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의 고달픈 여름나기

천장에서 내뿜는 열기에 숨이 막혀

저는 10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제 걱정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어떻게 이 더위를 극복해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오전 내내 햇빛을 받은 경비실 3.3㎡(1평) 공간은 이미 후끈한 열기가 들어차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선풍기 바람에도 경비실 천장에서 내뿜는 열기에 잠시 앉아 있는 동안에도 이마, 겨드랑이, 허벅지에 땀이 맺힙니다.


지난해에는 주민이 버린 정수기를 주워왔습니다. 여름철 찬 물이라도 실컷 마시고 싶어서였죠. 수돗물로 채운 2L 생수 용기를 정수기에 꽂아서 사용합니다. 매일 갈아야 하는 필터는 1년째 그대로에요. 찬 물을 먹으려면 관리사무소 오가는데 10분이 걸리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 수돗물만 마십니다.

쪽잠을 빼앗는 더위로 생명의 위협도 느껴

경비실의 선풍기는 금새 열풍을 내뿜고, 너무 더워 문을 열면 산 모기가 들어와 저를 힘들게 합니다. 

특히 격일제 근무로 새벽 0시부터 다음날 4시까지는 자야 하는데 열대야로 뜬 눈으로 밤샐 때도 많습니다. 새벽 시간 쪽잠을 빼앗는 더위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기도 합니다.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

너무 더울 때는 저만의 '명당'에서 잠시 쉬기도 합니다. 제가 담당하는 아파트 한동과 옆 동 사이 통로는 바람이 잘 드는 공간인데다 나무 그늘이 있어 옆동 경비원들도 모여듭니다. 하지만 모두 햇빛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죠. 다시 경비실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땡볕더위에도 하루에 100번 이상 차를 옮겨

오후 주민들이 퇴근할 무렵에는 주차장을 돌며 주민 차량을 타고 내리고를 반복합니다.

70여 세대의 차를 하루에만 100번 이상 옮기죠.. 경비실 벽면에는 주민들이 맡긴 차 열쇠로 빼곡합니다. 여름철에는 차 내부 온도가 높아 주차 일을 하고나면 온 몸에서 땀이 납니다. 하지만 선풍기도 마음 놓고 쓰질 못합니다.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실에 계량기를 달아 사용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무 밑이 마음놓고 쉴 수 있는 유일한 피서 공간입니다.

에어컨 설치는 사치일까?

저를 비롯한 경비원들에게 에어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설치는 '개헌'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에어컨 도입 안을 입주자대표회의까지 올렸으나 관리비 인상을 이유로 무산된 적도 많습니다.

올해도 주민들은 버리거나 남는 에어컨을 경비원에게 줬지만 관리소장은 "다른 경비실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하더군요.


이달 말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의 글이 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하면 지구 온난화가 심해져 수명이 단축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1개동 72세대의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만약 경비원을 이웃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더군요. 우리를 파란 옷 입은 특이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이웃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경비원은 언제까지 에어컨 없이 39도를 육박하는 폭염을 견뎌내야 하는 것일까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더불어 지자체와 아파트 관리업체에서도 처우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천장서 내뿜는 열기에 경비실은 찜통"


(이미지=파이낸셜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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