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밀리터리] '더 디비전'으로 살펴보는 재난 속 군대와 공권력

'게임과 밀리터리'는 게임 속 모티브가 되거나, 게임에 녹아들어있는 밀리터리적 요소들을 재미있게 소개해주는 연재물입니다. 각국 군대의 장비 및 군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를 연구하는 밀리터리 동호회 'M Lab'에서 제공합니다. 본격 게이머들의 밀덕력을 충만케 해주는 콘텐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사회가 무너질 때 우리가 일어난다” 라는 인상적인 문구로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은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그 '우리'는 과연 누구일까요? 만약 정말로 사회가 무너진다면, '남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플레이어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사회에 섞여 지내던 특수 요원입니다. 전염성 바이러스 '그린 포이즌' 으로 뉴욕이 무너진 직후, 정부의 지령을 받고 ‘더 디비전’ 요원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뉴욕의 치안을 책임지기 위해 결성된 군경 연합 부대인 JTF(Joint Task Force)를 만나 엉망이 된 도시를 수습하기 위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온갖 사람들을 만나고 적을 무찌르며,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의 기본 구성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실제로 이러한 초대형 재난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기관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현실 세계의 전략국토부(SHD), 미국 국토안보부

우선 스토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게임의 배경은 2001년의 현실 세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 정부가 생화학 공격을 상정하고 실시한 훈련, '어두운 겨울 작전(Operation Dark Winter)'의 결과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 불과 며칠 만에 미국 사회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6년 후인 2007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는 ‘국가안보를 위한 대통령 훈령 51호(National Security Presidential Directive 51)’를 제정합니다.

실제로 언론에 공개된 이 훈령에는 “재난에 대비하여 정부의 계속적 존속을 위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훈령의 세부 내용은 지금까지도 기밀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은 이렇게 실제로 존재하는 대통령 훈령 51호에 의거해 ‘더 디비전’ 이 창설된다는 설정을 갖고 있죠.

물론 현실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우선 플레이어가 소속된 ‘더 디비전’, 정식 명칭 ‘전략국토부(Strategic Homeland Division)’라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기관입니다. 다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조직은 존재합니다. 2002년 11월 25일 창설된 장관급 부처인 미국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가 바로 그것입니다.

국토안보부 설립의 기원은 9.11 테러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펜타곤 등지에 벌어진 테러로 인해, 미국은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뿐이 아니라 미국 국내를 방어하고 정보조직을 총괄할 정부 부처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출범한 미국 국토안보부는 기존에 존재하던 치안 및 수사기관의 상당수를 아래에 두게 됩니다. 미국 내 교통수단을 관리하는 교통안전국(TSA), 재난 수습을 위한 연방재난관리청(FEMA), 미국 본토 방어와 해상 인명 구조를 위한 해안경비대(Coast Guard), 대통령 경호와 위조지폐 등의 수사를 담당하는 비밀검찰국(Secret Service)까지 포함한 대형 조직으로 거듭나게 됐죠​.

# 주인공의 든든한(?) 동료들, JTF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주인공과 협력하는 JTF의 설정 역시 실존하는 미국 정부 기관들을 기반으로 합니다. 게임 속에서야 형광색 헬멧과 조끼 차림에 허구한 날 잡몹들에게조차 쓰러지기 일쑤인 영 미덥지 못한(?) 아군이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뉴욕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들입니다. 평소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사람들이지만 뉴욕의 행정 조직이 무너져버린 탓에 JTF라는 이름으로 뭉치게 된 것이죠.  그러나 처음으로 겪는 대재난 속에서 관료주의의 한계점이 드러나고, 극심한 인력 소모까지 겹치면서 이들은 점차 무너지게 됩니다. 결국 플레이어가 맨해튼에 도착할 시점에는 허드슨 강변과 뉴욕 시 우체국, 그 외에 소수의 거점들을 중심으로 간신히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치안를 유지한다 - JTF, 그리고 미 정규군


게임 등의 창작물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 좀비 아포칼립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항상 어디선가 나타나는 집단이 바로 군대입니다. 클라이맥스에 등장해 해결사가 되기도 하고, 너무나도 절망적인 상황에 처참히 무너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주인공들의 구세주가 되기도 하고, 잔혹한 악의 세력으로 돌변해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죠.


