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줌예줌 리포트 5

<인문 ZOOM 예술 줌> 도상탈출, 바야흐로 사진

논산, 강경에 가려거든 5 - 옥녀봉 편


빛의 광장에서 본정통을 지나 근대문화마을 끝까지 걷다 보면 옥녀봉으로 오르는 좁은 마을길이 보인다. 자동차 한 대는 지나갈 정도의 길을 올라 얼마되지 않아 옥녀봉 공원에 도착한다. 마을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운동기구들이 있고, 옥녀봉 발 아래 산책길, 자그마한 전망용 정자도 있다. 옥녀봉 마당에 이르면 꽤 오래 자리한 듯한 맛집이 있다. 그 이름도 '대가'. 음식점의 외관이 소담한 것이 맛깔나 보여 필히 맛보리라는 다짐하며 예약을 해 두었다.


정자를 지나 둔덕 하나를 오르면 바로 옥녀봉 정상이다. 봉수대가 있고, 동쪽으로는 평지의 강경읍 전체가 시원스레 드러나는데 바로 뒤로 돌아 서쪽을 바라보면 굽이굽이 금강 줄기가 얽힌 역사만큼 묵직하게 흐른다. 옥황상제의 딸 옥녀가 금빛 노을에 반짝이는 금강의 일몰에 반하여 하염없이 놀다가 하늘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을 놓쳤다는데, 시간을 잘 맞추면 옥녀가 반했다던 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일몰 촬영을 놓쳐서는 안 되리라. 옥녀가 차려놓은 밥상도 못 먹는다고 한심스러워할 테니...


옥녀봉에는 바위가 많다. 평야지대에 웬 바위란 말인가. '강경 사람 벼락바위 쳐다보듯 한다'는 말이 있단다. 강경 너른 들판에 솟은 바위를 보고는 바위가 떨어질까 자꾸 쳐다보게 되는 순진한 강경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인데, 뜻인즉, 낯선 것을 보면 자꾸 쳐다보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란다. 하기사 들판에 솟은 바위가 위태롭고 낯설기도 할 터였다. 나 역시 평야에 솟은 은진미륵이나 거북바위 등 이 바위들의 내력이 궁금해졌으니 말이다. 바위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데 그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용영대(龍影臺)’와 포영대라 했다. 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돛단배 그림자가 일렁이는 두 절벽을 담에는 찾아보리라.


옥녀봉에서 바라보는 금강이 아니더라도 볼거리 찍을 거리가 많은데, 옥녀봉 바로 아랫마을은 화려하지 않은 소담스런 벽화들이 있고, 해가 진 후에 벽화들을 모델 삼아 옥녀봉길을 사진에 담으면 초현실이 느껴질듯 하다. 이 또한 다음 과제.

옥녀봉 중턱에는 산업은행의 전신인 조선식산은행이 있는데 식민지의 자금줄을 관리하고 착취를 위한 베이스캠프라고나 할까.

강쪽으로 살짝 돌면 박범신의 소설 <소금>에서 명우의 연인 세희 누나가 도라지꽃을 심었다던 '소금집'도 있다. 세희가 쓰러진 명우를 업고 와서 간호하여 회복된 명우와 먹던, 할머니가 무쳐준 '도라지무침'이 '깜짝, 새콤하였다'고 했는데, 그 추억이 서린 도라지꽃이 과연 심어져 있는지 확인하고픈 마음이 인다. 또, 항일운동 근거지라 하여 신사를 짓겠다며 일본이 우리나라 최초의 침례교회 땅을 빼았았다. 그 침례교회가 자리를 옮겨 옥녀봉 바로 밑에 초가로 복원되어 있다.


강경의 부흥과 쇠락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개항기부터 시작된 교통 수단의 변화도 그렇지만 6.25전쟁 당시에 관공서가 몰려있다하여 포화를 피할 수 없었던 이유가 한 시절 영화에 있었는가도 모를 일이기에. 영화로왔던 시절과 고적한 시절을 한 몸으로 느끼기에는 버거웠을까? 강경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제법 있다. 채만식의 '탁류', 김주영의 '객주'. 두 소설도 내겐 과제로 남는다.


이번 여행으로 강경을 알아간 시간이 내겐 더없이 소중하다. 내겐 아직도 은진은 강경 덕에 산다. <논산, 강경에 가려거든 끝>

사진, 역사, 건축, 문학을 아우르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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