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로도 충분, 남양주 드라이브 한 바퀴~

남양주 종합촬영소는 진짜다. 촬영 세트장이란 게 제작이 끝나면 가짜 건물, 가짜 소품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연명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끊임없이 영화, 드라마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현재진행형 촬영장이다. 세트장과 스튜디오, 카메라, 조명, 의상, 소품 등 영화제작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시설,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나리오만 있으면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원스톱 제작이 가능한 곳, 현장의 열기와 촬영 후의 쓸쓸함을 동시에 지닌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 ‘럭키’, ‘대박’, ‘히말라야’, ‘별에서 온 그대’, ‘도둑들’, ‘관상’ 등 수많은 작품이 제작되었다.


이곳은 생각보다 발품이 많이 든다. 부지가 약 40만 평에 야외 세트와 7개의 실내 촬영 스튜디오가 있다. 제1~4 스튜디오는 300~400평 규모이며 제5 스튜디오의 경우 스테이지 중앙에 수심 1.2m 깊이의 수조가 설치되어 있어 수중촬영, 특수촬영이 가능하다. 제6~7 스튜디오는 125평 규모의 소형 스튜디오로 연극영화, 극영화 단편, 미니어처 촬영 등을 할 수 있다. 가끔 촬영 중인 세트장이 통제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봐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동선을 잘 정해야 한다. 어떤 이는 구경 한번 잘 했다고 하고, 또 누구는 다리만 아프고 볼 것 하나 없다고 한다.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야외 세트장이다. 입구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고,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물 크기로 제작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판문점과 자유의 집, 회의장 등 적당히 낡아진 모습도 오히려 생생함을 더한다.

영상지원관에는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제작 미니어처체험전시관은 3D 애니메이션 [원더플데이즈]의 실제 소품과 제작 과정을 보존하였고, 영화 제작에 필요한 카메라와 장비들도 전시하였다. 역사적 고증을 거쳐 실제 촬영에 사용되는 옷들이 의상실에 있고, 옛날 생각 나는 소품도 가득 있다. 궁중문화체험실에서는 궁중 옷을 입고 왕의 자리에 앉아 사진도 한 장 찍어 볼 수 있다. 원로 영화인들의 족적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인 명예의 전당이 있는가 하면 영화문화관에는 영화의 탄생, 기술발전, 영화제작과정 등을 정리했다. 시네극장에서는 매달 한국영화 한편씩을 선정하여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촬영장은 어쩌면 너무 리얼해서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보기 좋게 해 놓았다기보다는 실제 촬영 세트장 모습 그대로, 민낯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마니아, 한류 팬들에게는 더 현장감이 느껴질 것이다. 체험 프로그램 역시 그렇다. 영상과 음향을 체험하는 영상체험관, 편집, 음향, 조명, 이미지 메이크업 등을 체험해 보는 영상 원리 체험관에서 크로마키, 더빙 등을 실제로 해 볼 수 있다. 가족 단체를 대상으로 한 시네에듀투어는 영화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제작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남양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적인 공간이다. 선생은 이곳에서 태어났고, 그 뒷산에 잠들어 있다. 선생은 1762년 남양주 조안리에서 태어나 1782년 벼슬길에 오르기까지 여기서 살았다. 18년 강진에서의 유배생활을 마친 후, 1819년에 고향으로 돌아왔고 17년을 이곳에 머물다 돌아가셨다. 이곳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을 비롯한 4형제의 생가터가 있다. 유적지에는 정약용 선생의 사당, 기념관, 생가인 ‘여유당’ 등이 보존되어 있다.

선생의 호, ‘여유당’은 집을 일컫는 말이다. 독서, 침잠하기 좋다고 해서 지은 이름인데 본래 집은 1925년 대홍수에 떠내려갔고, 지금의 자리에 있는 집은 1986년에 복원하였다. 생각보다 작은 집, 20칸짜리 ‘ㅁ’자 집은 선생의 검소한 생활을 드러낸다. 낮은 담장은 허물없이 백성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선생의 마음과, 요즘 말로 ‘미니멀’한 삶이 느껴진다. 선생의 묘 또한 거중기를 발명하고 수원성을 축성한 인물의 것이라고 보기엔 소박하다. 화려하지 않은 비석 하나, 둘러선 소나무가 잠들어 있는 선생과 부인 홍 씨를 감싸고 있을 뿐이다.

다산기념관에서는 주로 선생의 업적을 볼 수 있다. 선생의 저서, 한문 책 500여권은 지금도 그 기록을 깬 자가 없고, 하나하나가 보물 같은 철학을 담고 있다. 지역 차별과 당색 타파, 세제개혁, 인사정책 쇄신 등 파격적이고 앞선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서신, 산수도,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의 사본 등을 볼 수 있다. 나란히 있는 다산문화관에서는 선생의 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만나 본다. 누구나 우러러보는 업적을 남겼지만 한 인간으로서 고뇌와 꿈, 그리움을 가졌기 때문에 그 철학이 실제적이고 시대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곳 남양주 다산 유적지가 보다 편안하고 친근하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산 생가에서 강 쪽으로 나오면 다산생태공원이 있다. 억새, 갈대, 나무, 다산 선생과 관련한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사진도 찍고 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다. 봄에는 꽃이 좋고, 여름에는 연지도 아름답다. 매년 9월에는 이곳에서 다산문화제가 열린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두 물줄기가 만나서 ‘두물머리’라 하고, 한자 이름 ‘양수리’라는 지명도 여기서 나왔다. 물의 족보는 이렇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물과 강원도 검룡소에서 온 물이 이곳에서 만나 서울 뚝섬을 거쳐 마포나루까지 간다. 물이 모이는 곳이니 나루터가 번창하여 예전엔 사람도 많이 모여들었다. 점차 육로가 발달했고,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된 후에는 상수도 보호를 위해 어로 행위, 선박 건조가 금지되며 나루터 기능은 사라졌다

이곳은 사진가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신비체험에 가깝다. 안개가 많을 것 같은 날에, 캄캄한 밤부터 이곳으로 차를 몰고 오는 사진가들이 있을 정도이다. 물론 여행자가 이런 날을 맞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건 없다. 해 질 녘 풍경도 환상이다. 400년 수령의 느티나무 위로 붉게 물드는 하늘빛을 어느 그림에 댈 바가 아니다. 겨울철에는 생각보다 빨리 해가 넘어가니 늦은 오후에 여유 있게 방문하자. 빈 액자에서 사진도 찍고, 수양버들과 신양수대교 등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자신이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글·사진 송세진(여행 작가)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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