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란... 화엄경 동종선근설에 '일천 겁 동종선근자는 일국동출 이며 이천 겁 동종선근자는 일일동행' 이라는 말이 있다. 일천겁의 같은 선근을 인연으로 해서 같은 나라에 태어나고 이천 겁의 같은 선근을 인연으로 해서 하루를 동행한다는 뜻이었다. 일 겁은 사전적으로 말하면 천지가 한 번 개벽하고 다음 개벽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인데, 불교에서는 버선발로 승무를 추어 바윗돌 하나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연이란 얼마나 지중한 것인가.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우연이란 결단코 없는 법이다. 비버리 민스터에 있는 여러 개의 탑 중 하나에 '지금 아니면 언제' 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적혀 있는 이상하고도 오래된 문자판 하나가 있다. 그곳의 모든 주민들에게, 그곳을 찾는 낯선 이들에게, 그리고 그곳을 지나가는 동행인들 모두에게, 아침에도, 정오에도, 해질 무렵에도... 그 간단한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지금 우리의 인연이란. 우리 인연의 도개교는 언제쯤 내려질까. 100420 , Rafae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