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66. 갈리시아에 왔으면 뿔뽀를 먹어야지!

25/06/2014 Iraxe -> Melide (Day 29)


어제 와인을 많이 먹었는지, 아침이 찌뿌둥하다. 이럴 경우에는 와인을 물통에 채워서 마셔주며 걸어야 좀 나은데...(점점 알콜중독이 되어가는건가!)


눈을 떴더니 거의 일찍 출발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페드로 아저씨께 인사라도 해드려야지 했는데 페드로 아저씨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가방을 메고 출발했다. 땅이 살짝 수분기가 있는게 어제밤에 분명 비가 온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걸으니 부슬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온몸에 냉기가 돌면서 비를 맞게 되면 '아- 간단하게 까페콘레체 마시고 싶다' 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처음 나오는 마을 아무곳이나 찾아가 일단 혼자 쇼콜라떼와 카페콘레체 하나를 시켜 몸을 녹여본다.


창밖에 하나 둘 순례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아 나도 따라 나서야하는데 싶지만 까페안의 온기가 좋아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 가는 숙소는 수용인원이 대단위인 큰 알베르게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지체하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 힘겹지만 다시 출발한다.


터덜터덜 가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의 부엔까미노가 뒤에서 들려온다.

"부엔까미노~ 로이~"


간만에 만나는 아냐다.

"어라 아냐 같이 다니는 퀸은 어디에 있어?"

"아 퀸 앞서가고 있는데 곧 만날꺼야!"


아냐도 퀸도 출발한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아마도 내가 묵은 마을인 이라체 다음 마을에 묵었던 것 같다. 다음마을에선 퀸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냐를 뒤에서 쫒아갈때마다 눈이 가는 무지개색 한국 수세미. 한국 순례자 한분이 친구들에게 나눠줬다고 하는데 너무 예쁘다.

다음 마을은 Melide가 될 예정. 퀸은 같이 다니던 일행과 멀어져 아냐랑 같이 다니고 있다한다. 난 둘이 커플인 줄 알았는데 정말 그냥 까미노 프렌즈라고... (과연!)


너네 늘 수상해. 남녀 관계엔... 친구란 없는거야..(읍읍)



암튼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까미노를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오늘 여정은 20km정도 되는 짧은 여정이라 부지런히 걸으면 12시 이전에도 도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드디어 Melide 시내가 나타났다. 이 시내는 다른 곳과 거의 다름이 없었지만 한가지 특이한건 문어 그림이 있는 음식점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에 PULPERIA라고 써있어서 아냐에게 물어봤더니 PULPERIA는 문어요리를 파는 곳이라고 한다.


"갈리시아에서는 문어가 꽤 유명해. 문어가 스페인어로 뿔뽀야! PULPO. 여기서 뿔뽀 안먹고 가면 섭하지. 내가 알기로는 Melide에 뿔뽀로 유명한 집이 있는 걸로 알아!"


급 궁금해졌다. 문어로 해봐야..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극찬을 하는건지!

문어라면 우리나라도 안동에 문어 숙회가 있는데!

게다가 이놈의 뿔뽀라는 음식. 꽤 비쌌다. 메뉴판을 보는데 대부분이 10유로 안팎. 갑자기 깔라마리가 생각났다.


스페인에는 깔라마리라는 오징어 튀김이 있는데 이것도 왠만하면 4유로(당시 가격 6천원)정도였다. 우리집 앞에 장날에 가면 이보다 튀김옷 더 빵빵한 오징어 튀김 3천원에도 사먹을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뿔뽀도 궁금은 하지만 맛은 기대되진 않았다.

일단 숙소에 도착하는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이 시내는 까미노 표시가 꽤 복잡하게 되어있어있다. 결국 스페인어를 좀 하시는 순례객들의 도움을 받아 뒷꽁무늬를 졸졸졸 따라가서야 길을 찾을 수 있었고 마침내 알베르게 위치 사인까지 찾아갈 수 있었다. 도착 시간은 12시 20분. 꽤 빨리 왔다.


내가 정한 일정에서 오늘은 좀 쉬어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알베르게로 향하려고 하는데 퀸이랑 아냐는 너무 적게 걸었다며 아무래도 다음 마을까지는 가야 무리가 덜할 것 같다고 했다. 다음 마을이여야 뭐 한 5km 더 가야하는 여정이었고, 많은 사람들도 이곳에 머무는것보다 다음 마을까지 이동하는 것 같았다.


