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푸치의 모닝레터_0417. 시 한 편이 전하는 공감의 힘

그 동안 특정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시가 영화 <일 포스티노><미녀와 야수><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 작품이나 아이패드 에어나 푸르지오, MG새마을금고 등의 광고에 활용되면서 우리 실생활 주변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요. 만물이 생동하고 꽃이 활짝 피어나는 봄날을 맞아 SNS 등에도 용혜원, 김용화, 정호승, 윤동주의 시가 인친의 피드에 소개되면서 좋아하는 시인이 쓴 시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앞서 소개한 영화관 광고뿐 아니라 도서출판 창비가 최근 출시한 시 전용 어플(앱) '시요일'에서도 볼 수 있어요. 필자가 매일 발행하는 모닝레터처럼 시요일 앱 역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날씨·계절 등에 맞춰 매일 시 한 편씩을 배달(푸시)해주는 '오늘의 시' 콘텐츠가 있는데요. 어제 16일, 목포신항과 광화문 등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를 했던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추모의 분위기에 따라 지난 14일에 앱을 통해 소개한 정호승 시인의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중략)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창비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요즘 대중은 호흡 긴 독서보다 시처럼 편 단위의 짧은 독서를 원한다"고 앱 개발 배경을 설명했고, 한 시인은 "소설과 달리 편 단위로 골라 읽는 시집의 일반적인 독서법에 잘 들어 맞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어요. 보통 신간 시집의 유통 기간이 3∼6개월에 불과하고 1970∼80년대 시집 판본을 구하기도 어려워 창비가 펴낸 시집의 시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언제든 실생활에서 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 같아요. 음원 어플의 추천 서비스처럼 시요일 역시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별로 분류해 놓은 '테마별 추천시' 코너도 있으며, 키워드 검색으로도 시를 찾을 수 있고 감정·주제·시간·소재 등 네 가지 범주에 80개가 넘는 해시태그(#)를 통해 시를 읽을 수도 있다고 해요. 중국에 홍콩을 반환던 시기를 배경으로 영화 <아비장전>에서 장국영이 청춘의 방황과 고뇌를 맘보 리듬에 실으며 몇 차례나 되뇌이던 '발 없는 새'와 동명의 제목인 이제니 시인의 시도 감상하게 됐습니다. 시요일에는 운율을 띠는 시도 있지만 다양한 장르의 산문시도 소개되고 있는데요, 읽기엔 다소 난해하지만 특유의 리듬이 인상적이어서 필자의 SNS 계정에도 소개해봤어요. 국가라는 시스뎀 부재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나 당시 홍콩 청년들이나 다르지 않아 보이고, 날아다녔으나 내려 앉지는 못했던 '발 없는 새' 같은 날들이 곧 우리의 청춘이었기에 청년들에게 작은 위안을 전할까해서요. 발 없는 새 / 이제니 청춘은 다 고아지. 새벽이슬을 맞고 허공에 얼굴을 묻을 때 바람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지.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 이제 우리 무엇을 할까. 어디든 어디든 무엇이든 무엇이든. 청춘은 다 고아지. 도착하지 않은 바람처럼 떠돌아다니지. 나는 발 없는 새. 불꽃 같은 삶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 옷깃에서 떨어진 단추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난 사라진 단춧구멍 같은 너를 생각하지. 작은 구멍으로만 들락날락거리는 바람처럼 네게로 갔다 내게로 돌아오지. 때론 수 십 권의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시 한 편이 주는 여운에 공감이 되는데요, 공감의 힘을 믿는 하루 되시길 From Morningman.



Social Film/Healing Qurator,Reporter,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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