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일깨워주는 존재의 엄중함 /핀란드 일기 ①날씨

Fact



▲2017년 4월 첫주 헬싱키, 탐페레, 투르크 기온 -2도~8도. ▲대기 중 습도 최대 91%(4월 5일 탐페레 기준) ▲핀란드에는 무려 17만 8000개의 호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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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고 하지만 봄 같지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딱 요즘 핀란드 날씨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우리나라의 4월은 병아리떼 총총총 개나리 물고 나들이 떠나는 봄날이지만, 핀란드의 4월은 굶주린 까마귀 떼가 먹이를 찾아 싸늘한 저녁을 헤매는 늦겨울이다.   내가 있는 탐페레(Tampere)는 우리로 치면 대구나 광주 쯤 되는 곳이다. 탐페레는 2개의 커다란 호수를 연결하는 길목에 자리한 공업도시다. 호수와 호수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대기 중 습도가 높은 편이고, 아침이면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이 많은 편이다. 무언가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도 많다. 이곳 사람들은 무신경하게 우산도 쓰지 않고, 유모차까지 끌고 나와서는 칙칙한 '봄'을 즐기곤 한다. 그래도 어쨌든 봄은 봄이니까.

습도 높고 추적추적… 바람불고 구름 낀 추운 날씨

이곳은 아직까지 아침저녁으로 오들오들 떨릴만큼 쌀쌀하다. 핀란드 기상청에 따르면 4월 첫주 헬싱키, 탐페레, 투루쿠 등 대도시의 날씨는 -2도~8도. 그러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실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이 보다 조금 더 낮은 것 같다.

탐페레의 대기 중 습도는 4월 5일의 경우, 최대 91%로 발표됐다. 한여름 서울에서 이 정도 습도가 나왔으면, 아마 숨이 턱턱 막혔을 터. 하지만 바람이 강해서 그런지,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아니면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이곳에선 눅눅하다는 느낌이 덜하다.(대기오염 측정 사이트 airvisual.com 4월 5일 기준 21, 서울은 65. 탐페레 가시거리 19km)

이곳에선 요즘 며칠째 계속 아침 안개를 볼 수 있다. 도시가 호수 사이에 있어서 그런 듯 하다. 이 지역 호수는 호수라고 부르긴 하지만, 큰 곳은 바다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나게 크다. 배를 타고 잘못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미아가 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대기중 습도, 최대 91%

이곳 말로 핀란드를 수오미(Suomi)라고 한다. ‘수천개의 호수가 있는 땅’이라는 뜻이란다. 그만큼 이 나라에 호수가 많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말로는 ‘수천개’라고 하지만 실제 핀란드에 있는 호수는 무려 17만 8000개로 알려져 있다. 이 17만여개의 호수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섬이 무인도를 포함하면 최소 10만개 이상이라고 하니, 수오미(Suomi)라는 나라 이름은 어찌 보면 무척 겸손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호수가 많은데다 대기가 맑아서 그런지, 핀란드의 새벽 안개는 무척 상쾌한 느낌을 준다. 폐 한가득 들이마시는 안개의 맛이 이렇게 달착지근하고 시원했다는 것을, 어렸을 때 이후 수십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것 같다.

고소하고 상쾌한 아침 안개의 맛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 내가 느끼는 체감 온도는 서울의 한겨울과 비슷했다. 거리에 나가 보면 털모자와 털장갑을 끼고, 부츠를 신고 총총 걸음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기분으로나마 봄을 느끼고 싶어하는 몇몇은 성급하게 반팔을 입고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사실은 엄청 추울테지만) 씩씩하게 거리를 활보하곤 한다. 

핀란드의 겨울은 대단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라고 한다. 그 맹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바다다. 소금기가 강해서, 우리나라에서는 1년 내내 얼지 않는 바다가, 이곳에서는 4월에도 일부 얼어있을 정도니까.

바람도 무척이나 거세다. 사진을 찍느라 한 30분 정도 밖에 있었는데, 손이 곱아 감각이 떨어져서 셔터를 누르기 힘들 정도가 됐다. ‘강추위’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약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살아보겠다'는 나무의 안쓰러운 몸부림

눈길을 끄는 것은 나무의 모양이다. 가지와 잎이 한 쪽으로만 자라난 나무를 이따금씩 볼 수가 있다. 도대체 날씨가 얼마나 혹독하면 저럴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바람을 피하고 햇빛을 좇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곳을 향해 뻗어가려는 나무의 몸부림이 처절하면서도 위대하게 느껴진다. 생명이란 그 존재 자체로서 거룩하고도 존엄하다는 사실을, 힘들더라도 살아내는 것이 존재의 엄중함이라는 사실을, 나무가 웅변하는 핀란드의 봄이다. (이인회)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팩트올

기자들과 후원자들이 만든 비영리 언론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보도를 지향하기 위해 이름을 ‘팩트올’로 정했습니다. 팩트체크와 탐사보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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