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생들의 <가상 방학 장례식>

개강을 맞이하는 전국의 방학이들. 하나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4학년을 앞둔 방학이가 사망한 이유는?

억지로 밀어넣은 단어가 목에 걸려, 호흡곤란을 일으켰기 때문!억지로 밀어넣은 단어가 목에 걸려, 호흡곤란을 일으켰기 때문!


영어와 담을 쌓고 살다가 토익 공부를 시작한 방학이. 방학이는 학원에 다니며 하루에 토익 단어를 120개씩 암기해 단어장을 세 번 돌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밀려드는 LC, RC 그리고 귀찮음에 단어 암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에 외워야 할 단어의 양이 늘어갔습니다! 시험이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방학이는 하루에 1000개의 토익 단어를 외워야만 했습니다. 결국, 너무 많은 토익 단어를 씹어먹다가 기도가 막혀 방학이 사망.


오버워치 즐겜러 방학이가 사망한 이유는?


방학이는 친구들과 만날 때만 오버워치를 즐기던 즐겜러 였습니다. 그런데 설날을 맞아 오버워치가 50% 할인에 들어갔습니다. 전에 없던 파격적인 세일에 눈이 뒤집힌 방학이는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버워치를 구입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학이는 컴퓨터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방학이가 오버워치를 구매한 그날, 설날 한정판 스킨이 출시되었는데요. 평소 디바 장인임을 자처했던 방학이는 디바 꽃가마 스킨의 출시에 과도하게 게임을 이용한 것! 이에 방학이는 방학 두 달을 모두 오버워치로 날립니다. 평소 화물을 밀지 않는 팀원 때문에 혈압이 높아져 있던 방학이는 시간을 날렸다는 허망함에 쇼크로 사망.


계절학기를 끝마친 방학이가 사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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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학기 종강 기념 술자리를 가진 방학이. 다음 날, 친구들과 해장술을 마셨는데요. 다음주에는 동아리 방중 모임에서 동기, 후배들과 맥주를 한잔했습니다. 다음 날엔 여자친구가 생긴 친구를 축하하는 술자리를 가졌고, 또 그다음 날에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친구를 위로하는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시험 잘 본 친구를 위해 한잔, 시험 망한 친구 를 위해 한잔, 화장실 다녀온 친구를 위해 한잔….


방학이는 이후에도 갖가지 기발한 핑계를 대며 술독에 빠진 듯 방탕한 생활을 즐겼습니다. 결국, 방학이는 방학 내내 술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사망.


텔레비전을 보던 방학이가 사망한 이유는?

아이돌 B모 군의 상습적인 심장폭행 때문!아이돌 B모 군의 상습적인 심장폭행 때문!


겨울 내내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던 방학이. 그가 유일하게 하는 운동은 숨쉬기와 리모컨 채널 돌리기였는데요. 잉여 방학이의 시선을 강탈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음악 방송의 아이돌 컴백 무대! ‘조금만 보고 돌려야지’라는 생각도 잠시, 점점 화면에 빠져드는 방학이. 리모컨을 내려놓은 채 넋 놓고 보기 시작합니다. TV의 그들은 존잘 외모로 1차 심장폭행을, 화려한 퍼포먼스로 2차 심장폭행을 이어갔는데요.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향한 윙크까지….


이렇게 방학이의 심장을 지나치게 폭행한 아이돌 덕분에 덕통사고를 당한 방학이. 가파르게 상승한 혈압과 점점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사망.


전기장판에 누워 있던 방학이가 사망한 이유는?

등이 타는 줄도 모르고 두 달 내내 지지다 사망!등이 타는 줄도 모르고 두 달 내내 지지다 사망!


지난 학기 폭풍 같은 학교생활로 몸이 남아나지 않았던 방학이. 이럴 때일수록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는 엄마를 졸라 1인용 전기장판을 마련했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방학이는 다가올 비극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네이버 유명 웹툰을 정주행하며, 늘 장판 위에 누워 시간을 보낸 방학이.


급기야 이 따뜻함에 중독돼 세상과 단절하고는 집순이로 등극!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장판의 온도를 더 높이고야 맙니다. 바로 이때! 방학이는 이 사실을 망각 하고 습관처럼 빠르게 장판으로 직행해버렸습니다. 결국, 이 고온을 견디지 못한 방학이는 등이 익어 사망.


이 구역의 알바장인 방학이가 사망한 이유는?

카운터에서 바코드만 찍다 편의점 화석이 되어 사망!카운터에서 바코드만 찍다 편의점 화석이 되어 사망!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전선에 뛰어든 방학이. 다년간 쌓아온 편순이 경험을 통해 단숨에 알바 구하기 퀘스트에 성공! 하지만 알바를 구했다는 기쁨도 잠시, 휘몰아치 는 손님들에 의해 방학이는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기 시작하는데요.


