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들 200명 단체로 바보 만든…북한의 핵폭탄급 ‘황당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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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1~13일 ‘빅 이벤트’를 이유로 200여명의 외신기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 빅 이벤트의 내용을 두고 ‘새 무기를 보여주려는 것’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 있을 것’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기자들은 행사장에 휴대폰, 노트북, 심지어 물통도 가져가지 못했다. ▲그만큼 궁금증도 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빅 이벤트는 평양 신시가지인 ‘여명거리’의 준공식이었다. ▲200여명의 외신기자들을 단체로 바보로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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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4시 50분. 북한 경호원들이 난데없이 기자들을 깨웠다. 평양의 호텔에서 숙박 중이던 기자들은 부랴부랴 옷을 입고 호텔 밖에 집합했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에는 누가 있는지, 무엇을 하게 되는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빅 이벤트(big event)’를 보러 간다는 것만 알았다.”


북한에 초청을 받은 CNN의 윌 리플리(Will Ripley) 기자가 묘사한 13일 아침 평양의 풍경이다. 초청을 받은 또다른 기자인 로이터(베이징지사)의 웡수에린(Sue-Lin Wong)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휴대폰-노트북-물통도 못 가져가게 했다”


“아침부터 경호원들이 기자들에게 내린 지시는 ‘여권과 카메라 외에 아무것도 챙기지 말라’는 것이었다. 휴대폰도, 노트북도, 심지어 물통도 안 된다고 했다. ‘왜 물도 안 되나’는 질문에 경호원은 ‘빅 이벤트가 열릴 장소에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대소변을 해결하라’고 했다.”


두 기자가 말한 ‘빅 이벤트(big event)’는 도대체 뭘까. 그리고 이들은 왜 평양에 들어간 걸까.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3일 “북한은 ‘태양절’로 불리는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외신 60여 곳의 기자와 관계자 약 200명을 북한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은 11~12일에 평양에 도착했다고 한다. 한국 언론은 한 곳도 초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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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무기 보여주려는 것’-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있을 것’ 추측 난무


그런데 북한 당국이 초청 이유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12일 “북한이 새로운 무기를 선보일 것이란 추측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100주년 생일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호주 뉴스닷컴은 12일 “미사일 발사나 6차 핵실험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빅 이벤트의 실체는 13일 오전이 다 지나도록 드러나지 않았다. 기자들이 통신장치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궁금증은 13일 낮 12시 10분이 돼서야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로이터의 제임스 피어슨(James Pearson ) 기자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다. 그는 “그것(빅 이벤트)은 새 거리의 준공식이었다”고 했다. 이어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의 제레미 고(Jeremy Koh) 기자는 낮 1시 20분, 트위터에 거리의 사진을 공개했다. 평양의 신시가지인 ‘여명거리’였다.




행사 내용은 어이없게 평양신시가지 준공식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3월,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로 여명거리의 건설을 지시했다. 여명거리에는 70층 아파트를 포함해 고층 빌딩 20여 채가 들어섰다. 일부 건물에는 태양광 패널도 설치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1년 만에 지어졌다. CNN은 “수많은 군인들이 여명거리의 건설에 투입됐다”며 “이들은 김일성의 생일 전까지 완공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여명’은 북한의 태양으로 불리는 김일성을 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명거리 준공식에는 김정은이 직접 참석했다. LA타임스는 13일 “파스텔풍의 건물들에 둘러싸인, 빨간 카페트가 놓인 무대 위에 김정은이 나타났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박봉주 내각총리가 “여명거리는 핵탄두 100개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채널뉴스아시아는 13일 “준공식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신의 길을 갈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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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식에는 김정은과 함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실세들이 참석했다. 김정은은 준공을 상징하는 빨간색 띠를 잘랐다. 우렁찬 축하소리가 터져 나왔고, 수많은 풍선이 하늘로 날아갔다. 이후 김정은은 무대에서 내려와 벤츠 리무진에 올랐다. 그가 사라진 뒤의 풍경을 CNN은 이렇게 전했다.


“김정은이 사라지자 거리가 잠깐 동안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몇 분 뒤, 마치 마법이 풀린 것처럼 다시 왁자지껄해졌다. 그리고 모두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행진하며 애국적인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지은 찬란한 새 도시에 경외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곳은 그들이 사는 마을과는 극명히 다른 도시였다.”


초청을 받은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북한의 깜짝쇼에 허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우롱당한 것이다.

팩트올은

기자들과 후원자들이 만든 비영리 언론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보도를 지향하기 위해 이름을 ‘팩트올’로 정했습니다. 팩트체크와 탐사보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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