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에만 48학점을 이수한 남자

김수한/산업디자이너


Intro

직무의 선택 기준은 여러 가지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것. 부모님이 권유하신 것.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 첫 직장에서 하게 된 분야 등이 있다. 이처럼 직접 선택하거나 혹은 주변 환경으로 인해서 직무를 선택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만난 한 남자는 조금 색달랐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야, 나 미술하고 싶어”라는 말에 “어! 나도”라고 해서 디자이너라는 직무를 선택했다. 정말 친구 따라 강남을 간 거다. 처음에는 모두가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실현하고자 피나는 노력을 했고, 올해 산업디자이너 2년 차를 맞이했다. 하나의 제품을 위해서 오늘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그리는 김수한 산업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By 굿피플 헌터.


굿피플 직무의 시작

고등학교 3학년 야간자율학습시간.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말을 들었어. 친구 보러 다른 반에 갔는데, 뜬금없이 ‘야, 나 미술하고 싶어’라고 하는 거야.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왜냐면 우린 이과생이었거든. (웃음) 하지만 나도 모른 게 뭔가 이끌려서 “어? 나도 해볼래!”라고 했어. 한 달간 부모님을 설득하고, 한 번의 재수를 거쳐서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을 시작했어. 그때 디자인을 처음으로 접했지.


시각디자인 수업은 평면 작업이 대부분이야. 하지만 난 평면보다는 입체가 좋았고 뭔가 만들어 내길 원했어. 내 스스로도 잘한다고 생각했고. 교수님께서 ‘너는 과제물 입체로 제작해도 된다.’ 고 말 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몇 번의 과제에서 내 관심사를 정확하게 찾았어.

바로 제품을 만드는 거야. 어떤 분야든 자유로이 진행하라는 과제에서 새로운 개념의 선반을 만들었어. 그리고 어린이 완구를 만들라는 과제에서는 모두가 완구를 만든다면, 난 그 완구를 갖고 놀 수 있는 매트를 만들었지. 그때 난 제품디자이너가 되기로 했어. 그때부터 말도 안 되는 큰 도전을 시작했지. 4학년 진학과 동시에 제품디자인 복수전공을 했거든. 담당 교수님 입장에서는 정말 희한한 학생이었을 거야. (웃음) 1학년 전공 기초수업과 4학년 졸업작품을 동시에 수강했으니까. 하지만 난 당당하게 수석으로 졸업했어.



‘재수해도 안 되면 아무 데나 보내자고 하던 골칫덩어리가, 대학교의 수석 졸업을 이뤄냈지!’



학교 졸업 후, 취업 기간을 거쳤어. 그리고 2015년 4월 1일 산업디자인회사에 입사했어. 만우절에 입사해서 아무도 믿지 않던 그때가 아직도 떠올라. (웃음)



나라도 믿지 않았겠다. (웃음) 그럼 그렇게 입사한 회사에서 현재 어떤 일을 해?

제품 디자인의 전반을 담당해. 하나의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실장님께서 브리핑하셔. 그때부터 본격적인 일이 시작돼. 우선 제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고객사에서 전달받은 정보 외에 여러 사례를 참고해서 방향성을 정하지. 그다음, 컨셉을 잡아서 스케치를 진행하고, 2D 렌더링(평면상에서 앞,옆,위를 그리는 작업)과 3D 모델링(3차원 물체를 컴퓨터로 그리는 작업)을 거쳐서 고객사에 전달해. 이 단계에서는 고객사와 상황을 공유하고, 피드백의 반영도 이루어져. 이 과정에서 내가 메인으로 하는 일은 2D와 3D의 작업이야.



보통 어떤 제품을 디자인해?

중장비, 가전제품, IT, 의료 장비 등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을 디자인해.



그럼 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시해?

창의성에 따른 편의성이야. 디자인회사기 때문에 외형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에게 편의성을 주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봐. 어떻게 보면 아이템 개발자 입장인 거지. 대표적인 예가 스팀다리미야. 원래는 분무기와 다리미를 따로 사용했어. 하지만 이를 합치면서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냈어. 이게 내가 말하는 창의성에 따른 편의성이 적절히 이뤄진 결과물이야.



앞으로도 그 두 가지를 중요시하는 디자이너가 되길. 아 근데, 그 디자이너를 함께 준비한 친구는 어떻게 됐어?

