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얼음병정 님의 게임 비평과 리뷰를 소개합니다. 냉철한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 리뷰와 비평을 통해 디스이즈게임이 놓칠 수 있었던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담론의 장을 열었으면 합니다.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Intro
<스타크래프트1> 'ASL(AfreecaTV StarLeague)'이 수 주 전 막을 내렸습니다. 택뱅리쌍(스타크래프트 1의 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 게이머를 묶어 이르는 말)의 복귀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성황리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죠. 마치 과거의 영광이 돌아온 것만 같았습니다.
한편 KeSPA(Korea e-Sp orts Association; 한국e스포츠협회)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의 운영을 공식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이에 진에어 그린윙스를 제외한 모든 프로팀이 해체 수순을 밟고 말았죠.
이렇듯 E-Sports (이하 e스포츠) 시장은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로부터 e스포츠 시장이 출범된 이후 <워크래프트3>, <던전 앤 파이터>, <카트라이트>, <아발론>, <스페셜포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철권> 등 많은 e스포츠가 등장했지만 현재 정착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 밖에 없는 듯합니다. 물론 <오버워치>가 새로운 시장으로 정착할 조짐을 보이지만 아직은 그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사실 e스포츠에 도전한 게임들을 열거해보면 이보다 더 많습니다. EA 웨스트우드의 <커맨드 앤 컨커3>, <커맨드 앤 컨커4>나 페트로글리프 게임즈의 <그레이구>도 e스포츠를 겨냥했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 게임계 또한 <스타크래프트>가 성행했을 당시 이를 모방한 게임들이 숱하게 등장했으며, e스포츠에 도전했으나 게임 자체의 인지도 올리지 못하고 사라져간 게임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결정적인 예로 현재 e스포츠 시장을 존재하게 한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다음 e스포츠 게임을 출범시키는 데 수차례 실패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워크래프트3>는 중국 시장을 장악해 e스포츠로서의 유효함을 보여주긴 했지만, <스타크래프트2>의 실패는 이 성공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버워치>의 전망을 밝게 볼 수도 있으나 아직 성공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 의문이 몇 가지 생깁니다.
- 어떤 게임이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인가
- 어떤 게임이 e스포츠에 적합하지 않은가
- e스포츠 시장은 다른 스포츠들처럼 한 게임에 정착할 수 있을까
여기에 앞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봅시다.
- 게임을 보는 것은 왜 재미있을까?
위의 논의를 저의 관점에서 한 번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게임이 e스포츠에 적합한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왜 많은 게임들이 e스포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는지, e스포츠는 안정적인 시장인지 불안정한 시장인지, 지금부터 살펴봅시다.
# 게임을 보는 것은 왜 재미있을까?
e스포츠가 정식으로 등장하기 이전에도 우리는 게임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오락실이나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뒤에서 게임 플레이를 엿보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타인의 게임을 보면서 우리는 여러 방식의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일단 돈이 없어서 당장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태일 경우 타인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만족이 있을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발휘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사람의 플레이를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이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충족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무언가’가 타인의 게임을 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현재 내가 충족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무언가’는 ‘내가 게임을 할 때는 얻지 못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가능성이 '대회'에 존재가치를 부여합니다.
한편 '대회'가 온전히 가치를 가지려면 '경쟁'이 필요합니다. 단 한 명만이 자리할 수 있는 정상과 이를 차지하려는 이들 간의 경쟁이 필요합니다. 그 경쟁을 위해 '명예'와 '상금'을 목표 지점으로 제시합니다. 여기에 '대회'가 충족되려면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경쟁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재미'라는 것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익히 여러 번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해결해봄직한 몰이해'가 그 핵심이라고요. 해결해볼 만하려면 해결해볼 수 있는 도구들, 그러니까 '문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반면 몰이해가 되려면 당장은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죠. 이 두 조합이 장기적으로 재미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몰이해'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몰이해'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변수'의 존재입니다.
'변수'는 구조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추상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구조적인 변수 생성을 추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수 생성에 있어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구조적 변수 생성에 추상적 변수 생성이 결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이 추상 변수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여기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그중 가장 긍정적인 대답은 대상이 되는 '몰이해'가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곤(Agon)'이라고 하는 경쟁구조가 생성됩니다. 경쟁구조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다수의 경쟁자가 쟁탈전을 벌이는 것과 둘 중 하나가 쓰러질 때까지 겨루는 섬멸전이 그것입니다. 아곤은 후자에 속합니다.
