 [자료제공= 뤼이드])


지난 3년여간 뤼이드가 차분히 성장의 길을 밟아올 수 있었던 데엔 장 대표의 미 실리콘밸리 경험이 큰 몫을 차지했다. 지난 2012년 스타트업의 산실인 미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를 공동창업했는데, 이때 얻은 경영 교훈이 두 번째 창업의 자산이 된 것. 장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확실하게 배웠던 건 ‘서류를 정확히 하라는 것’이었다”며 “지금 공동창업자들과 시너지를 내며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도 사업 초기 지분과 역할을 확실히 정해둔 덕분”이라고 전했다.


https://youtu.be/8Ov1oDDdpnc


“저를 제외한 공동창업자들은 창업에 관련된 협약이나 서류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분들이었어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면서 대충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다 나중에 산으로 가는 경우를 미국에서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법인 구조나 지분, 각자의 역할과 책임 등에 대해 서류로 정리하고 증빙 자료 챙기고 하면서 확실하게 진행했어요. 그렇게 하는 편이 오히려 스트레스도 덜 받고 공동창업자 관계를 좋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장 대표는 “한국에선 공동창업자 간에 관계가 서먹해질까 봐 계약서 등의 서류를 미비하는 경우가 많아 깜짝 놀랐다”며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밝혀야 남의 욕망을 들을 때도 편하고 그래야 나중에 후회할 일도 덜 생긴다”고 조언했다. 


기술의 힘으로 국내 사교육 시장의 가격 ‘찌꺼기’를 제거하고 싶다는 장 대표. ‘제거하다’란 뜻의 영단어 ‘rid’에서 영감을 받아 사명을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뤼이드도 결국은 사교육 시장에서 돈을 벌려는 건 맞아요. 저희가 사회 공헌을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뤼이드가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큰돈 안 들이고 꼭 필요한 문제만 풀게 하면서 사교육 시장에 만연해있는 가격 왜곡과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거죠. 저희가 가진 기술로 한국 사교육 시장을 ‘창조적 파괴’하는 게 지금 제가 가진 ‘욕망’이에요.”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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