내가 먼저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어. 그리고 한 달 뒤에 친구도 나와 한배를 탔고. 그 친구는 현재 게임 그래픽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야.


굿피플 비전

사람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내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사람들이 일상이 바뀌었으면 해. 이는 기술에 따른 변화에서도 발생하지만, 앞서 말한 스팀다리미처럼 생활에서 차별화를 일으키고 싶어.



혹시 이를 구현해낸 작품이 있어?

아직 내 손으로 잡아보진 못했어. (웃음) 보통 하나의 제품이 기획되고 생산되기까지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이 걸리거든.



그렇게 오래 걸려?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제품을 기획하는 순간부터 기간을 잡는 거야. 거기서 일정 기간을 우리가 디자인 작업을 하고. 그래서 그 기간은 정말 정신없어. (웃음)



그럼 디자인이 완성된다고 해도, 언제 제품을 볼 수 있는지는 모르는 거네.

그렇지.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서 다 달라. 제품을 내 손으로 잡으면 엄청 뿌듯할 거 같아. 그 날을 기다리고 있어.



받으면 인증샷 꼭 보내줘. 그럼 인간 김수한으로서의 비전은 뭐야?

내가 아는 사람이 나를 모르게 하지 말자가 내 인생 모토야. 근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쉽지가 않네. 올해는 조금 더 부지런한 삶을 살려고 해!


굿피플 성장

제품디자인은 외형을 디자인하는 것이 우선이야. 하지만 사람에게 새롭고 편안한 사용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해. 그래서 디자인하기 전, 오랫동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려. 이런 활동을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해.


또 다른 활동은, 변태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제품의 모서리를 손끝으로 자세히 느껴봐. 라운드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보면, 그 제품의 디테일을 알 수 있거든.



남들이 보기에는 변태적으로 보일 수는 있겠다. (웃음) 그럼 이 과정에서 스스로가 만족했던 작업물이 있다면?

대학 과제였던 어린이 완구. 제품 디자이너가 돼야겠다고 한 시발점이 된 작품이야. 해당 과제가 주어졌을 때, 대부분이 당장 가지고 놀 수 있는 제품을 생각했어.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을 개발하고 싶었지. 그래서 어린이가 완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어. 매트를 접어 올리면 피라미드 형태가 되는 구조로 완성했어 왜냐면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왜? 어릴 때도 이불 덮고 장난감 가지고 놀았잖아.



‘남들과 다른 시점에서 생각했고, 과제 1등이라는 좋은 성과를 얻었지! (으쓱)’



그럼 혹시 그때가 제품디자인을 복수 전공하기 전인 거야?

맞아! (웃음) 이를 계기로 4학년 때, 제품디자인을 복수 전공하기로 했어. 당시 나를 제외한 모두가 반대했어. 졸업 준비만으로도 바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난 내 결정을 밀고 갔어. 제품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그 해에만 48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할 때까지 총 168학점을 이수했어. 심지어 성신여대까지 가서 수업을 들었어. 갈 때마다 경비아저씨가 나를 잡았지. (웃음) 그 해가 살면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던 해야. (웃음)



진짜 대단하다. 그럼 이와 반대로 본인을 한 단계 성장시켜준 실패 사례가 있다면?

대학교 때 팀 프로젝트를 했어. 당시 나는 군 제대 후, 복학생의 신분이었어. 자연스럽게 팀의 팀장이 됐지. 그래서 나 혼자 계획하고, 결론지어서 팀원에게 지시했어. 당연히 팀원은 이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와 무엇을 하는지를 모른 채 시작했어. 왜? 선배가 시켰으니까. 나는 그게 합리적인 방법이고 열정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주에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는데, 그 과정을 듣고서는 한 친구가 내게 말했어.


‘꼰대 새끼.’


정말 충격이었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랄까? 그때 나의 방법은 정말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때부터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소통과 일의 조율을 잘 이뤄내면서 말이야.



일에 대한 자세를 일깨워준 순간이구나. 디자인을 항상 새로움을 만들어야 하는 직무 중 하나야. 이런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을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소하는 편이야?

술을 참 좋아해. (웃음)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과 가지는 술자리가 좋아. 왜냐면 일 얘기가 안 나오거든. (웃음) 잠시나마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이야.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렇지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일 외적인 이야기를 할 때 풀리는 거 같아. 그럼 이런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디자이너로서 어떤 강점이 있어?

