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 하면 생길 일


모두가 들떠 있는 봄날의 캠퍼스에서 유난히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반수생. 반수생의 생활은 이름처럼 애매하다. 신입생도 재수생도 아닌 붕 뜬 한 학기를 보내고 나서, 혹독한 수험생의 삶을 견뎌야 한다. 그나마 성공하면 다행이지, 만약에 실패하게 되면 떠나고 싶었던 바로 그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수에 도전한다.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사람 중에도 반수를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반수 하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미리 알아봤다.

1. 반수, 왜 그 험한 길을 선택했나

이유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 만족하지 못해서. 가장 흔한 사례는 수시도 다 떨어지고, 수능마저 망해서 목표하던 대학에 가지 못한 경우다. 생재수(?)를 하기엔 뭔가 불안하니까, 일종의 보험 개념으로 일단 갈 수 있는 대학에 입학한 뒤 다음 수능을 준비하는 것.

한편 입학한 지 1,2년이 지난 뒤에야 출발하는 늦깎이 반수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신입생 때는 마냥 노는 게 좋아 넋 놓고 있다가 불현듯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수를 시작하는 케이스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전공이 적성이 안 맞는다거나, 미래가 어두워 보인다거나 하는 게 주된 이유다.

경험자의 말

2. 신입생도, 재수생도 아닌 애매한 시기

반수생에게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은 ‘어차피 떠날 곳’이다. 친구를 사귀기도, 과 행사에 참여하기도, 수업을 열심히 듣기도 좀 애매하다. 이때 반수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다 부질없어’파. 내 사전에 실패는 없다. 나는 반드시 반수에 성공할 것이고 이곳에 다시 돌아올 일은 없다. 성적은 포기하고 친구도 사귀지 않는다. 이들은 남들 다 미팅할 때, 학교 도서관에서 수능특강 펴 놓고 공부할 정도의 강단이 있는 친구들이다. 또 다른 유형은 ‘그래도 여기서 반년은 지내야 되는데’파. 아무래도 아는 사람 한두 명은 있어야지 싶어서 개강총회도 가고, 혹시나 해서 성적도 적당히 챙기는 유형.

경험자의 말

3. 벚꽃이 지기 전에 1차 이탈자가 발생한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서는 곳이 달라지면 보는 풍경도 달라진다. 우리나라 입시환경의 특성상, 고등학생 땐 다들 모의고사 점수와, 대학 이름값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대학에 와보니 그게 아니네? 세상엔 입시 경쟁보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게 훨씬 많잖아! 굳이 반수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과정을 거처 벚꽃이 지기 전에 1차 이탈자가 발생한다.

반수의 목적이 단순히 지금보다 입결 높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었고, 입학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면, 꼭 반수를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 전체로 봤을 때 반수는 어디까지나 취사선택 가능한 옵션일 뿐이다. 20년 만에 느낀 자유의 맛에 반해 현실을 즐기던, 고통을 감내하고 미래에 투자하건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경험자의 말

4. 여름방학, 본격적인 반수생 라이프 시작

feat. 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지?

본격적인 반수 라이프는 여름 방학부터 시작이다. 수능까지 약 5개월. 경쟁자들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하루빨리 페이스를 찾아 따라잡아야 하는데… 아뿔싸. 수능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초중고, 12년 동안 공부한 걸 다 잊어버렸다. 특히 수능 공부를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된 늦깎이 반수생은 상태가 심각하다. 근의 공식은 우주로 가는 주문인 듯 생소하고, OMR 카드 마킹 하는 법까지 잊은 사람도 있다.

또 그새 대학생의 생활 방식이 몸에 익어, 공부하려고 자리에 앉아있는 것부터가 힘겹다. 문제 하나 풀고, 휴대폰 한번 보고. 모의고사 60분은 그야말로 고문이다. “그래도 두 번짼데 현역들보단 낫겠지” 하고 근자감을 부렸던 몇 달 전의 나 새끼를 매우 치고 싶어지는 시기다.

경험자의 말

5. 수능 직전, 반수는 멘탈 싸움이다

반수생은 고3 수험생에 비해 목표하는 대학이 뚜렷하다. 최소한 지금 다니는 학교보다는 좋은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 그래서 원하는 성적이 바로바로 나오지 않을 때 무너지기 쉽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초조함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반수를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아진다.

솔직히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도 반수생을 약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외롭고 힘드니까 꽃 중의 꽃, 자기 합리화가 만개한다. “전에 다니던 대학도 나름대로 괜찮지 않았나?”

경험자의 말

6. 반수 그 이후…

경험자의 말

저는 실패해서 전에 다니던 학교로 돌아왔어요. 슬펐지만 의외로 후회가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가자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복수전공도 할 예정이고 따로 학원도 다니고 있어요. 반수 경험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반수생 B

원하던 대학에 진학하긴 했지만, 솔직히 상상했던 만큼 극적인 변화는 없어요. 아무래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마냥 놀기만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입학하자마자 대외활동 같은 걸 찾아보고 있어요. -반수생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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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 김혜원 에디터 hyewo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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