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취업하기⑤/ “자신을 과대포장하지 마세요”…28세 취준생의 IT기업 합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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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한별(28)씨는 지난 4월, 일본 IT기업 ‘RPA 테크놀로지’로부터 입사 결정 통보를 받았다. ▲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준비 6개월 만에 합격한 셈이다. ▲정씨는 어떻게 짧은 기간에 취업할 수 있었을까. 그만의 비결은 뭐였을까.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이 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정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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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 여덟살인 정한별씨는 지금 직업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백수’다. 일본 기업으로부터 입사 결정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7월부터 일본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입사 전에 빚내서 여행이라도 갔다 올까 생각중”이라는 정씨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흘렀다. 그는 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 나타났다.


문과 출신으로 일본에 취업한 28세 청년 정한별씨


정한별씨의 입사가 결정된 것은 지난 4월이다. 일본 IT기업 ‘RPA 테크놀로지(RPA テクノロジーズ)’에 입사 시험을 통과한 것. 그는 기술 파트에서 일하게 됐다. RPA 테크놀로지는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파나소닉, 히타치, NTT 등 일본 기업 100여 곳에 제품을 공급한다. 로봇 산업의 발달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회사라고 한다.


직원 수는 100명이 약간 넘는다. 중소기업 회사 규모지만, 복지는 좋은 편이라고 한다. 정씨는 “신입 월급은 23만엔(한화 약 232만원)으로 대기업인 미쓰비시(약 20만엔)보다 높다”면서 “매달 주택수당과 통근수당도 나온다”고 말했다.


기술 파트에서 일하게 됐지만, 정씨의 전공은 기술이나 IT와 거리가 멀다. 그는 서울시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말이 나올 만큼 취업이 힘들다는 인문계 출신이다.


하지만 정씨는 “전공은 일본에서 취업할 때 상관이 없다”면서 “또 기술직으로 1년 일하고 나면 전공인 경영학에 맞는 근무를 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은 전공을 보지 않는 ‘종합직’을 많이 뽑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합직으로 들어가면 순환업무를 통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일본 MS 최종 전형 직전까지 올라가기도


정씨는 임금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합격할 뻔 했다. 최종전형 바로 전까지 올라간 것. 2015년 6월 미국 채용정보사이트 ‘포처블(Poachable)’에 따르면, MS는 미국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기업 5위에 꼽혔다. 일본 취업정보사이트 ‘글로벌터치’에 의하면, 일본 MS는 대졸 신입 연봉이 약 473만엔(4770만원)에 달한다. 일본 대기업 신입의 평균 연봉(252만엔, 2540만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외국인인 그는 어떻게 MS 입사의 문턱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스펙이 좋아서 일까, 아니면 남다른 실력이 있어서 일까. 정씨는 “△일본 교환학생 △시립대 교내 창업경진대회 2등 △국내 주류기업 인턴 △국내 IT 벤처기업 인턴 △토익 스피킹 레벨 6(최고 레벨 8) △일본어 자격증 N1(JLPT 1급)이 자신이 가진 스펙의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취준생의 평균 스펙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른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일본 기업에서는 저를 보고 ‘스펙이 너무 과하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한 면접관은 ‘한국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일본 학생들은…’ 하면서 혀를 차는 것도 들었어요. 그래도 취업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스펙을 전혀 보지 않거든요. 교환학생이나 인턴 경험, 대회 입상 여부 등은 아예 이력서에 적는 칸도 없어요. 자격증도 마찬가지에요.”


“스펙 신경쓰지 말고 경험을 강점의 근거로 활용하라”


다만 정씨는 “제일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인재상과 맞는 자신의 강점을 잘 설명하는 것”이라며 “배낭여행이든 봉사활동이든, 또는 보잘 것 없는 경험이라도 얼마든지 강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은 취업만을 위한 경험을 좋게 보지 않는다. 대학생활을 의미 있게 남기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을 잘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고 한다.