살인적인 '그린 포이즌' 바이러스가 창궐한 뉴욕 시를 배경으로 한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에서도 군대는 JTF의 일원으로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JTF에 등장하는 군사조직은 크게 미 육군, 미 해병대, 뉴욕 주방위군, 미 해안경비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임에는 몇 년 전까지 미군의 표준 전투복이었던 회색 ACU를 입은 미 육군과 뉴욕 주방위군이 주로 등장합니다. 해병대와 해안경비대는 인게임 수집 요소인 ‘에코 파일’과 ‘스마트폰 로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등장합니다.

뉴욕 주방위군은 뉴욕 시(New York City)가 소속되어 있는 뉴욕 주(State of New York)를 방어하기 위한 주 단위의 군대입니다. 작중에서는 전염병 '그린 포이즌'이 발생해 뉴욕의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뉴욕 시경(NYPD)와 함께 치안을 유지하고 재난응급대응국(CERA)의 구호 임무를 돕기 위해 투입됩니다. 


그러나 전염병이 갈수록 확산되고, 뉴욕 시가 봉쇄되면서 맨해튼은 무정부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이후 주방위군과 뉴욕 시 경찰로는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사태가 커지자, 연방정부가 통제하는 미 육군과 해병대까지 투입되어 악역인 폭도들, 클리너, 라이커즈, 라스트 맨 바탈리온과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문제는, 이들이 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8일이 지나서야 투입되어 맨해튼의 공권력이 궤멸된 이후에야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JTF는 감염이 극심한 지역인 ‘다크존’에서의 활동을 포기하고 장비들을 그대로 버려둔 채 철수합니다. 이후 ‘다크존’은 엉망이 된 뉴욕 시에서도 가장 위험한 구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 술 더 떠 JTF가 ‘다크존’에서 철수하면서 방치한 물자와 군용 장비들은 악당들에 의해 강탈되어 악용되기도 합니다. 주방위군의 M1117 가디언 장갑차는 ‘송골매’ 미션 에서 LMB에 노획되어 보스몹으로 등장하고, 지대공미사일은 ‘청명한 하늘’ 미션에서 라이커즈가 노획해 뉴욕 시 상공을 위협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대규모 재난 상황이 발생하거나, 경찰력만으로 치안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주방위군이 출동합니다. 주방위군은 기본적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아닌 주(State)에 소속된 군사 조직입니다. 위기 상황이 아닌 평시에는 통수권 역시 미합중국 대통령이 아닌 각 주의 주지사가 가지고 있죠. 어떤 이들에게는 Weekend Warrior, 즉 '주말 군인'이라고 놀림받기도 하지만 주방위군 역시 미국 군사력의 한 축을 이루는 큰 조직입니다. 엄연히 현역 부대이기 때문에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부대들도 적지 않았죠.

이들은 현실의 재난에서도 여럿 활약한 바가 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가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스를 휩쓸어 도시가 물에 잠기는 재난이 발생합니다. 그러자 주방위군은 물론, 연방정부도 개입하여 미 육군과 해병대 및 해안경비대 등이 투입되어 사람들을 구조하고 치안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미 해병대는 주 임무인 상륙작전에 동원되는 상륙돌격장갑차가 물에 떠 갈 수 있다는 점을 활용,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해안경비대의 경우 편제상으로는 군대이지만 우리 나라로 치면 해양경찰청과 비슷한데, 군대와 경찰의 중간 정도에 걸쳐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본토 방어뿐만 아니라, 인명구조 또한 임무로 삼는 조직입니다. 이 특성 덕분에 해안경비대는 보유한 구조 헬기 등의 장비와 구조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뉴올리언스에서도 많은 목숨을 구하는 데 활약할 수 있었습니다.

2012년에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포함한 미 동부 전역을 강타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뉴욕과 뉴저지 주방위군이 출동하여 치안 유지에 투입되었고, 수해 지역의 복구와 주민 대피를 도왔습니다. 약 1 만명이 넘는 주방위군 장병들이 수해 지역에 배치되어 활약했고, 미 해군은 대형 수송함 3 척을 동원해 구호를 도왔습니다. 해안경비대 역시 해당 지역에 파견되었습니다.

