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출’자도 몰랐던 그녀, 1인 출판사 대표가 되다… 추리소설 전문 ‘몽실북스’ 주연지 대표

Fact

▲미스터리 추리소설 전문 1인 출판사 ‘몽실북스’의 주연지 대표는, 다른 출판사들과 달리 도매를 통하지 않고 대형 서점들과 직접 직거래를 하고 있다. ▲“도매상에 맡겨버리면 공들여 만든 책이 어디에 얼마나 깔려 있는지를 알 수가 없어 속상하다”는 이유다. ▲기획도 직접하고 조판도 직접하는 그에게는 커다란 우군이 하나 있다. ▲‘자발적 마케터’로 나서주는 ‘몽실북클럽’ 회원들이다. ▲8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몽실북스 사무실이자 그의 집에서 주연지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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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이 오싹한 추리소설을 읽기에 안성맞춤인 여름. 미스터리 추리소설만 전문으로 다루는 1인 출판사 ‘몽실북스’의 주연지(49) 대표는 신간 ‘조작된 시간’(사쿠 다쓰키)의 흥행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었다.  몽실북스는 비교적 ‘새내기’에 속하는 1인 출판사다. 첫 책 ‘사신의 술래잡기’(마옌난)를 낸 것이 2016년 3월이니, 이제 1년 반 정도 지났다. 하지만 주연지 몽실북스 대표는 ‘책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인물이다. 13~14년 전인 2003~2004년부터 ‘에델바이스’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서평 블로그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그만두고 북카페 열어

주 대표는 서울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약 10년간 실장으로 일하다 2013년 그만뒀다. 그는 “저 푸른 초원 위에서 그림 같은 카페를 하는 것이 꿈 중 하나였다”며 “비록 초원에 차리지는 못했지만 낙성대 근처에 ‘카페몽실’이라는 북카페를 2013년 4월쯤 열어 2015년까지 운영하다 현재는 개인 사정으로 접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카페몽실을 자신의 개인 소장서로 채울 만큼의 독서광이었다. “당시 갖고 있던 책만 3000권이 넘었다”고 했다. 

몽실북클럽

독서광→ 서평 블로거→ 북카페 주인을 거쳐 주 대표가 만든 출판사가 몽실북스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했다”고 했다. 

출판계 문외한이 어떻게 출판을?

1인 출판사 대표들 대부분은 출판계를 잘 알고 있는 편집자 출신이다. 출판산업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법률사무소에서만 일했던 주 대표는 어디서 정보를 얻어, 어떻게 책을 냈을까? 

“서평단을 하면서 알게 된 1인 출판사가 있어요. 그 출판사 대표님에게 인쇄소나 물류창고를 소개받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주변에 출판사를 하는 지인이 있다고 해도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물어볼 수는 없었다”면서 “북스피어에나 다른 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1인 출판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 편집, 마케팅, 유통 등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의를 통해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었을까? 주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1인 출판사에 가장 필요한 정보는 돈을 안들이거나 적게 들이고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강의나 인터넷에는 편집이나 유통, 인쇄 등에 대한 정보는 많은데 막상 마케팅에 대한 정보는 얻기가 힘들어요. 강사들이 진짜 자신 만의 ‘핵심’ 노하우는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북클럽 회원들이 자발적 마케터”

그렇다면 몽실북스는 신간을 어떻게 홍보하고 있을까? 주연지 대표는 “몽실북클럽 카페 회원이 1000명인데 길게는 10년 이상 소통해오다 보니 정말 가족같이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카페에 신간 소식을 알리면 많은 분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서평을 남겨준다”면서 “이들 모두가 몽실북스의 자발적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연지 대표에게는 고마운 인연이 많다. 몽실북스의 첫 번째, 책인 ‘사신의 술래잡기’(마옌난)와  두 번째 책인 ‘사신의 그림자’(마옌난)의 번역자 류정정씨도 그 중 하나다. 류정정씨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으로, 카페몽실에 자주 드나들던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중국의 웹소설 작가 마옌난을 알게 됐고, 판권을 사서 한국에 출판하게 된 것이 주 대표였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돈 벌려고 해서는 안된다”

2016년 8월 출간된 단편소설집 ‘마술가게’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470여만원을 모아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3대가 같이 읽는 책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것. 아이부터 조부모까지 전 연령대가 읽음직한 고전 6편을 책에 담아 350만원을 목표로 모금해서 470만원 가량을 모았다. 

주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그냥 이 책을 만들어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다면 해 볼만 하다”면서 “이를 통해 인쇄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교보, 영풍, 예스24와 직거래하는 비결

대다수의 1인 출판사와 달리 주연지 대표는 송인서적이나 북센과 같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 오프라인 서점과 직거래를 하고 있었다. 몽실북스의 책들은 현재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인터파크, 예스24 등에 납품되고 있다. 주 대표는 처음 각 서점의 담당자와 처음 대면하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몇 시간을 준비해서 가도, 정작 담당자가 만나주는 시간은 2분 남짓이었습니다. 인사하면서 책과 보도자료를 건네며 간략하게 책을 소개하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알았다’고 하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때는 허무하기도 했죠.”

주연지 대표가 거래를 도맡아하는 이유에 대해 “도매상에 맡겨버리면 내 책이 오프라인 서점 어디에 얼마나 깔려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면서 “정말 공들여서 만든 책인데 행방을 알 수 없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고 했다. 

“어떤 도매상은 팔린 금액이 1000만원이 넘어야지만 그때 가서 입금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내 책이 재고가 쌓여서 어느 창고 구석에서 천대받게 하느니 차라리 제가 직접 발로 뛰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악질 포스팅 때문에 곤욕 치르기도

그는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한글파일로 편집을 한 뒤 PDF로 변환해서 인쇄를 맡긴 적도 있다”며 “이렇게라도 해서 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1인 출판사를 하면서 주 대표가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 그는 “1인 출판사의 경우 1~2명의 블로거가 나쁜 내용의 포스팅을 하면 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몽실북스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북클럽 회원 중 1명이 ‘자신하고 맞지 않는다’면서 클럽을 탈퇴했어요. 그런데 뒤에 몽실북스에서 신간을 냈는데 그 책에 대해 나쁘게 평하는 포스팅이 5건이나 연달아 올라왔습니다. 1인 출판사에서 낸 책은 입소문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쁜 포스팅이 1~2건이라도 나오면 책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 대표는 “가만히 있으면 안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 하고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악질 포스팅’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쉼터 만들고 싶어

지금까지 몽실북스에서 나온 책 4권은 모두 번역서다. 그 이유에 대해 주 대표는 “국내 필자의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지만, 1인 출판사에서는 현실적으로 힘이 든다”고 했다. “조금 알려진 필자들의 경우엔 이미 ‘글 빚’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한테까지 글이 돌아오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 대표는 “저 푸른 초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카페몽실을 다시 열고 싶다”고 했다. “카페를 다시 열고 나면 ‘북스테이’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 몽실북스 사무실이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이자, 이 동네에 거주하는 작가님들의 쉼터 같은 곳을 마련하고 싶은 거죠. 그러려면 책들이 한 2000부씩은 팔려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희망을 갖고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팩트올

기자들과 후원자들이 만든 비영리 언론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보도를 지향하기 위해 이름을 ‘팩트올’로 정했습니다. 팩트체크와 탐사보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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