아이디어 발상이 좋아. 앞서 말했듯이, 나는 시뮬레이션을 그리는 시간을 많이 가져. 어린이 매트를 만든 것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잘 생각해내. 그래서 아이디어를 제품화시키기 위해서 해당 역량을 빨리 키우고 싶어.


아이디어 영감은 어디서 얻는 편이야?

문득 생각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제품에 대한 불편함에서 시작해. 하나 예를 들면, 탄산 캔 음료에 빨대 꽂는 구멍이 있는 거 알지? 하지만 컵에 담긴 탄산음료는 빨대를 올린다는 불편함이 있어. 그래서 캔 음료 손잡이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생각했어. 제품화하기는 쉬워. 근데 단가가 안 나와. 그럼 수급이 안 이루어지고. 어떻게 하면 될지를 3년째 찾는 중이야. (웃음)


굿피플 소통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라. 내가 생각하는 소통의 기본적인 예절이야. 왜 소통하다 보면,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알았다고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어. 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이야. 다 듣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상대방의 의견을 반영할 수가 있겠어. 그래서 난 소통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내 생각을 전달하는 편이야.


이는 회의 할 때도 적용돼. 가끔 상반된 의견이 나올 때가 있어. 이때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게 돼. 그럼 일의 진행도 늦어져.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이야기를 멈추고 전 상황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다시 하자고 해.



아직은 고객사와 직접 소통하지 않는다고 들었어. 나중에 고객사와 소통하게 되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때도 고객사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거야. 그 가운데 내가 설득해야 할 상황도 오겠지? 그때는 일정한 톤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싶어. 사람이 감정적이게 되면 말이 빨라지고 언성만 높아져. 결국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돼. 그래서 최대한 생각을 정리해서 차분하게 의사를 전달할 거야.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한 지 2년이 되어가. 그동안 겪은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어?

디자이너로서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사람들이 디자인 작업은 뚝딱 하면 나오는 줄 알아. 굉장히 쉽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절대 아니야! “나 포스터 하나만 제작해줘”. 아마 디자이너분들은 이 부탁을 많이 받았을 거야. 그럼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해. 막상 물으면, “네가 알아서 잘 해줘”라고 말해. ‘화려하지만 차분하게 해주세요’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지. 그래서 보통은 거절하는데, 그때도 “잠깐만 시간 내면 금방 나오잖아~”라고 해.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정말 듣기 싫은 소리야. 디자인 작업을 쉽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



‘잠깐 해서 뚝딱 하고 나오는 디자인은 없어!’


굿피플 보상

법적인 휴가. 내가 생각하는 회사가 기본적으로 줘야 할 보상이야. 주변을 보면 입사 첫해에 하루만 휴가를 주는 곳도 있어. 정말 안타까워. 회사의 구성원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업무가 있다면, 회사도 기본적인 보상을 구성원에게 줘야 해. 그리고 성과에 대한 인정.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칭찬에 인색해. 못 했다는 것은 잘 찾으면서, 잘한 것은 왜 찾지 못할까? (웃음)



단점은 귀신같이 찾잖아. 그럼 디자이너로서 최적의 회사 환경은 뭐라고 생각해?

자유분방한 환경. 창의성은 제한된 환경에서는 나오기 어려워. 우리 아버지께서도 책상 앞에서 머리 싸맨다고 될 일이 아니면서도 왜 그렇게 오래 앉아있냐고 하셔 (웃음)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을 제공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봐. 물론 무한정 시간을 쓰는 건 안 되지만.



끝으로 산업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것이 있다면 말해줘.

가지지 말아야 할 것 – 고정관념. 디자이너가 절대로 가지지 말아야 할 마인드야. 작업을 보는 모든 시야는 나와 같을 수는 없어.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서 일해야 해. 그러지 못한다면, 본인만 좋아하는 제품이 될 거고, 판매로 이루어지지 못해. 그래서 이 마인드를 꼭 가지지 말았으면 해.


디자인 프로그램 – 기본적인 디자인 프로그램은 사용했으면 해. 가끔 그런 사람이 있어. 첫 회사에서 모든 것을 배워서 다른 회사에서 역량을 펼치고자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회사는 기본적인 것까지 알려주는 학원이 아니야. 그리고 그 마인드로는 다른 회사에서도 역량을 펼치기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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