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인생에 있어서 강아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중 하나이죠.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고 또 가끔은 인내심을 시험하기도 하면서 오랜시간 우리 곁에 있어왔죠. 저의 인생에도 그런 멍뭉이가 있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제가 코찔찔대던 초등학교5학년때입니다.(저는 초5때도 코를 겁나게 막 훌쩍거렸어요. 옷에다 닦고 막....) 그때 전 이녀석을 처음 만났네요. 바로 이아이입니다!

엥 이게 뭐지? 하실수 있는데...맞아요.

사진한장이 없어서 기억을 더듬어내어 겨우겨우 그려봤습니다. 이 게시물의 제목이 Memory인 것과 일맥상통하죠.


얘 이름은 happy에요. 시꺼먼데다가 강아지눈도 잘 안보이시죠?ㅋㅋ 근데 진짜 저렇게 생겼어요. 삽살개처럼 생겼는데 훨씬 작은 소형견이고 털에 가려서 눈도 안보이구요. 발에는 흰색양말 신은거처럼 발부분만 하얘요. 목도 겁나게 짧고 검은솜사탕같은게 저렇게 맨날 혀내밀고 꼬리를 냅다 흔들어대는데 무장해제를 안할 수가 없는 그런 녀석이었죠. 제가 이 견종이 뭐냐고 물어보니 “얘? 얘가 발바리지 뭐~!”라고 어른들한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발바리란 말이 좀 특이해서 발바리가 어떤 그 믹스견이거나 혹은 혈통을 정확히 모르는 강아지들을 좀 거칠거나 우스꽝스럽게 부르는 말인가? 하고 여겼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정말 삽살개 작은 녀석을 ‘발바리’라고 한다더군요. 뿐만 아니라 몸이 작고 다리가 짧은 애완견을 통틀어 ‘발바리’라고 부른다네요. (발바리들아 무시해서 미안훼;;)


저에게는 좀 특별한 강아지입니다. 기억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써보니 더더욱 특별해지는 느낌 나네요. 많이 힘들던 시절에 같이 있던 녀석이어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원래 강아지 키우다가 헤어져도 그리 많이 안슬퍼하고 꽤 쏘 쿨~~하게 보내는 성격인데 저녀석은 좀 예외였어요. 너무 외로워서 저 강아지라도 없으면 못살 것 같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준 녀석입니다.


비오는 날이었는데 이제 갓 눈뜬 아이를 데려온거에요. 강아지용 방석위에서 잠들어 있었거든요. 자는애 만지면 안된다고 해서 아얘 그 강아지용 방석을 통째로 끌어안고 잤어요. 그랬더니 새벽에 갑자기 깨가지고 제 코를 막 할짝할짝 핥으는데 잠에서 깼는데 막 아...진짜 심쿵.



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네서 자랐는데 처음엔 할머니랑 할아버지네서 얘를 키우다가 감당이 안되셨는지 결국 새아빠랑 엄마가 일하면서 지내는 삼송리쪽에 큰 숲속같은 원예화원으로 갔어요. 저는 주말마다 엄마도 너무 보고싶고 강아지도 너무 보고싶어서 토요일만 되면 할아버지한테 엄마한테 가게 해달라고 막 울고불고 그랬었어요. 토요일은 보통 4교시 하잖아요. 학교 끝나자 마자 집에 달려와서 가방 거실에 내동댕이 치고 할아버지한테 겨우 허락을 받으면 갔다가 딱 하룻밤 자고 다시 집으로 오고 그랬죠.

엄마가 일하는 화원 앞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약간 나름 제법 병맛나는(마치 질럿같은?) 목소리로 “해~~~~~~~~~삐~~~~~~~~야~~~~~~~~~~~!” 이러고 부르면 나무 뒤에서 땅파고 있다가 광속으로 달려나와요. 저 그림처럼요ㅋㅋㅋ 달릴땐 털이 뒤로 제껴지잖아요. 그 때 그 털이 제껴지면서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이 간강간당 보이는겁니다.ㅋㅋ 매력포인트중 하나죠.


그래서 주말마다 강아지랑 같이 전력질주로 뛰어다니고 그러다 재빨리 엎드려서 해피를 쳐다 보면서 같이 둘이 정신줄 놓고 서로 마주보면서 왈왈대고 짖고 그랬어요. 정말 격렬하게 최선을 다해서 짖었어요. 둘 다요. 옆에서는 “아이구~ 누가 개인지를 모르겠네. 둘이 형제가 맞는 것 같다.”하면서 막 새아빠랑 엄마가 쳐다보면서 웃고 그랬었는데ㅋㅋㅋ


그러다 어느날 놀러 갔는데 해피를 불러도 안나오는거에요. 정신없이 불러댔어요. 그랬더니 엄마 이야기로는 해피가 집을 나갔다는겁니다. 집을 나가가지고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을꺼라고 하더라구요. 되게 보고싶었어요. 무지하게 서운하기도 하고. 내가 되게 예뻐했는데 해피입장에선 내가 맘에 안들었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잘 있다고는 하니까 마음이 놓였었습니다. 그 뒤에도 몇 번 해피를 찾았지만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굉장히 사랑했던 대상들은 하루아침에 잘 사라지더군요. 슬퍼할 틈도 없이 그냥 갑자기 사라져요.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이후에도 항상 동물을 키웠어요. 짝궁 여자애한테 토끼도 받아서 토끼도 방에서 키우고 이구아나도 키우면서 어깨에 올려서 돌아다니고 앵무새도 키우고 햄스터도 키우고 온몸이 살색으로 뒤덮여 손가락같이 생긴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손톱(?)개구리등 희귀동물을 키우고 그랬어요. 그래서 중딩때 애들이 저보고 이구아나라고 불렀어요. 한학년 어린 동생이 있었는데 걔도 저를 '이구아나형'으로 기억할만큼 동물을 좋아했었죠.


