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이는 투자의 세계, ‘알파고 매니저’로 혁신한다

투자자문 로보어드바이저 ‘불리오’ 개발한 ‘두물머리’의 천영록 대표 인터뷰

“이제 미국 주식시장은 속도에 근거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는 계급사회가 되었다. 가진 자들은 나노세컨드(10억분의 1초)를 위해 돈을 지불했지만, 못 가진 자들은 나노세컨드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가진 자들은 시장을 꿰뚫고 있었지만, 못 가진 자들은 장님이 되었다. 한때는 가장 공공적이고 민주적이던 금융시장이 이제는 사실상 특별한 사람만 초대받는 도난 예술품 특별초대전과 같은 것이 돼버렸다.”


(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딩 룸 전경(사진 위)과 '플래시 보이스'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사진 아래) [출처=위키피디아] )


미국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지난 2014년 출간한 ‘플래시 보이스’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은 전용 통신망으로 거래 정보를 사전 입수한 뒤 고성능 컴퓨터로 짧은 시간에 수천 번의 거래를 반복하며 시장을 교란한 초단타매매 트레이더(주식 중개인)들의 실체를 고발한다. 루이스는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던 월스트리트 금융 시장이 극소수 엘리트만 누릴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정보 때문에 왜곡돼버렸다고 꼬집는다.      


세계 최고의 ‘꾼들’조차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눈 뜨고 코 베이는 게 투자의 세계인데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오죽할까. 고급 정보를 접하기도 어렵고 전문적 분석 능력도 부족하다 보니, 포털 주식카페나 귀동냥으로 얻은 ‘대박’ 정보에 의존하다 돈을 잃는 경우가 대다수다. 적은 돈이나마 안정적으로 굴려보고 싶지만 언제 어디에 얼마를 넣고 빼야 할지, 그 적기를 모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핀테크 스타트업 ‘두물머리’는 이런 고민을 가진 개미들을 위해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로봇 자문)’ 기술을 도입한 온라인 투자자문 서비스 ‘불리오’를 제공한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컴퓨터가 로봇처럼 자동화된 프로그램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자산 운용과 투자에 대한 맞춤형 조언을 해주는 서비스다. 비유하자면 ‘금융계의 알파고’와 같은 것이다. 

( 펀드 투자자문 로보어드바이저 '불리오'의 추천펀드 포트폴리오 [자료제공=불리오] )


올해 초 출시된 불리오는 한 달에 한 번 이메일을 통해 추천펀드 포트폴리오인 ‘투자 레시피’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레시피는 기대 수익률(연 3~8% 수준)과 투자 위험도에 따라 ‘순한맛(안정추구형)’, ‘약간 매운맛(중간형)’, ‘매운맛(적극투자형)’으로 나뉜다. 향후 강세 시장은 어디인지, 어떤 상품을 사면 좋은지, 언제 갈아탈지 등의 상세 정보를 추천 이유, 분석 그래프 등과 함께 알아볼 수 있다.

불리오를 개발한 천영록(만 35세·사진) 두물머리 대표는 KTB투자증권·키움증권 등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 펀드 매니저로 일했던 증권맨 출신. 수억 원대 연봉을 받던 그가 여의도 증권가를 뛰쳐나와 핀테크 창업에 뛰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천 대표는 “좋은 투자 정보나 기법을 증권회사와 일부 자산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현실이 아쉬웠다”며 “누구나 체계적인 정보로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다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6년 정도 증권가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부자의 100만원과 일반 사람의 100만원이 다르게 다뤄진다는 거예요. 좋은 정보나 투자 기법이 소위 ‘부자 고객’에게만 몰리거든요. 이렇게 된 가장 큰 문제는 중개거래인이 판매 수수료 방식으로 보수를 받기 때문이라고 봐요. 판매 금액의 1%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하면 1억원이 있는 고객과 100만원이 있는 고객 중에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갈까요? 거래인도 사람인데, 1억원 가진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거죠.”

