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최순실 ‘3시간의 표정 변화’…서울중앙지법 법정 현장 취재

Fact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 대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첫 정식재판이 열렸다. ▲‘40년 지기’ 두 사람은 법정에 들어서자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법정 천장과 정면을 응시하는 등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재판이 길어지자 물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는 등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최순실씨는 때때로 눈을 감고 있거나, 한숨을 내쉬었다. ▲싸인펜으로 종이에 뭔가를 적기도 했고, 삼성이 딸 정유라씨를 지원했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이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법정의 분위기를 디테일 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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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 대법정엔 긴장감


박 전 대통령, 남색 정장 차림…머리는 집게핀으로 정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10시 2분쯤이었다. 앞서 미결수인 박 전 대통령은 포승줄을 하지 않고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카메라 셔터는 신동빈 회장 때보다 더욱 강렬하고 빠르게 터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 차림이었고, 53일 전보다 수척해 보였다. 옷깃에는 하얀색 동그란 배지가 달려 있었다. 배지에는 수용자 번호 ‘503’이 적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이전만큼의 ‘말끔한’ 올림머리는 아니었지만 꽤 단정하게 머리를 올린 상태였다. 뒷머리는 약 15cm 크기의 집게 핀으로 고정했고, 옆머리, 잔머리 등은 6~7cm 크기의 검정색 똑딱핀 3개를 사용해 정리한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서로 눈길도 주지 않아

곧바로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옅은 베이지색 수의를 입은 최순실씨가 입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최순실씨는 머리를 뒤로 묶은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의 것과 같은 검정색 똑딱핀이 꽂혀 있었다. 구치소에서 구입할 수 있는 비품인 듯했다.     


판사석을 기준으로, 유영하 변호사→ 박 전 대통령→ 이경재 변호사→ 최순실씨→ 백창훈 변호사→ 신동빈 회장 순으로 좌석이 배치됐다. 그 뒤로는 각 피고인측 변호사 11명이 배석했다. 

10시 5분, 법원 측은 카메라 기자들을 퇴장시켰다. 이어 각 피고인들에 대한 인정신문이 시작됐다. 인정신문은 피고인의 성명, 직업, 생년월일, 본적을 확인하는 절차다. 판사가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사에 대해서는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최순실씨, 신동빈 회장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10시 15분~55분쯤까지 약 40분 동안 검사 측이 공소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의자 팔걸이에 두 팔을 살짝 올린 채 반대 편 검사 측 좌석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종이컵에 생수를 따라 마시기는 했지만 그 빈도가 잦지는 않았다. 표정 변화도 딱히 없었고, 눈 깜빡임도 일정했다. 정장 상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으로 유추해 볼 때, 숨 쉬는 속도 역시 빠르거나 느리지 않았다. 한 마디로 꽤 안정적으로 보였다. 

최순실씨, 한숨 내쉬고 딸 이야기 나오자 웃음 짓기도

반면 최순실씨는 검찰의 설명을 듣고 있는 동안 때때로 눈을 감고 있거나, 한숨을 내쉬었다. 싸인펜으로 종이에 뭔가를 적기도 했다. 오른쪽에 앉은 이경재 변호사에게 여러 번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이 딸 정유라씨를 지원했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피고 측의 답변이 시작됐다. 3명의 피고인 측 변호인 모두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론을 맡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범행 동기가 없고 △공범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공소사실에 없고 △검찰이 공소장에 제출한 증거 대부분이 언론 기사라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호칭에 대해 “대통령께서”라고 표현했다. 이를 인지한 유 변호사는 “죄송합니다”라며 “피고인 박근혜는”이라고 바로 고쳐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피고인 박근혜’가 아니라 ‘대통령님께서’ ‘박근혜 대통령’ 혹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재판부의 말에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유 변호사의 발언이 끝난 11시 26분쯤 재판이 약 15분간 중단됐다. 이경재 변호사가 최순실씨의 ‘급한’ 사정을 감안해 휴정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고인들과 방청객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느라 법정을 빠져나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보다 피고인석에 먼저 돌아온 신동빈 회장은 주머니에서 사탕같이 보이는 것을 꺼내 먹기도 했다.  


11시 40분, 다시 재판이 진행됐다. 이경재 변호사 역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추가 발언을 했다. 최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제가 이 재판정에 박 대통령을 나오시게 했다는 게 죄인인 것 같고, 박 대통령께서는 뇌물로 움직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최씨의 목소리는 울먹이는 듯 떨렸다. 


박 전 대통령의 표정에는 미동이 없었다. 최씨는 마치 검찰에게 공표를 하듯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검사들에게 받은 압박은 앞으로도 충분히 얘기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 측 백창훈 변호사의 말은 짧았다. 그는 “피고인에 대한 사건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르고 법리적으로도 의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세한 내용은 추후 의견서로 제출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판사는 신동빈 회장에게 다른 피고인들에게 질문할 때와는 달리 말을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신동빈 피고인은 공소장을 받아봤습니까?”라고 물었다. 신 회장의 한국어 실력을 감안한 듯했다. 

판사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 신 회장은 처음에는 “네”라고 답했다가, 판사가 재차 느리게 묻자,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변호인과 똑같은 의견입니다”라고 답했다. 

15분간 재판 중단 등 3시간 동안 진행…예상보다 길어져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삼성 뇌물 수수 등의 사건을 병합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공소사실이 완전히 일치하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따로 심리하면 같은 내용의 증인 신문으로 불필요한 시간이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12시 30분이 지나자, 별 미동이 없던 박 전 대통령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 마시는 속도도 빨라졌다. 최순실씨 역시 눈을 비비거나 고개를 뒤로 젖히는 등 예상보다 길게 이어진 재판 때문에 힘들어하는 듯했다. 재판은 오후 1시가 다돼서야 끝이 났다. 


5cm 정도 높이로 보이는 검정색 구두를 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총총 법정을 빠져나갔다. 기운이 빠진 모습이었다. 반면, 박 전 대통령보다 법정 출석 경험이 더 많은 최순실씨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였다. ‘40년 지기’ 두 사람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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