그제야 방학이는 깨달았습니다. 이 편의점이 근방에서 바쁘기로 유명한 곳이란 것을! 아침엔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커피 바코드를 찍고, 점심때는 하교하는 초등학생이 구매하는 과자 바코드를, 저녁에는 근처 자취생들 이 구매하는 도시락 바코드를 하루 종일 찍습니다. 이쯤 되면 방학이는 내가 바코드인지, 바코드가 나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에 이르게 되고…. 결국 두 달 동안 계산대에 서 있던 방학이는 그 모습 그대로 바코드 스캐너를 든 채 돌로 굳어 사망.


방학이를 보내는 당신의 자세는?


당신의 방학, 호상이길 바라며…. 이제 방학이에게 어떤 장례를 치러줄 건가요?



방학이를 떠나보내는 4가지 방법

성향 테스트로 보는 내게 꼭 맞는 방학 장례법

매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학 장례법이다. 우리가 어릴 때 방학을 어떻게 저세상으로 보냈는지 생각해보자. 한 손에는 밀린 방학 숙제, 다른 손엔 방학이 탄생 이후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은 (필요 이상으로 꾸민) 계획표가 들려 있다. 뒤를 돌아보니 먹먹하고 앞을 내다보자니 막막하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하나씩 떠올려본다. ‘나의 방학은 왜 망했는가. 계획은 완벽했고, 시간도 많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단 말인가.’ 생각을 이어가며 다 괜찮았고 본인이 문제란 사실을 끝끝내 인지하지 못한 채 버킷리스트를 묻어버렸다.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3년째 같은 계획을 묻었다 발굴하기를 반복한다. 자괴감이란 걸 느끼게 됐지만 바뀌는 건 없다. 방학이를 매장하는 사람들은 “아, 살 빼기로 했었는데…”라든가 “토익 하기로 했었는데…”처럼 염불하듯 작은 소리로 곡한다.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방학계획을 세우지만 거짓말처럼 잊어버린다. 매번 방학을 매장하는 사람들의 계획은 크게 의미가 없다.

화장은 방학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이 곡을 하며 남은 일주일을 하얗게 불태우는 것을 말한다. 예부터 망자의 가는 길에 곡을 크게 하는 것이 예의라 했다. 곡소리가 클수록 슬퍼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겨우내 정들었던 방학이의 마지막 가는 길이다. 크게 곡을 하며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화장장에서는 나도 따라 죽겠다며 “마시고 죽어”라든가, 방학 없는 삶의 불안함을 나타내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신발” 같은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1차 음주 의례가 끝나면 각자의 방식으로 2차를 간다.


곡소리는 이어진다. 오직 노래방에서 자기 차례가 오거나, 클럽에서 최애곡이 나왔을 때만 잠깐 곡을 멈춘다. 이렇게 밤새 불태우고는 점심때쯤 일어난다. 국물 음식을 대충 먹고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기어 나온다. 화장과 해장을 반복하며 남은 방학을 보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금금금금금토일이 지나면 개강이 도래한다. 방학을 화장한 사람들 사이에선 장례를 치르고도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길게는 중간고사가 끝날 때까지 곡소리가 이어진다.

눈을 들어 달력을 보니 2월 20일이다. 일주일 뒤엔 방학이와도 안녕이다. 방학 첫날 계획표대로라면 지금쯤 우리 모두는 사기 캐릭터가 되었어야 했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네 인생은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야심찬 계획은 물거품이 돼버렸고, “이번 생은 망했다”며 자괴감에 찌들어간다. 다행히도 당신은 ‘마음의 평화’ 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지켜지지 못한 계획에 연연하지 않는다. 옛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죽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다.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방학이 일 뿐이다.


자책은 접어두고, 이제 방학이를 자연스럽게 보낼 때다. 풍장의 시작은 먼저 햇살이 잘 드는 벤치나 옥탑방 평상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해묵은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눕힌다. 봄꽃 냄새가 살짝 배어든 바람에, 못 다 완성시킨 방학이를 날려보낸다.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고, 그만하면 됐다. 게임 레벨을 업그레이드 했고, 드라마를 시원하게 정주행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스러져가게 두자. 우리에겐 또다시 새로운 봄이 다가올 테니까.

개강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무조건 방학이를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이는 방학이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믿음을 너무나도 쉽게 버리는 것이다.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방학이의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이냐?”가 아니다. “왜 방학이는 반드시 죽어야 한단 말인가?”로 바꿔야 한다. 때로 중요한 배움은 학교가 아닌 바깥세상에 존재한다. 알바, 여행, 인턴,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 속에서 뒹굴 거리기, 눈알이 빠질 때까지 만화책만 보기. 이것도 모두 귀중한 체험이며, 방학을 누리는 대학생만의 특권일 수도 있다. 이대로 학교 수업만 듣고 학점만 생각하다간 졸업 때 진짜 눈물을 쏙 빼게 될지도 모른다.


학교가 아닌 넓은 세상에서 제대로 된 인생을 배우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방학이의 매장도 화장도 풍장도 아닌, ‘생명연장’이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학교 스케줄에서 자유롭게, 나만의 스케줄을 다시 짜 보자! 방학이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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