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말하는 ‘국가’와 ‘공권력’…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핀란드 일기⑨

Fact



▲사람은 왜 정치를 하는 걸까? 그리고 국가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국가는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폭력은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 경우 국가는 약자가 아니라, 항상 강자의 편에 선다”면서 “한 사람의 부조리한 착취를 정당화하고, 여러명의 다수를 억압하기 위해 국가가 행사하는 폭력이 공권력”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그는 병역거부와 납세거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데올로기를 거부했다.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아 비폭력운동을 벌인 사람이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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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500만명에 불과한 핀란드에는 무려 15개의 정당이 있다. 극우부터 온건보수, 온건좌파, 극좌까지 온갖 정당이 다 있어서, 핀란드는 유럽에서 정치적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나라로 꼽힌다.  지난 4월 9일 일요일, 이 나라에서 기초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결과는 전국연합(National Coalition)이 20.7 %로 1위,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ic Party)이 19.4%로 2위, 중앙당(Centre Party)이 17.5%로 3위를 차지했다.  선두를 차지한 ‘전국연합’은 극우파(핀란드당), 보수파(전국연합), 중도우파(중앙당) 등 노선을 달리하는 정치인들이 모인 정치공학적 정당이다. 보수적 정치성향이 강하다. 2위에 오른 사회민주당은 진보좌파. 3위를 차지한 중앙당은 말 그대로 중도정파다. 

3%대 지지율 변화에 주목

핀란드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서 12.4%의 지지를 얻어 4위를 차지한 녹색당(Green League)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이 정당이 15개 정당 중 유일하게 3.9% 지지율 상승(2015년 선거 대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5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의 핀란드당(Finns Party)은 -3.5%의 지지율 하락을 보였다. 핀란드에서는 정치적 변화의 폭이 작기 때문에, 3%대의 지지율 변화는 주목할만한 수치라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핀란드 사람들은 정치색이 강한 정파보다는, 환경과 인권을 강조하는 중도 정파에 힘을 실어줬다.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녹색당(+3.9%, 4위)을 포함해, 좌파연맹(+0.8%, 6위), 기독교사회당(+0.4%, 8위) 등 온건 중도파의 지지율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극우 정파로서 민족적 색채가 뚜렷한 핀란드당(-3.5%, 5위)과, 정치공학적 보수파인 전국연합(-1.2%, 1위), 그리고 좌파인 공산당(-0.2%, 10위)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온건하면서도 합리적인 핀란드 사람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동물정의당, 해적당, 페미니즘당 등 신생 정당

올해 있었던 핀란드 기초의회 선거에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페미니즘 정당(Feminist Party)이나, 동물의 권익을 내세운 동물 정의당(Animal Justice Party),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하는 해적당(Pirate Party) 등 이색적인 정당도 출현했다. 

페미니즘 정당은 올해 처음 1석을 얻어, 원내에 진출했다. 해적당(Pirate Party)은 2석을 차지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전차 설치’가 지방선거 최대 쟁점

탐페레 지역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전차(tram)’였다. 앞서 4월 4일 선거운동 현장에서 만난 사회민주당 지지자 리이나헤이노(Reenaheino)씨는 “탐페레는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인데도 아직 전차가 개통되지 않았다”면서 “시민의 편의를 위해 하루빨리 전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비용을 이유로 전차 개통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자동차업계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며 “전차가 개설되면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자동차업계가 정치인을 부추겨 전차 개설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핀란드당, 전국연합 등 보수정당이 ‘전차’에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국연합은 “전차를 개통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면서 비용 마련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국연합 지지자인 파울리나(Pauliina)씨는 “전차를 개통하자는 이야기는 세금을 더 거두자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기독교사회당이나 사회민주당 등은 “채권을 발행해 비용을 마련하고, 나중에 이용자들로부터 사용료를 거두면 투입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하면 될 일을 (전국연합 등이) 마치 일시불로 상환해야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콜렛, 사탕 나눠주고 풍선 날리며 선거운동

핀란드 기초의회 선거 모습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온화하고 차분해 보였다. 확성기나 유세차는 볼 수 없었다. 특이한 것은 각 정당이 모두 같은 자리에 캠프를 마련하고, 동시에 선거 운동을 한다는 점이었다. 