* 아곤(Agon); 그리스어로 신성을 향한 선의의 ‘경쟁’을 뜻한다.
'대회'라는 매체는 일차적으로 '아곤'을 통해 변수를 생성하고 이차적으로는 쟁탈을 통한 경쟁을 유도하여 2가지 경쟁구조를 한 번에 추구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수요는 ‘내가 경험해볼 수 없는 경험’을 전달하는 방면으로 관객을 유혹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대회'라고 부르는 것들은 이런 구조를 중심으로 '리그'와 '토너먼트' 등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 e스포츠는 이 '대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여 안정성을 보강한 형태의 '경쟁 시스템'을 롤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축구나 농구 야구 등의 구단 시스템을 수용하고 정기적으로 대회를 개최하여 '1개의 콘텐츠의 정기적 이용'을 장기화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오랜 예전 오락실이나 PC방 뒤에서 남의 게임을 훔쳐보던 그때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내 손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게임이 가진 숨은 재미를 '전문화된 인력'을 통해 전달받고, 이들을 응원하며 애착과 재미를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e스포츠를 꿈꿉니다.
<스타크래프트>는 90년대 PC방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이례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LG 게임 부서가 <스타크래프트>로 이미 쓴맛을 보고 한빛소프트로 판권을 판 이후의 일이었죠. 이미 게임의 수요가 다 되었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스타크래프트>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주며 게임 시장을 장악했고 숱한 대회를 생성했으며 여기에 가능성을 본 투니버스 관계자들이 온게임넷을 개국하고 '전문화'과정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까지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e스포츠 시장에 다른 게임들도 여러도전을 했습니다만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 시장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그러하듯 말이죠.
그렇다면 대체 e스포츠로 성공한 게임들과 그렇지 못한 게임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까요. 생각해보자면 크게 '게임 내적 차이'와 '게임 외적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이 둘을 중심으로 짚어봅시다.
# 어떤 게임이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일까?
앞에 논의한 내용을 검토해보면 한가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검토한 내용부터 열거해보면 ‘게임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니까 ‘보는 데에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로 변용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재미란 '해결 해봄 직한 몰이해'입니다. 우리 실력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게임이 가진 '가능성'과 이를 직면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위의 명제들로 하나의 결과를 도출해봅시다. 보는 것이 재미있어야 하고,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게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재미있을 수 있단 겁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판단컨대 e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모두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란 얘기가 됩니다.
이것은 굉장한 한계입니다. 반복은 이해를 불러오기 때문이죠. 이해는 실증을 유발합니다. 이해 속에서도 몰이해를 계속해서 찾아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 이미 이해가 확정된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재미를 연속시킬 수 없습니다. 더욱이 게임은 구조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그 한계가 더욱 뚜렷합니다.
그리고 위의 논거에는 오류가 하나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미 실증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본 사람들’만이 e스포츠를 즐기는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오히려 e스포츠 경기를 보고 게임을 접한 사람들도 존재하고 이들 중 장기적으로 e스포츠 시장을 즐기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위의 논거들을 종합하면 e스포츠가 문화 콘텐츠로서 장생하려면 한 가지의 가능성이 필요하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e스포츠 경기를 보고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필요하단 겁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전제가 필요합니다. ‘게임을 몰라도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진입장벽’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정말 많습니다만 그래도 크게 분류하자면 '목표 설정'과 '호감도'에 있습니다. 먼저 지금 나오는 경기에서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누가 유리한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지금 선수들이 하는 행동들이 경기의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열거한 순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얼마큼 파악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한 경기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게임의 진입장벽은 시스템의 복잡도에 달렸습니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게임이 단순하면 목표도 쉽게 파악 가능하고 게임의 경과도 쉽게 파악 가능합니다. 게임이 복잡하면 목표도 파악하기 힘들고 게임의 경과도 파악하기 힘듭니다.
