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방샤방] 날마다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고군분투하는 나의 방 이야기.

1)성별 : 남자

2)나이 : 27

3)‘영화 덕후를 위한 방’이 갖고 싶은 이유

사랑은 아름답다.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그리고 덕질을 한다. 하하.

너무나도 다양한 사랑이 있듯이, 너무나도 다양한 덕질이 있다.

어려서부터 동네 비디오대여점을 제집마냥 드나들던 내가 벌써 스물하고도 일곱이 되었고, 좋은 기회를 맞아 이런 이벤트에 응모도 해보게 되었다.

하우스의 데코릿 선생님께서 엄청난 이벤트를 진행해주신 덕이다.

꼭 내가 되어야 하는데.

나는 영화가 좋다.

영화를 사랑한다.

완벽하게 구현되는 그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서사는 언제나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다양한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협업작업, 종합예술 이라는 점도.

내가 영화에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그 부분이기 때문에 나의 영화 취향에 있어서 장르, 국가, 감독, 배우, 스토리 혹은 제작비 등은 중요하지 않다. 닥치는 대로 보는 타입.

미대를 진학해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영화가 너무 좋아. 알바를 네 탕씩 뛰어가며 내 젊은 하루하루와 맞바꿔 마련한 얼마의 돈을 가지고 자취방 대신 영등포구 양평동 공장지대의 낡은 굴뚝공장의 한 켠에 영화를 주제로 하는 작은 아트 홀을 열었다. 조그마한 주방도 만들고, 샤워부스도 만들고, 침대도 가져다 놓고선, 그렇게 버려진 폐공장에서의 내 남다른 자취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영화’를. 이제는 더 격렬하게 사랑하고 싶었다.

“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

김기림 시인은 이런 마음으로 시를 쓰셨을까.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나는 고작 중고나라에 가끔 올라오는 나눔 가구나 밤에 남들이 몰래 버리는 멀쩡한 가구들을 몰래 다시 주워와 깨끗이 씻어 사용하는 정도였지, 프로젝터나 음향기기를 구하는 것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 컸고, 낭만은 자위요소일 뿐이었다.

운이 좋게 너무 좋은 고급 프로젝터를 너무 좋은 조건에 구하게 되었을 때는, 그곳을 나와야 할 때 였다. 공장에서의 자취생활을 접게 되며, 새로 머물 곳을 구해야 했다. 모은 돈도 전부 잃어 다시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해볼 여유도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다시 닭장 같은 보통의 ‘집’ 으로 들어간다면 다시는 이런 꿈을 꾸거나,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원룸,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뭐든 싫었다.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편리하고, 쾌적하지만 나는 그 낡은 공장 한 켠이 왜 그리운 것일까.

그래서 이번에도 집 다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요상한 방을 구하게 되었다.

이사를 오고 보니, 손을 보아야 할 것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여유가 없기에.

사진과 같은 상태로 이제 7개월째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거기서 생활이 되?’, ‘왜 같은 값에 그런데서 사는 거야?’ 라는 비난은 이제 익숙하다.

값과 효율을 따지는 이들에게 이런 낭만을 이해할 여유는 없을 테니까.

영화를 좋아하니, 추억도 많다.

나를 무척이나 예뻐하시던 할아버지가 볼만한 “주말의 명화”를 일일이 녹화하셔서 비디오테잎을 보내주시던 일,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로 친구들을 이끌고 시내로 나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온 일, 첫 사랑과 서울극장에서 알포인트를 보며 가슴 졸인 일, 성인이 되고 난 뒤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코엑스에서만 상영하는 파수꾼을 보곤 이별을 경험한 일, 마냥 어리던 내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영화 광고 회사에 들어가 좋아하는 영화를 알리던 일.

생각해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참 많은 영화가 있었고,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나 혼자만 그 어릴 적 내 모습 그대로 인 것 같아 새삼 부끄럽다.

안타깝게도 내 철없음과 약간의 땡깡어린 고집은 앞으로도 그대로이겠지만,

그래도 내 요상한 자취방은 좀 변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새방샤방 이벤트에 꼭 저를... (읍읍....)

욕심은 항상 화를 가져온다고 배웠다.

내 것이 아닌 것은 담담히 놓을 줄 알아야지 탐을 내 움켜쥐려 하면 독이 된다고.

머리로만 이해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재앙을 가져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소니 VPL-FHZ55를 가지고도 영화를 보지 못 한다면... 그건 정말 재앙이다.

그리고 그 재앙을 내가 지금 7개월째 겪고 있는데 이보다 더 한 재앙이 있을까...

다 제 업입니다...

집이 여유도 없는데 “좋아한다.” 하나만 가지고

돈도 안되고 취업도 안되는 순수예술 공부해서...

사랑스런 프로젝터는 켜주지도 못하고 있네요. 제가ㅠㅠ

올해 나의 작은 목표는 내 요상한 자취방(이하 내요자)에서 영상 작업을 이어가는 것.

내요자가 지금은 초등학생 연습장 첫 장에 붙어있는 눈이 편해지는 애매랄드 그린 같은 벽을 하고 해괴한 시각적 자극을 선사하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서 인테리어를 하고, 그간 모든 고생을 함께 해주고 있는 내 친구와 함께 영화를 주제로 세상과 사람을 이야기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빙 하는 것.

왓챠를 통해 내가 지금까지 몇 편의 영화를 봤는지, 포스터를 얼마나 모았는지 하는 이야기 혹은 증명을 하는 것 보다는 진솔한 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으면 그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약간은 부담스러운 긴 글을 쓰면서도, 부족하더라도 관련된 작업들을 미리 시작했더라면 좀 더 뽑힐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을까 후회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능한 많은 이들과 함께 먹고, 자고, 감상하고, 꿈꾸고, 이뤄나가는 것.

영덕을 위한 ‘내’ 방이 아닌 ‘우리’ 방 같은 열린 집이 되길.

이 모든 과정의 의미와 가치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내가 되길.

언젠가 이뤄낼 저의 별것 아닌 꿈이지만, 세전 120짜리 바리스타로 일하며 이뤄나가기엔 조금은 기나긴 여정.

이런 저의 여정을 데코릿 선생님께서 함께 해주시면 너무 영광일 것 같습니다. ㅠㅠ제 사랑을 응원해주세요!! 이 행운. 앞으로의 제 삶 속에서 더 멋지게 갚아나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미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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