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이 ‘탐스슈즈’의 실책으로부터 배운 것

‘1+1 착한 가방’ 만드는 소셜벤처 ‘제리백’ 박중열 대표 인터뷰

‘탐스슈즈(TOMS Shoes)는 생각만큼 착하지 않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한 켤레가 기부되는 ‘1+1’ 신발 브랜드에 대한 구호 전문가들의 평가다. 창립 10년만에 6,0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선물한 ‘착한기업’ 탐스슈즈가 비판받는 이유는 단 하나. 공짜 신발 탓에 그 지역의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한 의도’가 ‘의도치 않은 악’을 야기하기도 하는 법. 사회 문제를 사업의 화두로 삼는 ‘소셜벤처’가 비즈니스 모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탐스슈즈를 롤모델 삼아 ‘1대1 기부(One for one)’를 실천하면서도 탐스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국내 소셜벤처가 있다. 우간다 아이들을 위한 ‘1+1 착한 가방’을 제작하는 기업 ‘제리백(Jerry Bag)’이 그 주인공. 4년차 글로벌 사회혁신가인 박중열(만 37세∙사진) 대표를 만나 ‘소셜벤처에서 선의만큼 중요한 다른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우간다 아이들을 위한 제리백의 ‘선의’

박 대표는 늦깎이 디자인 학도였다. 우주공학을 전공하던 '공돌이’였던 그가 군대를 전역한 후 미대 진학을 결심한 건 ‘나만의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결국 26살에 새내기 대학생이 된 그는 졸업 후 줄곧 관심을 갖고 있던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핀란드로 석사 유학을 떠났다. 


제리백의 ‘1+1’ 가방 기부 모델은 박 대표가 대학원 과제를 수행하러 2011년 우간다를 방문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아프리카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눈에 든 것은 10kg의 물통을 낑낑대며 나르고 있는 어린이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차량의 연료통 역할을 했던 ‘제리캔’이 우간다에선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물통’으로 쓰이고 있었다.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집에서 멀다보니 하루에 몇 차례씩 제리캔에 물을 담아 옮기는 일이 아이들에겐 일상다반사. 박 대표는 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10kg이면 어른이 옮기기도 쉽지 않은 무게거든요. 아이들이 다니는 길도 위험하고요. 차도를 따라 걷는 경우에는 사고가 굉장히 많이 나요. 무거운 걸 손에 들고 있으니까 피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제품 디자인을 통해 개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간다 아이들이 물통을 담아 안전하게 메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을 직접 디자인한 박 대표. 그는 가장 먼저 아프리카에 들어와있는 비정부기구(NGO)들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표를 기다리고 있던 건 퇴짜의 연속이었다.


“좋은 취지는 알겠지만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업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앞길이 막막했죠. 이 가방을 필요로 하는 우간다 아이들이 직접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형편도 당연히 아니고요. 그때 친구들에게 탐스의 사업모델을 듣게 됐어요.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성공했다고 하니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탐스슈즈에 영감을 받은 박 대표는 우간다, 핀란드 그리고 한국에 소셜벤처 ‘제리백’을 설립했다. 우간다 아이들의 물통 ‘제리캔’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 제리백의 기부 시스템은 한국과 핀란드, 우간다의 소비자가 따로 디자인된 가방을 구매하면 우간다 아이들에게 물통 운반용 가방이 제공되는 방식. 가방은 가볍고 방수가 잘 되는 소재에 10L짜리 제리캔이 쏙 들어가는 크기로 제작된다.


'선의'만으론 충분치 않다

“처음 ‘1+1’ 가방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비판은 ‘단순히 제품을 나눠주는 기부 방식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거였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죠.”

탐스의 1대1 기부 공식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 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비판하고 나선 것은 20년 경력의 구호 전문가 손드라 시멜페닉이었다. 그녀는 “물품을 기부하는 건 물가에 혼란을 가져오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지역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0년대 말부터 아프리카에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선진국의 중고 옷들은 해당 국가들의 의류와 섬유산업을 붕괴시켰다. 산업의 몰락으로 세수가 크게 줄어 국가 재정도 악화됐다.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현지의 원자재와 노동력을 이용해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탐스슈즈는 뒤늦게 이를 수용해 아프리카와 남미에 공장을 추가로 개설했다.


박 대표는 탐스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시작부터 다른 길을 택했다. ‘물통을 옮기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선한 의도만 갖고 사업을 꾸리지 않고 기부 수혜자들이 속한 지역 사회를 먼저 들여다보기 위해 고심한 것이다.

“사업 초기부터 가방 기부 못지않게 지역 일자리 창출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어요. 손쉽게 중국이나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대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재봉 기술을 전수하고 이들을 고용해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죠. 지금은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 다른 나라에 공장을 늘렸지만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가방만큼은 현지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일자리 뿐만 아니다. 제리백은 가방을 만드는 소재도 우간다 직물시장에서 직접 매입해온다. 우간다산 직물로 만든 제리백의 아프리카 패턴 제품은 한 번 품절되면 다시 만들기 어려운데, 똑같은 무늬의 천을 찾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제리백의 가방은 늘 새롭고 독특하다.


'선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비자에게도

우간다의 가방 제작 시스템이 안정 궤도에 오른 지금, 제리백의 다음 목표는 ‘소비자 만족’이다. ‘지역 주민들과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도 좋아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박 대표는 “이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는 현장 기부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론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들어 윤리적 소비로 마케팅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가방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더 하게됐죠.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살아남아야 좋은 활동도 계속 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북유럽 대륙을 누비며 활동해 온 ‘소셜이노베이터’는 공공선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소셜벤처의 어려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 대표는 “소셜벤처가 더 힘들다는 건 핑계”라고 말한다.


“경험을 해보니까 일반 스타트업이든 소셜벤처든 창업은 다 힘들어요. 관건은 얼마나 오랫동안 의지를 갖고 버티느냐인데 소셜벤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으니 더 낫죠. 자신 뿐 아니라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더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 것 같아요. 다른 기업에 없는 장점을 가진 것이니 겁내지 말고 도전하셔도 좋습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김현주 기자 joo@bzup.kr

사진 및 영상 촬영/편집= 비즈업 김경범 PD


http://www.yes24.com/24/Category/Series/001001025008008?SeriesNumber=21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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