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CLASSICS] 크로노스위스 레귤레이터

크로노스위스(Chronoswiss)는 이제 갓 창립 30주년을 넘긴 비교적 젊은 시계브랜드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스위스를 접목해 브랜드명으로 채택하고, 독일어로 ‘Faszination der Mechanik(기계식에 매료됨)’이란 뜻의 문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울 만큼 크로노스위스는 창립 초기부터 매우 진지하고 비범한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명가들 사이에서 30여 년이라는 짧은 세월 안에 크로노스위스가 세계적인 시계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도 기계식 시계를 향한 이들의 깊은 열정과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 크로노스위스 창립자 게르트 R. 랑



독일 태생의 창립자 게르트 뤼디거 랑(Gerd-Rüdiger Lang)은 20대 초반에 시계학교를 졸업한 뒤, 1964년부터 약 15년간 당시 스위스 비엘에 위치한 호이어(Heuer, 현 태그호이어의 전신) 사의 크로노그래프 공방에서 수석 워치메이커로 활약하며 탄탄한 경력을 쌓았습니다. 크로노그래프 시계 전문가로서 명성을 얻은 게르트 랑은 퇴사 후 1980년 독일 남부 뷔르츠부르크(Würzburg)의 한 시계학교에서 ‘마스터 워치메이커’ 칭호를 얻었으며, 이듬해인 1981년 뮌헨 시에 자신의 장기인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개인 공방을 오픈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1980년대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쿼츠 위기의 영향으로 기계식 시계가 대중의 외면을 받던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암흑기에 게르트 랑은 오히려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1983년 자신의 브랜드인 크로노스위스를 설립함과 동시에 오직 기계식 시계 제조에만 전념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기계식 시계를 보고 만지고 수리해온 그는 기계식 시계의 숨은 가치와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분명 다시 그리워할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했고,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여 새로운 기계식 시계 제조를 향한 열정을 불태웠던 것입니다.


- 최초의 레귤레이터 모델 Ref. CH6321



그렇게해서 1987년 첫 선을 보인 레귤레이터(Régulateur)는 크로노스위스 최초의 성공작으로 훗날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레귤레이터는 18~19세기 크로노미터 공방에서 유래한 괘종시계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손목시계 형태의 레귤레이터의 등장은 당시 시계 업계에 잔잔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우선 시, 분, 초를 각각 따로 표시하는 고풍스러운 레귤레이터 디자인을 손목시계에 처음으로 본격 도입한 점과 기계식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시스루 형태의 케이스백을 도입한 점도 당시로서는 생소한 시도였습니다. 또한 양쪽으로 길게 쭉 뻗은 러그 형태와 스크류 고정 방식, 동전의 옆면에서 착안한 코인 엣지 베젤, 그리고 홈이 파인 둥그스름한 용두 모양이 흡사 양파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어니언 크라운, 철도의 트랙에서 착안한 고전적인 레일로드 미닛 트랙과 로만 인덱스와 아라빅 인덱스를 병기한 상하 분할 다이얼 역시 시계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최초의 레귤레이터 모델(Ref. CH6321, 3,000개 한정 생산)은 1960년대에 주로 쓰인 유니타스(Unitas, 훗날 ETA에 흡수됨)의 수동 무브먼트를 수정해 탑재했으며, 이듬해인 1988년 바젤 페어 등 유명 시계 박람회에 출품되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레귤레이터 특유의 디자인과 양파 모양의 크라운, 코인 엣지 베젤 같은 특징적인 요소들은 이내 크로노스위스 시계를 대표하는 개성이자 브랜드의 DNA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 스테디셀러가 된 자동 레귤레이터 모델 Ref. CH1223



수동 레귤레이터 시리즈의 성공에 고무된 크로노스위스는 1990년 보다 실용적인 오토매틱(자동) 버전의 레귤레이터 모델을 선보이게 됩니다. 이미 오래전 사라진 제조사 에니카(Enicar)의 미사용 재고(NOS)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수정한 C.122 칼리버를 탑재한 오토매틱 레귤레이터(혹은 불어식 표현으로는 레귤레이터 오토마티크)는 이후 10년 넘게 꾸준히 생산되며 스테디셀러로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지금도 레귤레이터하면 오토매틱 버전의 CH1223을 떠올릴 만큼 시계애호가들 및 컬렉터들 사이에선 크로노스위스의 역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손꼽히지요. 이렇듯 레귤레이터 덕분에 크로노스위스는 단기간에 아이코닉한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레귤레이터 디자인을 모방, 응용한 시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0년에는 브랜드 첫 투르비용 레귤레이터(Régulateur à Tourbillon)를, 2004년 바젤 박람회에서는 다이얼과 무브먼트까지 수공으로 스켈레톤 처리한 레귤레이터 투르비용 스켈레뜨(Régulateur à Tourbillon Squelette)를 200개 한정으로 발표했으며, 2006년에는 유니타스 수동 베이스 무브먼트를 고급스럽게 수정한 그랑 레귤레이터(Grand Régulateur)를, 2007년에는 레귤레이터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더한 크로노스코프(Chronoscope)를, 2008년에는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마빈(Marvin) 사의 단종된 수동 칼리버(마빈 700)를 수정 탑재하고 다이얼의 25분 인덱스를 빨갛게 칠한 독특한 레귤레이터 24 한정판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 2008년 창립 25주년 기념 레귤레이터 24 한정판 모델 Ref. CH1121 R



이후 2012년 크로노스위스는 사령탑의 중대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창립자인 게르트 랑이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고(단, 회사의 고문으로 남음), 스위스의 젊은 사업가 올리버 앱스타인(Oliver Ebstein)이 브랜드를 인수해 새 CEO 자리에 오른 것입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독일 뮌헨에 있던 본사를 스위스 루체른으로 이전하고, 그해 바젤월드에서는 기존의 컬렉션을 대폭 리뉴얼하는 등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새롭게 재탄생한 레귤레이터 라인업은 기존 레귤레이터의 DNA는 계승하되 코인 엣지 베젤 대신 스무드 베젤로 바뀌었고, 다이얼 역시 가운데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지는 기요셰 패턴을 추가하는 등 면면이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습니다. 또한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며 과거 델피스 라인을 통해서 선보인 점핑 아워 방식을 30주년 기념 레귤레이터 모델에 추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2013년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레귤레이터 스틸 모델(총 300피스 한정 생산)



- 신형 시리우스 레귤레이터 로즈 골드 모델 Ref. CH1241.1R



- 2016년 출시된 시리우스 플라잉 레귤레이터 점핑아워 스틸/블랙 DLC 모델 Ref. CH8325-BKBK



- 2016년 신제품인 시리우스 플라잉 레귤레이터 스틸 모델 Ref. CH1243.3-BLBL



크로노스위스의 레귤레이터는 전통에서 발굴한 디자인과 쉽게 보기 힘든 옛 무브먼트를 활용해 그 어느 브랜드의 시계보다 빨리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시계입니다. 비록 현재는 예전만큼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지만, 레귤레이터가 크로노스위스의 영원한 시그너처 컬렉션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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