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이야기 | 프랜시스 베이컨

1976년에 제작된 베이컨의 <3연작>은 2008년 5월 뉴욕 소더비에서 8628만 1000달러(약 970억 원)에 낙찰되어 현대 미술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불황의 여파가 미술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는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이 경매에서는 낙관적인 관측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거래가 여럿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베이컨의 <3연작>이 거래되는 순간이 가장 흥미진진했다. 거대하고 밀도 높은 알레고리로 가득한 이 작품을 놓고 세 명의 전화 응찰자들이 경합을 벌였는데, 결국 샤토 페트뤼스 와인을 생산하는 무엑스 가문에게 약 86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이 작품은 당초 ‘20세기 작품의 전범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서 7000만 달러 선에서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치열한 경합으로 80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3연작(Triptych)>프랜시스 베이컨, <3연작(Triptych)>

캔버스에 유채와 파스텔, 198.1×147.6cm, 1976년캔버스에 유채와 파스텔, 198.1×147.6cm, 1976년

낙찰가 8628만 1000달러(약 975억 원)낙찰가 8628만 1000달러(약 975억 원)

크리스티 뉴욕 2008. 5 [Lot 00033]크리스티 뉴욕 2008. 5 [Lot 00033]


이 그림의 희귀하게 보이는 형상들을 이해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베이컨의 작품이 고흐의 기록을 넘어서는 높은 가격에 거래된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의 얼굴을 짓이겨놓은 듯한 초상화가 컬렉터들을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 사조로 본다면 지속적인 변화를 보여왔지만 컬렉터가 미술 사조를 이끄는 경우는 없다. 대체적으로 미술 사조를 따라가는 모습인데, 인상주의가 이미 일반화되었다면, 그 이후에 등장한 아방가르드 예술을 선호하고 소유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뚜렷하게 작품 선호도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미술 시장 최대 호황기를 기점으로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2000년을 기점으로 컬렉터들의 선호도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었던 데 그 이유가 있다. 경매 기록을 살펴보면 2000년 이전에는 인상주의 작품이나 피카소와 같은 모던 페인팅 계열을 선호했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시장이 새롭게 재편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 회화와 현대 미술의 중간에 위치한 베이컨이나 로스코, 루치안 프로이트, 이브 클레인 Yves Klein 등의 작품은 전후미술 Post-War로 구분되는데 이들 작품을 주축으로 높은 낙찰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2세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구분되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미술품을 감상의 차원과 더불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조명되면서 수요가 급증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감상 측면에서 본다면, 컬렉터들이 그림을 눈으로 감상하는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촉각적인 만족감까지 그림에서 얻어내려 하는데 있을 것이다. 베이컨의 작품은 머리로 이해하기 이전에 먼저 몸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촉각적인 요소를 지닌 작품이며 그러한 장치들을 화폭에 게임하듯이 배열해놓고 있다. 현대미술은 새로움을 넘어서 충격적이고 더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근대 회화에서는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치중했다면, 그 이후 미술에서는 공감각적 요소를 표현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술 시장의 법칙

작가 | 이호숙

출판 | 마로니에북스

책으로 꾸민 초록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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