지지자들은 정해진 공간(탐페레시의 경우엔 중앙역 광장 인근)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일부 열성 운동원들은 풍선, 사탕, 초콜렛 등과 함께 팜플렛을 나눠주면서 지지 정당과 후보를 홍보하기도 했다. 핀란드 시민들의 선거운동 모습은 우리에 비해 점잖아 보였지만, ‘이슈’를 둘러싸고 벌이는 논쟁의 방식은 우리와 별 차이 없어 보였다.

‘국가는 폭력이다’

사람들은 왜 정치 행위를 할까? 정치의 꽃이라는 선거운동에 대해 “로마 시대 검투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현대화한 것”이라거나 “고대의 부족 전쟁을 제도화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러나 “국가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행위”라는 시각도 있다. 19세기의 대문호로 평가받는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 1828~1910)의 시각이 그렇다. 

톨스토이는 ‘국가=민중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존재’라고 봤다. 그는 ‘국가는 폭력이다 : 평화와 비폭력에 관한 성찰’이란 책(달팽이 출간)에서 “노예가 일요일 교회에 가거나, 뜨거운 물에 목욕하거나, 한가로운 시간에 옷을 수선하도록 허락받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느냐”면서 “사람들은 국가의 폭력에 복종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어떤 행위에 대해 국가의 승인을 받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치명적인 오류”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이 필요에 따라 생산한 물건은 관습이나, 여론 또는 상호 합의에 의해 보호된다고 봤다. 이런 경우엔 폭력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한 사람이 수십만평의 땅을 갖고 있는데, 그 근처에 사는 수천명은 필요한 땔감조차 없다면, 이 경우엔 폭력이 필요하다. 이 드넓은 땅을 가진 사람이, 자기가 가진 것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항상 강자의 편에만 선다”

톨스토이는 “만약 사람들이 각자가 필요한 만큼만 누리고 산다면,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폭력은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이 경우 국가는 항상 약자가 아니라, 강자의 편에 선다. 국가는 한 사람의 부조리한 착취를 정당화하고, 여러명의 다수를 억압하기 위해 공권력을 행사한다. 나아가 국가는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폭행을 가하고, 심한 경우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그런데도 국가는 이를 은폐하려 하고, 미화하려 한다. 그래서 국가는 더 나쁜 존재다. 

국가의 폭력성과 은폐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군대다. 톨스토이에 따르면 군대는 “통치계급이 기존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존재”다.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군대가 필요하다”는 국가의 주장은 거짓이다. 그에 따르면 정부는 세금을 거둬 들이기 위해서 군대를 유지하며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착취하기 위해서 군대를 유지한다. 애국심은 국가가 국민에게 가하는 세뇌다.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부를 거둬가고, 군대를 모집해 지속적인 과세를 가능하게 하고, 언론 종교 교육을 통해 국민을 세뇌시킨다.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사람들에게 한 말

톨스토이는 이런 국가의 지배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것이 더 낫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없다는 것이 정말로 무정부 상태를 야기한다고 하더라도(실제로는 그렇게 되지도 않지만) 무정부적 혼란이, 정부가 만든 현재 상황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했다. “국가라는 강제적인 힘이 없어도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톨스토이는 국가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병역거부와 납세거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데올로기를 거부했다. 그는 ‘기본적인 윤리’ 한 가지면 모든 것이 충분하다고 봤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들을 대접하는 것, 그 한가지로 충분하다고 했다.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치인들과 달리, 이같은 주장을 말로만 하지 않았다는 것이 톨스토이의 남다른 점이다. 명문 귀족으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밭을 갈며 농민의 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잘난 척하는 귀족들보다, 무지한 농민들과의 관계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전쟁과 평화(Voina i mir)’ ‘안나 카레리나(Anna Karenina)’ 등의 대작을 남긴 그는 국가와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 일로 부인과 크게 다툰 톨스토이는 1910년, 82세의 나이로 가출했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대에도 “어쩔수 없지만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좋다. 그러면 그 사람들을 최전선으로 보내라. 전투 병력을 이끌게 하고, 모든 공격부대의 선봉에 서게 하라.” 

그 다음에 톨스토이가 생략한 말은 이것인지 모른다. (“그 다음에도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지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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