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가 걱정되는 4가지 이유

▲ 앞으로 공공기관 채용 시 ‘지역인재 30% 할당제’가 의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올 하반기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 가운데서는 좀처럼 공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 뉴스투데이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할당제’ 올 하반기 추진 예상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앞으로 ‘지역인재 30% 할당제’가 의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올 하반기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 가운데서는 좀처럼 공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인재 할당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 제29조 2항에 따라,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 소재한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실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전체 인원의 10% 수준에 머물러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10%를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할당제’ 추진을 지시했다. 이미 문 대통령의 대선기간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지역인재 할당제는 올해 하반기 적용을 목표로 발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할당제의 강제력을 높이기 위해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막상 지역인재 30% 할당제가 가시화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지역인재 할당제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근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이유로는 크게 4가지가 꼽힌다.


① 학력·출신지 기재 못하는 ‘블라인드’ 채용과 충돌…‘눈 가리고 아웅’식 제도 될 것

지역인재 할당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공공기관 채용제도인 ‘블라인드 채용’ 제도와 일면 모순된다.

정부는 이번 하반기부터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들을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이에 따르면 이력서에는 ‘지역 인재’임을 알 수 있는 학력이나 출신지를 기입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상충을 해소하기 위해 이력서에 ‘최종 학교의 광역 소재지’는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진주시 소재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면 ‘경상남도’를, 부산광역시 소재 대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면 ‘부산광역시’를 기재한다.

그러나 이 경우 결국 서울권과 지방의 구분은 가능한데다 지원자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충분히 대학 전공자임을 암시할 수 있으므로, 결국 인사담당관이 얼마든지 ‘서울권 4년제 대학 졸업자’를 추려낼 수 있다. 사실상 완벽한 블라인드 채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② “열심히 공부하라고 해서 왔는데…” 서울권 대학졸업생은 ‘역차별’ 호소

블라인드 채용을 하겠다면서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할당해 뽑겠다는 것은 결국 공정치 않은 역차별이라는 문제 제기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하며 “서울권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지역인재 할당제를 함께 실시함으로써 서울권 대학졸업자 입장에서는 ‘같은 출발선’이라는 논리가 무색해진 것이다.

학력과 학벌이 취업에 무분별한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공감을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블라인드 채용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지역인재 할당제를 통해 특정 지역에 소재한 학교 졸업생들을 우대하기까지 하는 것은 역차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③ 지역인재라도 타 지역 공공기관 취업 희망 시 불리…‘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서울권 대학졸업자 뿐만 아니라 지역인재라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A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역인재가 B지방에 있는 특정 공공기관에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다. 이 경우의 지역인재는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제도적 수혜를 받을 자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B지방의 공공기관에서 할당 수혜를 얻을 수 없게 된다. B지방의 지역인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인재 할당제는 지방 출신들에게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지역 공공기관에 취업을 희망하는 지역인재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되는 맹점이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행정수도인 세종시와 개별 이전 사례를 제외하고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현재 총 115곳이다. 이중 공공기관 분포 현황을 보면 광주·전남 16곳, 부산 13곳, 전북 12곳, 강원12곳, 경남 11곳, 대구 11곳, 충북 11곳, 울산 9곳, 제주 8곳 순으로 이어진다. 부산과 대구, 울산 등 광역시에 소재한 학교 졸업생, 그리고 광주·전남과 전북 등에 소재한 학교 졸업생일 수록 공공기관 취업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더 넓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지역인재 할당제는 ‘평등권 위배’,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의 이유로 위헌 소송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2014년 당시 공공기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청년을 고용토록 한 ‘청년할당제’의 경우, 4명의 합헌 의견과 5명의 위헌 의견에도 위헌 판결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까스로 합헌이 된 바 있다. 비슷한 성격의 지역인재 할당제도 어떤 식으로든 위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④ 수도권 출신이라도 지방 대학만 나오면 ‘지역인재’ 해당…모호한 ‘지역인재’ 요건

무엇보다 지역인재 할당제가 말하는 ‘지역인재’의 요건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혁신도시 특별법에 따르면 지역인재는 ‘공공기관 본사가 이전한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에서 최종 학교를 졸업한 자’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경우는 ‘지역인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학 입학 전까지 십 수 년을 그 지역의 여건 및 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왔지만 단지 서울권 대학에서 4년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제도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서울 및 경기도 지역에서 성장해 다른 가족들 모두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만, 학업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방대에 입학한 경우는 오히려 ‘지역인재’가 된다.

때문에 지역인재 할당제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려면 무작정 할당 비중을 높이기에 앞서 ‘지역인재’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 대학 졸업자 외에도 일정 기간 이상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둔 사람 역시 ‘지역인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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