축구로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3차 목표는 승리하는 것입니다. 달성조건은 상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는 것이죠. 그렇다면 2차 목표는 상대 골대에 '골'을 넣는 것과 상대에게 골을 허락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며, 이 조건들을 최적화하기 위해 11명이라는 선수의 배치와 역할이 배정됩니다. 이렇게 1차 목표가 생깁니다. 바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제 경기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3차 목표는 바로 즉각적으로 파악됩니다. 이겨야죠. 2차 목표도 쉽게 파악됩니다. 누가 이기고 있는지는 점수를 보면 되고, 어느 팀이 공을 오래 가졌는지를 보면 됩니다. 그러나 1차 목표는 금방 파악하진 못합니다. 이때 3차 목표와 2차 목표가 이해의 기준이 됩니다. 1차 목표는 반복되면서 점차 이해범위로 들어오게 됩니다. 점점 선수들의 움직임과 개인기, 슈팅 능력, 감독의 전술 등이 보이게 되죠.
그러나 '사람'이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어느 팀이 이길지’ ‘어떻게 이길지’는 미지수로 남습니다. 오래 보고 깊게 본 사람일수록 ‘어떻게 이길지’를 알게 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보고 더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이런 구조만 충족된다면 인기를 끌 수 있는 걸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진입장벽의 또 다른 조건인 '호감도'가 있거든요.
'호감'은 정말 많은 요소로 구성되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요소입니다. ‘다수의 유저가 있는가’, ‘타격감이 좋은가’, ‘게임 속도가 빠른가 느린가’, 등 너무 사사로우므로 다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e스포츠의 ‘인터페이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선호하는 이가 있는 반면 기능적으로 충분한 인터페이스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죠. 이런 보편적 성향에 많이 휘둘리는 게 호감입니다.
그렇다면 호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호감은 게임의 복잡도에 따른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의 역할을 합니다.
비록 2차 목표, 1차 목표를 파악하지 못했어도 호감은 그 게임에 남아있고 싶게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호감도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지만, 호감도가 남아있을 동안 2차 목표를, 1차 목표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잡아둔다면 그 이후에는 게임의 시스템과 복잡도가 재미를 대신합니다. 또 이런 이해로부터 오는 재미가 앞서 작용했던 호감을 대체합니다. 시스템에서 오는 재미가 호감이 되는 거죠.
그러므로 호감도는 시스템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당장 어려워 보여 꺼려지는 게임이라도 호감도가 높다면 한 번은 해보고 싶어지게 됩니다. 호감도가 남아 있으면 게임을 반복하게 되고 반복은 이해를 낳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스타크래프트>는 복합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긍정적인 면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호감 요소'는 ‘너도나도 플레이하는 게임’이었단 겁니다. 다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를 가진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중요한 호감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게임 내적인 호감 요소를 찾아봅시다. 우리는 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을 주로 했었습니다. 전쟁을 구현한 게임은 '삼국지'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군의 규모나 전황은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수치로 전달되는 게임이었죠.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으로 전쟁을 표현하고, 아케이드 게임 못지않은 빠른 속도와 화려하고 즉각적인 전투를 보여줍니다. 물론 이전에도 RTS 장르는 있었지만, 우리 시장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게임은 <스타크래프트>가 최초였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이 주류가 되던 시절에 아케이드 게임이 보여주지 못하는 게임성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스타크래프트>가 흥행할 소지를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목표를 파악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당장의 경기 흐름을 비춰주는 화면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었습니다. 더욱이 건물이나 유닛의 역할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황을 파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또한 전투 종료 후 전투 결과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예측'이라는 ‘몰이해’도 유도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보면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에 대해 이해가 높은 사람이 아닌 이상 흥미를 끌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스타크래프트>는 어떻게 그런 기록적인 흥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 힘은 '호감도'에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만들어가는 호감 말입니다. 임요환이라고 하는 스타의 출범과 임요환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다양한 인물관계. 이들의 외모와 행동, 이들이 맺는 인물 관계는 또 다른 호감도 형성으로서 작용하여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도왔습니다. 덧붙여 당시 게임에 대한 분석이 완전치 않은 상태였단 것도 한몫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단기간에 파악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게임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게임을 아는 사람은 이들의 플레이에 놀라 감탄했고,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들이 써가는 드라마에 감탄했습니다. 전자는 프로게이머들의 공로고, 후자는 대회를 개최하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공로였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e스포츠가 왜 전망이 밝았느냐. 순수와 열정 때문이었다.”라고 말한 김태형 해설의 의미는 이런 뜻이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e스포츠를 보는 이유, 그리고 이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e스포츠에 어떤 게임이 적합한지를 알아봤죠. 다음에는 e스포츠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어떤 게임이 e스포츠에 부적합한지, 시장의 안정성은 어떤지 살펴보며 e스포츠라고 하는 시장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