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세하우스 | 나오시마

1992년에 오픈한 베네세하우스는 미술관과 호텔을 일체화한 종합 공간이다. 가장 먼저 완공된 미술관부터 오벌, 파크, 비치라는 이름의 숙박 전용동까지, 모두 안도 타다오가 설계를 맡았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은 지추미술관처럼 외관상으론 보이는 것이 많지 않은 건축이다. 갤러리 공간은 거의 땅 속으로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자연의 지형을 살려, 산을 파고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지형을 건축적으로 잘 살려냈다. 정상에 있다고 생각하고 아래로 내려갔는데, 거기서도 다시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식이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은 단지 작품을 구입해 전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를 나오시마로 초청해 전시 공간을 보여준 다음 현지에서 작품을 제작하도록 시도해왔다. 최초로 제의를 받은 아티스트는 야니스 쿠넬리스다.


쿠넬리스는 말하자면 ‘라이브live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몇 번이나 나오시마에 왔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작업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 어떻겠는가’ 하는 등의 계획을 보내왔다. 그래서 제작을 요청했는데, 그때 그때의 감각에 따라 계획을 계속 변화시켰다. 학생이나 섬사람들이 조수 역할을 하며 그를 도왔는데, 그 와중에 재료가 바뀌거나 늘어난 것이다.


그가 선택한 소재는 물에 떠내려온 나무, 흔히 사용하는 컵이나 접시등 일상적인 친숙함이 깃든 것들이었다. 그러나 수집은 어느 정도 양이 확보되지 않으면 힘을 느낄 수 없다. 물에 떠내려온 나무 또한 나오시마에서 찾으면 되겠지 생각했으나, 턱없이 부족해서 다른 섬에 모으러 다녀야 했다. 그는 소재를 세심하게 선택한다. 예를 들어 물에 떠내려온 나무라고 해도 자연의 나무가 아니라 가공되어 건물 등에 한번 사용되었던 것들이어야 한다. 사용하는 재료는 모두 인공물이다.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라지고 이제는 쓸모없어진 그런 소재들을 모았다.


그러한 재료를 물로 씻은 뒤 오래된 것처럼 보이도록 납판으로 싸는 방식을 이용했다. 처음 계획은 만두처럼 단지 싸기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대량으로 만들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더 큰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쿠넬리스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해결책 없이는 아무것도 진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꽤 오래 기다렸다. 최종적으로 김밥 모양으로 마는 계획이 나왔고 작품이 완성되었다. 실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어느 날 모두 모여 김밥을 먹은 일이 있었다. 어쩌면 쿠넬리스는 그때 먹은 그 김밥에서 힌트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그 후 나오시마에서의 활동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하나의 원형이 되었다. 아티스트가 와서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아이디어를 가다듬은 뒤, 우리를 포함한 주민들이 협력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런 방식 말이다.


리처드 롱Richard Long 은 돌, 나무와 진흙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롱의 경우는 나오시마에 맞춰 스타일을 바꿨다기보다는 늘 하던 방식대로였다. 물에 떠내려온 나무는 이 근처에서 구할 수 있었고, 돌은 큐슈에서 조달해왔다. 롱에게는 일본적인 소재의 하나였을 것이다. 모두 함께 베네세하우스의 바닥에 돌을 둥글게 깔아 채웠다. 벽의 드로잉에는 진흙을 가져와 썼다. 진흙은 직접 만들어보았지만 그다지 잘 되지 않아, 롱이 평소에 사용하는 영국 에이본 강의 진흙을 썼다. 나무가 있고, 돌이 있고, 진흙이 있는, 그리하여 자연의 구성물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그러한 제작 방법이다.


그런데 야니스 쿠넬리스와 리처드 롱 모두 베네세하우스에 작품을 설치하느라 실은 몹시 고생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건축으로 보면 매우 재미있지만,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에는 꽤나 까다로운 공간이다. 건축물 자체의 개성이 강하고, 하얀 벽면도 없으며, 전시 공간치곤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티스트 쪽에서 적극적으로 풍경이나 건물로 손을 뻗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안도가 전시 공간으로 정해둔 곳이 아니더라도 아티스트가 원하는 장소가 있거나, 작품을 둠으로써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곳에서 전시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예를 들어 쿠넬리스의 작품이 있는 곳은 본래 창문이었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작가 | 후쿠타케 소이치로, 안도 타다오

출판 | 마로니에북스

책으로 꾸민 초록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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