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나는 그의 살인이 실패할까 두려워했다. 이것은 일종의 고해성사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24명의 어린 소녀의 향기를 빼앗기 위해 그녀들을 살해하고, 마지막으로 최종 살인을 완성하기 직전에 이르렀을 때, 나는 그 살인이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한줄한줄을 읽어내려갔다.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악당에게 쫓기는 연약한 여주인공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그 여주인공의 안전을 기원하며 조마조마해하는 그 심정과, 그루누이의 살인이 들키지 말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그 심정은 놀랍게도 똑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싶었는지, 왜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난 뒤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 왜 마지막 선택은 그러해야 했는지 등등. 이것은 살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향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모든 훌륭한 소설들이 그러하듯 그 모든 것에 앞서는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다. 또 하나의 재미라면, 이 소설이 독일인 작가가 독일어로 쓴 프랑스 향수 제조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국인 작가가 한국어로 쓴 일본 라면 명인의 이야기라거나, 중국 공예인의 이야기 같은 것도 한국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지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누구도 그런 소설을 쓰고 있지 않을 뿐. 우리는 아마 지금쯤이면 삼국지를 벗어날 때도 된 것이 아닐까. p.s. 향수는 영화화 되기도 했다. 영화를 소개한 추천 블로그를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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