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선이, 뒤꾸부니, 나시리, 모구리, 궁대,
좌보미알, 동거문, 윤드리, 지미, 다랑쉬,
낭끼, 왕메, 여쩌리, 어슴선이, 불칸디...
오름의 이름들은 뭍의 여느 산처럼
거창한 의미를 부여 받았거나
깊은 뜻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제 생김 대로 또는 타고난 대로
섬 사람들의 소리나는 음률로
오래전부터 불렸을 뿐입니다
지금 제가 서있는 오름은 알오름입니다
여느 오름들처럼 그저 제 생김이
알처럼 생겨 알오름이라 불렸다지요
시야에 닿는 멀리론 멀미오름, 윤드리오름,
다랑쉬오름, 돛오름 들이 마치 차례로
제 이름을 불러 달라는 듯
봉긋이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삼백육십여덟개의 오름을
모두 다 오를 수 있겠냐만
죽는 날까지 삼백육십여덟번의 이름으로는
모두 다 불러주어야 겠습니다
아무 오름이나 올라 불러줘도 괜찮습니다
오름은 모두 바람으로 이어져 있으니까요
오름 이야기 - 알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