나도 따라 나설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골목 저 끝에서 아픈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어오는 기봉이를 보고는 여기에 더 머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쉽지만 다음 마을로 먼저가~~" 아냐와 퀸을 먼저 보내기로 한 것이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까미노에서 만났던 사람에 대한 끌림이 있었다.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났기 때문에 또 이들과 헤어지고나서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같이 사진을 찍기로 했다.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사진 한 방 찍자!"

하나 둘 셋....!

찰칵!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기로 하고 각자 가던길로 헤어지기로 했다.

기봉이는 아직 발목이 좋지 않아 붕대를 하고 있었다. 조금 쉬엄쉬엄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발목에 무리가가면 점점 나빠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순례자가 같은 절차를 반복했다. 무리해서 걷다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에밀리도 그랬고.. 레온쯤에서 만났던 브라질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50킬로 남짓만 걸어가면 콤포스텔라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걸어도 완주할 수 있는 거리다.


아직 1시가 되지 않아 알베르게 앞에서는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줄을 서있었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유창하게 영어를 하며 말동무가 되어주더니, 말을 하다 이들이 바르셀로나 출신이라는 걸 알았다. 바르셀로나에는 내가 또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다가 아주 속사포로 나왔다. 역사가 꽤 복잡한 축에 속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까탈루냐어라는 다른 언어를 쓰는데, 지금도 독립을 해야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고, 그만큼 스페인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번영하여 꽤 목소리가 큰 곳이다.


대학 연구원 친구들이라는 이 학생들과 수다를 떨다가 드디어 알베르게 입장이 시작되었다. 늘상 숙소에 들어가면 챙기는 것이 부엌. 마침 프란체스카도 도착해서 부엌을 서로 돌아보았다. 하지만 오늘은 뿔뽀의 고향에 왔으므로, 문어요리를 한번 먹어보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전에 와인 한병 사와서 좀 여독을 풀어보자꾸나. 오늘은 뭔가 아침부터 피곤의 연속이었던데다가 좀 쉬면서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프란체스카가 가지고 다니는 도시락통(이라고 부르고 전날 먹었던 것이 남으면 가지고 다니는 짬통. 이번에는 스파게티가 있다)과 더불어 검은 올리브를 안주삼아 와인 한병을 깐다. 스페인에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리브 구멍에 멸치를 끼워놓은 짭쪼름한 올리브 통조림은 저-엉말 와인 안주로써는 제격이다.


그렇게 주섬주섬 마시고 있으니 한 백만년만에 보는 아이리쉬 아저씨가 조용히 옆에 앉아 보카디요를 만들어 드신다. 쓰리를 트리로 발음하는 걸 보고 단번에 아이리쉬라고 판단한 이 아저씨는 아일랜드 더블린 세인트 페트릭 성당에서부터 출발하셨다고.


"너 어딘지 모르게 영어 악센트가 영국 악센트가 섞여있어"

라고 단번에 알아맞추시던 아저씨였다. 아저씨와 한잔하고 싶었지만 내가 너무 피곤함을 느낀 나머지 샤워를 하러 먼저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이렇게 넉다운이 되어버렸다. 29일 내리 걸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잠을 조금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저녁시간.


프란체스카와 나, 기봉이는 걸어오면서 봐두었던 PULPERIA에 들렀다. 워낙 유명한 집이라고 까미노 가이드북에 써있다고 한다(독일 가이드북). 그래서 우리는 오프닝 시간에 맞춰 들어가기로 했다.


갈리시아 지방의 뿔뽀 요리는 이렇게 생겼다.

막 특별한 맛이 있는것은 아니었다. 삶은 문어에 올리브유와 고춧자루를 넣고 버무린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봉아 이게 9유로래.. 우리가 여기와서 문어장사해도 기본 이상은 할 것 같지 않냐?"


우리는 연신 고개를 흔들어댔다.


"햄 우리 여기와서 장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바게뜨빵으로 문어의 짭쪼름함이 섞인 올리브유를 찍어먹는것은 꽤 맛있었다. 경험삼아 뿔뽀를 한번 먹어보는거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문어횟집 오픈해야겠어 여기서"


다음에 계속.

(전)빙글 관광청장입니다. 청정 클린 여행커뮤니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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