시간이 흘러 저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엄마랑 같이 장보고 오는 길이었었나....해피가 또 생각이 나길래 제가 해피 진짜 엄청 예뻤었다고 진짜 보고싶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도 안왔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는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해피는 사실 집을 나간게 아니라 사고가 났다고 하는거에요. 여느날과 다름 없이 새아빠가 해피를 불렀는데 달려오다 그만....차에 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인근에 묻어주고 4일동안을 울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충격받을까봐 이야기 안하셨었대요. 전 그것도 모르고 고딩이 됬을때 처음 포스트잇이란걸 봤는데 무의식적으로 거기에 낙서를 할 때 해피를 그리기도 하고 심지어 엄마한테 “이거봐 해피 닮았지? 나 잘그리지?” 이러면서 보여줬었던 적도 있어요. 마음아프다고 그런거 그리지 말라고 하길래...'대체 이게 마음이 왜 아프지?' 했었는데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의 저는 참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동물보다는 사람과 더 가깝게 지내야한다는 주의구요. 사람과 즐거운 교류를 많이 하면서 사람을 배워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제가 보고싶어하는 사람은 연락만 한번 하면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강아지나 보고싶은 사람이 곁에 없다고 해서 그리 크게 외롭지도 않고 커다란 말라뮤트랑 사모예드섞인 대형견을 키우는데 얘는 사실 제가 키우는게 아니라 산속에 있어요. 동물하고는 너무 가깝지도...또 너무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야 강아지도 행복하고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많은 동물을 키우면서 배웠죠. 뭐...강아지가 있던 없던 있으면 잘 놀면 되고 없으면 없는대로 제 일에 집중을 잘 해요. 오히려 지금은 혼자가 디따 편해요. 또 커가면서 사람이 왜 외로움도 겪고 힘들어봐야 하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정말 아팠을때요. 제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더란 말입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안들어준게 아니라 이야기를 해도 안타까워하고 도와주려고는 하는데 뭘 어떻게 도와줘야하는지를 몰랐던거죠. 전 어릴때부터 몸이 너무 약해서 병원을 밥먹듯 드나들었고 치료를 받았었어요. 중이염 걸려본분들은 아시겠지만 진짜 무쟈게 성가시고 아픕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 수술을 했고 그리구 수술후 우울증진단을 받았었습니다. 몸도 엄청 아프고 밤마다 엄마보고싶어서 몰래 울고 또 강박증도 너무 심해서 공부는커녕 의자에 앉아있기도 힘들고 저나름 굉장히 고된 초등학생시절을 보냈었던거죠. 근데 그때 딱 해피가 나타난거죠. 양심고백하자면...딱 한번 해피를 발로 세게 찼습니다. 저한테 닥친 현실이 너무 우울한 일 투성이인데 어느 날 이녀석이 너무 밝게 저한테 달려와서 꼬리를 흔드는겁니다. 전 힘들어 죽겠는데...해피는 저에게 차이고나서 소파밑에 숨었어요. 조금있다가 미안해서 다시 불렀더니 언제그랬냐는 듯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달려와요. 그때 진짜 너무 미안하고 내 자신이 참 한심했어요. 세상 견뎌낼만한 힘이 없어서 나보다 약한 애한테 화풀이나 하는 내 모습이란..... 미안하고 한심해서 울음이 막 나올라그러는데 막 이 악물고 참았어요. 누가 참으라고도 안했는데 어느순간 울음 참는게 버릇이 됬어요. 울만큼 울어야 더 강해진다는걸 안 것은 제가 훨씬 더 크고난 후였습니다. 이후에도 해피는 저와 항상 함께 해주었습니다. 어딜가도 졸졸졸졸 깡총깡총 따라다니고...ㅋㅋ

해피는 저랑 같이 있을 때 만큼은 힘들고 우울한 것을 다 잊고 마음껏 웃을 수 있게 해주었던 고마운녀석입니다. 그래서 이 고마운 녀석을 잊을 수가 없네요.ㅎㅎ


만약 사람이 숨도 못쉬어서 죽을만큼 힘든데 딱히 사람이랑 깊게 대화는 안되고 그럴때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보세요. 물론 내가 건강한 상태에서 키우면 강아지를 제일 잘 돌보고 키울 수 있겠지만 반대로 내가 너무 힘들 때 오히려 강아지랑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강아지에게 치유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왠만한 강아지들은 주인과 교감하려고 하면서 무비판적으로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거든요. 동물매개치료가 그런 원리로 한다고도 들었던것 같네요. 대신 절대 저첨럼 강아지 때리진 마시구요ㅠ


제가 추측해보건데 저 말고도 이렇게 강아지들과 교감하면서 힐링되신분들이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용기내어 나눠보면 좋을것 같아서 써보았네요ㅎㅎ 솔직히 이전에는 슬펐는데 이이야기를 나누려고 쓰는도중 슬픔이 많이 누그러지고 행복한 기억으로 변화되는걸 느꼈어요!

마치 저랑 같이 살아있는것처럼요.^^해피는 비록 떠났지만 오늘부로 해피를 위해서 슬퍼하지 않을겁니다. 해피는 제가 행복하라고 제 곁에 왔다 간거거든요. 해피의 바램대로 제가 행복해야 해피의 얼을 빛내는 것이겠죠? 슬퍼하는 대신 고맙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회상하며 앞으로 살아가야겠어요. 그래야 해피도 해피해질수 있을꺼니까요!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요ㅎㅎ

긴글 혹시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강아지와 행복한 교감 많이많이 나누고 항상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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