일반적으로 고객이 펀드에 가입하면 해당 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 등은 통상 1% 안팎의 판매 수수료를 보수로 받아간다. 더 많은 돈을 맡긴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보수를 챙길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일부 자산가들에게 정보 집중이 이뤄진다. 정보 비대칭, 불완전 판매(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파는 것) 등의 문제도 있다. 판매처 입장에선 소비자에게 불리하더라도 판매 수수료가 더 높게 책정된 펀드, 회사 내부적으로 판매 캠페인이 걸려있는 펀드를 추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4년 한국소비자원 1372소비자상담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펀드 관련 상담 가운데 53.2%가 불완전 판매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펀드 가입에만 열을 올릴 뿐 판매한 뒤의 후속 관리엔 ‘나몰라라’ 하는 중개인도 상당수.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관계자는 “돈 되는 펀드는 A급 트레이더에게 맡기고 소위 ‘버리는’ 상품은 입사 2개월 차에게 ‘연습이나 해보라’며 넘기는 경우도 봤다”고 고백했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라는 '’신의성실의 원칙’도 있지만 원칙보다 ‘돈’이 앞서는 게 증권계 불변의 생리란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에 회자된다는 라틴어 경구 ‘카비아트 엠터(Caveat emptor·사는 사람이 주의 깊게 봐야지)’가 이유 없이 만들어지진 않았을 터. 고객은 그저 ‘마음 착한’ 중개인이 걸리기를 기대하거나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는 자산이 적은 사람일수록 제대로 된 투자자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엔 저축만으로 돈을 불리기는 어렵거든요. 적은 돈이라도 안정적인 투자처에 넣고 잘 관리해야 아이들 결혼도 시키고 노후 준비도 하는 거죠. 기존의 증권업계에서 이런 도움을 못 준다면 내가 직접 해보자는 생각에 지난 2015년 회사를 나왔고, 알고 지내던 개발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빅데이터 전문가), 미국계 금융 전문가를 영입해 팀을 꾸렸어요.”


로보어드바이저를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건 당시 화두였던 알파고 때문. 천 대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사람이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안정성 높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투자업계의 ‘카더라’식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내 증권업계가 정보기술(I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세계적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업계는 투자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수년 전부터 IT 분야에 공을 들여 왔다. 골드만삭스는 600명에 달하던 자사의 트레이더 직원들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며 단 두 명만 남겼고, 노무라 증권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주가를 예측하는 주식매매 시스템을 적극 활용 중이다. 

천 대표는 “팀원들이 투자현장에서 직접 쌓은 노하우와 과거의 시장 데이터 등을 활용해 가장 안정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단기간에 고수익은 못 올리더라도 10년, 20년 뒤에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의 본질 중 하나가 사람을 흥분시키는 거예요. ‘당신도 대박 낼 수 있다’, ‘한 방이면 된다’고 말하면서 고객을 들뜨게 하는 거죠. 돈 1,000만원이 있다고 할 때 부자라면 잘못된 꾐에 빠져도 큰 타격이 안 되겠지만, 보통 사람에게 1,000만원은 정말 크고 간절한 돈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무리하게 설렘을 파는 일은 안 해요. 대신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거죠.” 

(두물머리의 사무실 모습)

현재 불리오의 유료 가입자는 500여명. 천 대표 스스로 ‘투자자문업계의 고질적 폐해’라 평가한 판매 수수료 문제를 없애기 위해 서비스도 월정액(월 1만원) 방식으로 제공한다. 최근 4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투자도 받았지만 11명의 팀원이 먹고살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천 대표는 그러나 “소수를 위한 특별 서비스가 아닌 최대 다수를 위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두물머리의 원칙”이라며 “다수가 참여한다고 해서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리오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로보어드바이저 품질테스트를 통과했고, 누적 수익률(지난 4월 기준) 평가에서는 2위에 올랐다. 

“제 목표는 펀드 운용액 1,000억원, 1조원이 아니에요. 부자 고객만 골라받지도 않고 펀드가입금으로 큰돈을 요구하지도 않죠. 500명이든 10만명이든 모든 고객이 5~8%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행복해지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사업의 성공지표거든요. 금융 역사 최초로 모든 계좌가 목표 달성하는 회사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그 생각으로 두물머리 전 직원 모두 뜨겁게 일하고 있죠.”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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