# 평소에도 바쁘지만 평소보다 더 바쁜 그들 - 경찰, 소방관과 JTF​


군대가 아닌 경찰, 소방관들도 JTF를 이루는 중요한 축입니다. 첫 번째로는 <다이 하드> 시리즈 등 여러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친숙해진 뉴욕 시경(NYPD)을 들 수 있겠습니다.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의 특성상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들도 범죄나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무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게임 속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게임 속에서 JTF의 피해가 워낙 크다 보니, 군대가 아닌 경찰 출신의 JTF 대원들도 전투에 심심찮게 투입되곤 합니다. JTF의 현장 지휘관은 아예 NYPD 마약 수사관 출신의 로이 베니테즈 경감이고, 게임 속 전장에서도 NYPD 근무복에 조끼를 걸친 JTF 대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실의 뉴욕 시경은 뉴욕 시의 공공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입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출동하여 가장 늦게까지 현장에 남아 있는 분들이죠. 이들은 5만 명에 달하는 인원과 더불어 ESU(Emergency Service Unit)이라 불리는 자체 특공대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ESU는 고강도의 폭력 사건, 위험한 범죄자에 대한 영장 집행, 대테러 등의 임무와 함께 응급구조대 임무도 맡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1년 발생했던 9.11 테러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뉴욕에서 이분들의 희생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는 뉴욕의 화재와 재난을 수습하는 뉴욕 시 소방국(FDNY)입니다. 이들은 게임 속에서는 JTF에 소속되어 있는데, 정작 플레이 중엔 소방복을 입은 JTF 대원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대량 감염 사태에서 초동 대응을 맡은 응급 구조대원들의 피해가 가장 컸기 때문입니다. 결국 플레이어는 버려진 구급차 등 남겨진 흔적만을 겨우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는 ‘FNYC’ 라는 약자로 등장하지만, 같은 기관이라는 점은 눈치채셨을 겁니다.

이들은 뉴욕 시에 화재나 인명 사고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합니다. 9.11 테러 당시에도 NYPD와 함께 현장에 투입되었고, 무려 300명이 넘는 소방관들이 순직했죠. 현재 뉴욕에는 테러가 벌어졌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터, ‘그라운드 제로’ 에 기념 공원이 조성되어, 당시 희생된 무고한 시민들과 경찰관, 소방관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 수습은 전문가들에게 맡겨라 - JTF 속 CERA와 현실 속 FEMA​​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에 등장하는 재난응급대응국(Catastrophic Emergency Response Agency)은 작중 '그린 포이즌'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보건안전 확보를 위해 뉴욕에 투입된 기관입니다. 전문 의료진, 민간 공무원과 자원 봉사자로 구성된 이들은 뉴욕 시 곳곳에 구호센터를 세우고 감염자 치료, 백신 개발, 구호품 보급 등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백신 개발은 진전이 없고, 물자와 인력이 바닥나면서 타 JTF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제 기능을 대부분 상실하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비무장 민간인이라는 점 때문에 악당들로부터 온갖 위협에 시달리게 되죠. 호위 병력을 대동하지 않은 CERA의 구호품 트럭은 폭도들과 라이커즈에게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실 이 기관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름이 조금 다른 비슷한 기관이 국토안보부 산하에 존재합니다. 바로 연방재난관리청(FEMA)입니다.​

이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찰 및 소방당국이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질 때 출동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2005년 뉴올리언스 홍수에도 군대와 함께 FEMA가 파견되었고, 허리케인 ‘샌디’ 등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구호 물자를 나눠주고 사태를 수습하는 등 큰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의 사례로, 재난을 테마로 한 게임에서 정부 기관과 공권력이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사회가 무너질 때, ‘우리’는 일어난다”의 ‘우리’가 대체 누구일까? 에 대한 궁금함이 어느 정도 해소되셨나요?


<톰 클랜시의 디비전>이 (반쪽짜리이긴 하지만)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의 기관들과 가상의 스토리를 잘 조합하여 탄탄하고 디테일한 세계관을 구현해낸 데에 있기도 합니다.


'실제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큰 위기에 직면한다면,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이 사태를 올바르게 직면하고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게임은 이런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물음에 대한 대답을 게임 곳곳에 잘 녹여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의 설정에서부터 주인공의 동료들인 JTF, 그리고 폐허가 된 맨해튼 길가에 널브러진 한 장의 대피 안내 포스터에까지 이러한 묘미가 잘 드러납니다. 이것이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이 지니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임 뉴스는 이제 그만, 디스이즈게임이 당신의 인사이트를 넓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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