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맥주’로 꼽히는… 체코 ‘필즈너’의 비극적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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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체코다. 국민 1인당 연간 약 170리터의 맥주를 마신다. 병으로 치면 340병을, 매일 한 병씩 마시는 셈이다. 미국인들이 1인당 평균 76리터, 영국인들이 67리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37리터를 마시는 것과 비교하면 까무러칠 노릇이다.  체코 사람들은 맥주의 ‘양’ 뿐만 아니라, 맥주의 거품에도 상당한 의미를 둔다. “거품은 체코의 맥주 문화에서 매우 중요하다”(Foam is very important to the Czech beer culture) “거품은 두꺼워야 한다”(The foam should be thick)는 말은 체코 여행 사이트에 자주 소개되는 말이다.  


“거품 맥주는 한입에 털어 넣을 때 제 맛”

체코 사람들의 거품 사랑은 밀코(Mlíko)라는 맥주에서 두드러진다. 아예 거품으로만 잔을 가득 채워 즐기는 것이한다. ‘체코투어리즘닷컴’은 “이 거품 맥주는 한입에 털어 넣을 때 제 맛”(Mlíko is best enjoyed if you drink it in one go)이라고 소개했다. 

체코 사람들은 최적의 맥주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전용잔을 사용한다. 심지어 그들은 맥주 거품을 ‘살아 숨쉬는 그 무엇’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라는 책을 쓴 양조 전문가 이종기씨의 말이다. 

<체코 맥주는 대체로 탄산가스의 양이 많으며 따라서 거품이 매우 짙고 오랜 간다. 체코 사람들은 맥주의 하얀 거품을 ‘맥주의 혼’이라고 부른다.>

체코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홉으로 꼽히는 사츠(saaz)의 생산지다. 이 나라의 맥주는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1842년 탄생한 라거 맥주의 효시 ‘필즈너’

체코의 대표적인 맥주는 유명 라거인 필즈너(Pilsner)다. 라거 맥주의 효시로 알려진 이 맥주를 처음 만든 곳은 보헤미아 지방의 플젠이라는 곳. 프라하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 도시의 이름을 따서 ‘필즈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보헤미아 지방의 맥주는 1840년까지만 해도 에일이 주를 이뤘다. 그러던 1842년 플젠 지역에서 독일 양조자 요제프 그롤(Josef Groll)을 초빙해와서, 다른 방식의 맥주를 만들어 냈다. 플젠에서 처음 만든 이 맥주를 독일식 이름으로는 필즈너 우르켈(Pilsner Urquell), 체코식으로는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Plzeňský Prazdroj)라고 부른다. 

‘유럽맥주견문록’의 저자 이기중 교수(전남대 인류학과)는 “밝고 투명한 색깔, 반짝이는 황금색, 풍부한 거품의 깔끔한 맛을 지닌 필즈너는 단박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체코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필즈너 우르켈은, 더 이상 체코 맥주가 아니다. 남아공 양조회사인 사브-밀러(SAB-Miler)의 품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 전문가 무라카미 미쓰루는 ‘맥주, 문화를 품다’라는 책에서 인수 과정을 이렇게 전했다. 



아프리카로 팔려간 체코의 자존심

<1999년 가을, 놀라운 뉴스가 세계를 강타했다.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 증권의 네덜란드 투자 법인이 체코의 1위 기업인 필즈너 우르켈과 2위 라데가스트를 매수, 통합하여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고스란히 남아공의 맥주회사(SAB)에 매각했다.>

사브(SAB)는 남아프리카 양조회사(South African Breweries)의 줄임말이다. 1895년 창업한 이 회사는 영국계 백인이 경영하는 아프리카 1위 기업이었다. 필즈너 우르켈을 인수하기 전까지 사브의 존재는 잘 알려져지지 않았다. 그런데 1999년 10월 “무명의 사브가 필즈너 우르켈을 인수했다”는 뉴스를 전해듣고 각국의 맥주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사브의 다음 사냥감은 미국의 맥주회사인 밀러(Miler)였다. 밀러는 담배 기업 필립 모리스가 운영하고 있었다. 밀러가 경영 부진에 빠지자 필립 모리스는 2002년 사브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렇게 몸집을 키운 사브는 오늘날 ‘사브-밀러’(SAB-Miler)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세계 맥주 시장을 쥐락펴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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