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는 왜 실패하였나.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 감독직을 약 33개월 간 역임하며 최장수 기록을 세운 울리 슈틸리케 감독. 한 때, ‘갓틸리케’라는 칭송을 얻으며 축구팬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그였지만 불과 2년 만에 ‘수틀리케’로 몰락하며 한국을 떠나게 됐다.

시작은 좋았다. 취임한지 불과 4개월도 채 되지 않은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며 대표팀에 준우승을 안겼고, 같은 해 8월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유의 끈끈한 플레이를 보여준 ‘늪 축구’는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시작되면서부터 여론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과 카타르 원정에서 각각 0대1, 2대3 패배를 당하며 여론의 무게중심이 ‘슈틸리케 경질’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한때, 많은 이들로부터 추앙받던 슈틸리케 전 감독은 어떤 이유로 이렇게 침몰하게 된 것일까?

※슈틸리케의 실패는 슈틸리케 만의 문제로 설명할 수 없다. 즉, 다시 말해서 한국 축구에 위기가 닥친 데에는 슈틸리케와 축구협회 모두가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선 둘의 문제를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슈틸리케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명백한 대한축구협회의 실패작이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 무책임한 슈틸리케는 전술적 역량마저도 부족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슈틸리케는 무책임했다. 패배를 자신의 전술적 문제에서 찾기보다 선수들의 자신감을 지적하는 등 책임을 회피했다. 특히, 이란전 패배 (0대1)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라는 발언은 선수들로 하여금 신뢰를 잃게 했다. 무너진 슈틸리케의 리더십은 곧 팀의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슈틸리케는 전술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축구에서 전술이라는 것은 팀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한국 역시 슈틸리케 감독의 지휘 아래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이기는 축구’라는 ‘철학’ 아래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전술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부터 고집했던 4-1-4-1과 4-2-3-1 전술은 상대에게 쉽게 간파 당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서 플랜 A는 있었지만 플랜 B는 존재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4-2-3-1로 승리를 했다면, 다음에는 상대가 그에 대한 대응책을 가지고 나오게 된다. 그러면 이에 대한 대책으로 플랜 B를 가동해야 하는데 슈틸리케는 유동적으로 전술적인 변화를 주지 못했다. 창사 참사(중국에게 0대1 패배) 당시, 경기를 관전했던 중국기자들은 “한국의 전술은 나도 예상할 수 있었다.”라고 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언론이 전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슈틸리케는 오히려 “그럼 어떤 전술을 사용해야 하는지 내가 묻고 싶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슈틸리케와 함께 사퇴한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 (출처 : 대한축구협회)


# 근본적인 원인은 대한축구협회에게 있다.


슈틸리케가 실패한 이유에 대한 주제를 설명함에 있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필자는 슈틸리케가 경질된 데에는 슈틸리케의 역량 문제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에 있다고 본다.

① 지원 부족

먼저, 감독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 감독 혼자서 팀을 이끌게 되면 많은 한계에 맞닥뜨리게 된다. 선수들의 체력, 기술, 의욕 등은 ‘전문적인’ 코치진들이 옆에서 이를 보완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200% 발휘할 수 있다. 중국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과 일본의 할릴로비치 감독은 각국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자신의 축구 철학에 맞는 여러 명의 코치진과 함께 부임했다. 아르무아 보조코치만을 대동한 채 한국에 입국했던 슈틸리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외국 감독이 먼 타국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려면 선수단과 감독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감독의 약점을 보완하고 조언해줄 수 있는 노련한 전술가형 코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협회는 경력이 전무한 설기현, 차두리를 각각 수석코치와 전력분석관으로 임명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성찰 없이 여론을 의식해 코칭스태프를 선임한 축구협회의 인사행정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② 감독의 권한 침해

많은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대표팀 선수 발탁에 의문점을 제기해왔고, 그러한 선수들을 발탁한 슈틸리케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있었다. 우리는 슈틸리케의 선수 선발 실패를 논하기 전에, 축구협회의 행태를 먼저 비난하는 것이 맞다. 슈틸리케를 믿기로 했으면서, 축구협회가 선수 선발에 개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자 권리이다. 제 3자가 선수 선발에 관여하게 되면, 감독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게 되고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어진다. 감독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는 제대로 된 선수 선발이 뒷받침 되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을 선임하고도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한국 축구 행정의 고질적인 문제다. 위기가 닥친 현재의 한국 축구를 보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히딩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언론 플레이에 말려들지 않았고, 축구협회의 개입도 철저하게 막았다. 축구협회의 선수 선발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력만으로 선수를 발탁했다. 만약, 지금과 같이 제 3자가 개입되었더라면 한국의 4강 신화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선수 선발에 개입하는 것은 축구협회의 역할이 아니다. 축구협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표팀 성적만 관리하는 단체가 아닌 한국 축구 전체를 책임지는 기둥이다. 거듭 말하지만 감독 선임 후에는 그 감독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축구협회의 역할이자 최선이다. 결론적으로, 축구협회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 방식이 슈틸리케가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한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월드컵 최종예선은 2경기가 남았다. 남은 이란과의 홈경기,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 한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슈틸리케는 더 이상 한국의 감독이 아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낙담할 수 없게 된 한국 축구를 ‘바람 앞의 등불’ 처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대한축구협회 뿐이다.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은 반드시 전과 달라야 한다. 이전처럼 ‘돌려막기’식으로 대처해 운 좋게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문제는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올 것이다. 당장 닥쳐온 위기가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에게 밝은 미래란 없다.

축구 기자를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emrechan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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