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세상’이란 이런 곳 아닐까요?/ 핀란드 일기(21)

Fact


▲복잡하게 길게 이야기할 필요 없을 것 같다. ▲‘정직한 사회’란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는 2가지 사례.

View


한국 특유의 ‘체면 문화’ 때문에…


이 분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하소연을 했어요. 그런데 핀란드 사람들이 하나같이 어리둥절해한 거였어요. ‘그럼 지금까지 당신이 거짓말을 한 거냐’ 이렇게 된 거죠. ‘지금까지는 계속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하더니,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냐’ 이러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거예요.


이 분 입장에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죠. ‘그게 아니라 내가 사실은 사정이 어려운데, 어렵지 않다고 말로만 그런 거다. 한국에서는 없어도 있는 척 한다’ 이런 얘기를 아무리 해봐야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예요. 이게 핀란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니까요.


그래서 이 분은 다른 학회 프로젝트에 지원 신청을 했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지원금을 좀 받아보려고 했던 거죠. 그러자 핀란드 교수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아세요?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 아니냐, 그런 사람과는 같이 일을 할 수가 없다’ 이러면서 냉랭한 반응을 보인 거예요. 결과적으로 그 분은 아무 학회에도 끼지 못하고, 아무 프로젝트도 따지 못하게 됐어요. 결국 학위과정을 끝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걸로 압니다.” 

거짓말쟁이와는 함께 일 할 수 없다

이 교민의 이야기는 ‘신용사회’란 어떤 사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신용사회란 정직함을 전제로 한다. 이런 사회에서 약속은 철석처럼 받아들여진다.


처음 핀란드에서 집을 구할 때의 일이다. 현지 도착 날짜가 확정되지 않는 바람에, 돌아오는 귀국 날짜를 확정지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월세 기간을 명확하게 정할 수 없었고, 그 결과 계약을 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핀란드 집주인(임대 회사) 측에서는 “곧바로 계약하고 보증금을 내지 않으면, 이 방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밖에 없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나름대로 사전 조사를 해 본 결과, 이 집이 ‘가성비 최고’라는 결론을 낸 상황이었다. 이번 계약을 놓친다면, 같은 금액으로 이만한 방을 구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앞 뒤 사정을 소상하게 적어 메일로 보냈다.


그런데 며칠 뒤, 뜻밖의 답이 왔다. “당신이 이 집에 오겠다는 의사가 명확하다면 계약을 유효한 것으로 하겠다. 그러니까 핀란드에 오는 날짜만 확정해 달라. 그러면 방을 비워놓겠다. 보증금은 도착해서 줘도 된다” 이런 내용이었다.


뜻밖의 호의에 깜짝 놀랬다. ‘혹시 이 집이 인기가 없어서 그러나’ 하는 의구심도 가져봤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해보니 그런 의구심을 가졌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곳은 빈 방을 찾기 어려운 인기 숙소였던 것이다. 


현지에 도착해 임대회사 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보증금도 없이 계약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당신이 (오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면서 “우리 숙소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까지도 보증금을 요구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말로 복잡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정직한 사회’란 이런 곳인 것 같다. (이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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