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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엑스(X)’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포르노 영화에는 ‘X’ 표시를 하고, 욕설에는 ‘XX’ 표기를 한다. 그런데 이 부정적인 X가 하나도 아니고 4개나 붙은 맥주 브랜드가 있다. 호주 맥주 ‘포엑스(XXXX)’다. 욕 같은 맥주? 외설적인 맥주? 맥주 이름치고는 상당히 재미있다. 포엑스(‘XXXX’라고 쓰고 ‘포엑스’라고 읽는다)가 탄생한 건 지금으로부터 83년 전이던 1924년이다.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의 캐슬마인 마을에서 첫 선을 보였다. 양조장 이름도 ‘캐슬마인 퍼킨스’(Castlemaine Perkins). 캐슬마인 퍼킨스는 1878년 설립된,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꼽힌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에서 임오군란(1882년)이 일어나기 4년 전이며, 경복궁에 처음 전기가 들어오기(1887년) 9년 전이다.
2009년 일본 ‘기린 맥주’가 인수
이 양조장이 114년 만에 전통을 깨고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건 1992년이다. 호주의 음료업체 라이온 나단(Lion Nathan)에 매각이 된 것이다. 그런데 2009년에 더 큰 변화가 생겼다. 이번엔 아예 국적이 바뀌었다. 일본 맥주회사 기린(기린홀딩스)이 라이온 나단을 인수해 버린 것이다.
현재 포엑스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호주 기업 ‘라이온’이지만, 실질적인 소유자는 일본 맥주회사인 ‘기린’이다. 그렇다면, 포엑스를 호주 맥주로 불러야 할까, 아니면 일본 맥주로 불러야 할까.
포엑스라는 이름이 붙은 4가지 ‘설’
포엑스의 인수 과정만큼이나 그 이름의 유래는 흥미롭다. 대략 4가지 설이 전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욕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첫째, 호주 퀸즐랜드 원주민들이 과거에 맥주(beer)를 쓸 줄 몰라서 ‘XXXX’라고 표기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게 맥주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만화 캐릭터의 이름이다. 캐슬마인 퍼킨스 양조장 광고에는 우스꽝스러운 한 남자가 등장했다. 1920년대 브리즈번 교외에서 신문을 팔던 난장이를 모델로 삼았다 한다. 이 남자의 이름이 ‘미스터 포엑스(Mr Fourex)’였다.
세 번째는 이 맥주의 맛과 관련이 있다. 과거 양조업자들은 맥주 품질을 나타내기 위해 맥주통에 ‘X’를 새겼다. 가장 품질이 좋은 맥주에는 ‘X’를 3개 붙였다. 그러니까 ‘X’가 4개 붙은 포엑스란, 그 맛이 월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히 압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홍보전략이다.
마지막 4번째 주장은, 호주 내륙 사막지대에 있는 뾰족한 가시철사의 모양을 본 따 상표화했다는 주장이다.
이중 가장 유력한 것은 첫 번째, 그러니까 호주 원주민들이 영어를 몰라서 ‘XXXX’라고 표기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 맥주 회사가 홍보전략의 일환으로 일종의 ‘신비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이름을 가진 ‘포엑스’는 엷은 황금색을 띤 미국 스타일의 라거다. 비터(Bitter), 골드(Gold), 섬머 브라이트 라거(Summer Bright Lager)의 3개 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알코올 함량은 각 라인에 따라 3.5~4.8%다. 가격은 한 캔에 1.6호주달러(1400원)다.
맥주 평가 사이트에서는 100점 만점에 66점
이름은 독특하지만 아쉽게도, 포엑스의 맛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 맥주 리뷰로 유명한 ‘비어 애드버킷’(beeradvocate)에 올라온 점수는 66점(100점 만점, 골드 라인 기준)이다. 한 리뷰어는 “호주에서 포엑스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면서 박한 점수를 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