“철저히 자기분석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어요. 도전정신을 강조하려고 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한 기획서에 대해 얘기했는데, 면접관이 ‘실제 기획서대로 창업했다면 어떤 전략을 세우겠느냐’, ‘창업을 위해 누구의 도움을 받겠느냐’ 등의 질문을 하더라고요. 식은땀이 흘렀죠. 일본 기업은 압박면접을 안 한다고 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압박으로 느껴졌어요. 안일하게 얘기해서는 절대 안 돼요.”


‘자기분석’은 팩트올이 5월 20일 인터뷰한 취업컨설팅 민간단체 ‘런스 캐리어’의 대표 카스가이 모에(春日井 萌)씨도 강조한 부분이다. 모에씨는 “구직자가 스스로의 장점이나 가치관이 무엇인지 모르면 기업은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한별씨는 “MSG를 치면 안 된다”고 했다. 극적인 얘기를 위해 과장하지 말라는 뜻이다. 정씨는 “거짓으로 얘기했는데 이에 관해 질문을 받으면 크게 당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철저한 자기분석 필요” “MSG는 치지 말라”


물론 이 모든 조언은 일본어 실력이 없다면 무의미해진다. 일본어는 팩트올이 5월 12일과 20일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관계자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강조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정씨의 일본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현지인의 일본어 실력이 10이라면, 저는 7 정도라고 생각해요. 회화 능력만 따졌을때요. 비즈니스 일본어는 많이 부족해요. 예를 들자면 ‘송구스럽습니다’ ‘황송합니다’처럼 클라이언트(고객사)에게 해야 하는 극존칭을 일본어로 하려면 지금도 어려워요.”


하지만 정씨는 “일본어를 완벽하게 못 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외국인에게는 현지인만큼의 비즈니스 일본어를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면접볼 때 질문을 알아듣고 ‘~데스(です)’ ‘~마스(ます)’처럼 존댓말만 잘 써도 크게 문제는 없다”고 했다.


정씨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능시험 점수는 4등급에 그쳤을 만큼 썩 잘 하진 못했다. 그러다 2012년 여름에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6개월 뒤인 2013년 초에 요코하마 국립대학교로 교환학생을 1년 동안 갔다 왔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취업을 준비하면서 일본어를 늘 가까이했다. 정씨는 “‘일본어를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은 2~3년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어 잘 하려면?… “최대한 현지인과 어울려라”


그럼, 어떻게 하면 일본어를 잘 할 수 있을까. 정씨는 주먹을 세게 쥐면서 “최대한 현지인과 어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을 위해 일본어를 잘 하고 싶다는 건, 정확히 말해 ‘회화’를 잘 하는 거죠. 저는 일본인 친구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요. 만날 때마다 일본어로 대화하는거죠. 이성친구 등 가벼운 얘기부터 낙태 합법화, 유학의 장단점 등 무거운 주제까지…. 오히려 가벼운 내용의 대화들이 면접볼 때 큰 도움이 됐어요. 일본 기업은 지원자에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 대신 일상적인 것들을 물어보거든요.”


정씨는 “현지인과 대화하려고 학원을 다니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교 안에는 교환학생도 많고, 어학당이 있는 대학에 찾아가도 된다”면서 “본인이 대학생이 아니라고 해도 일본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결국 본인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서른살도 신입으로 들어갔다는 얘기 들었다”


일본에 일자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2015년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의 대졸 신입 경쟁률은 100대 1에 가까웠다. 지난해 일본의 식품 대기업 메이지(明治)의 경우, 사무 종합직의 경쟁률은 무려 2750대 1이었다고 한다. 정씨는 그러나 “절대 포기할 필요 없다”고 취준생들에게 조언했다.


“일본 기업은 우리나라 학생들을 선호해요. 무엇보다 현지인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거든요. 나이도 그렇게 큰 걸림돌은 아니에요. 남자의 경우 군대 경험을 인정해주니까요. 서른살도 신입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꾸미지 말고 자신의 경험을 일본어로 잘 풀어내면 됩니다!” <일본에 취업하기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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