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귀신썰)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9화

안녕 내 기분처럼 우울한 월요일이었네

날씨가 너무 구렸다 그치

서울은 구렸는데 다른덴 어땠어?

한동안 매일 가을 날씨라 좋았는데

하늘도 예쁘고 ㅋ

그래도 이런 계절이 있어서 좋아

점점 짧아지는 가을이지만

그만큼 더 절실하게 누리자!


물론 우리는 귀신썰을 함께 보며 가을밤을 보내자규

그럼 시작한다 흠냐님 이야기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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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전 지금 댓글달아주신분들께서 마음으로 보내주신 사발면에 깔려 있습니다.ㅋㅋㅋㅋㅋ

아.. 박군이랑 놀러가서 분위기낸답시고 양식만 주구장창 먹었더니;

오로지 생각나는건 김치, 비빔밥, 해장국 등등ㅋㅋㅋ

역시 한국사람 입맛에는 한식이 최고! 라는 뜬금포를 날리며. 글 시작하겠습니다.

(박군과 놀러갔다오는길에 외가에 들렀더니 아직도 할머니 얼굴이 눈앞에 생생하네요.

오늘쓰는 글은 그다지 무섭거나 신기한 얘기가 아닌, 그냥 어릴때 기억을 끄적이는정도로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본인의 외할머니는 무속인이세요.

무속인. 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런모습을 떠올리시더라구요.

짙은 아이라인(?), 허연화장, 매서운 눈매, 알록달록 한복(?), 툭터지는 반말 등등

제평생을 사랑하는 할머니와 같이 보내며 느낀점은.

어떤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그신을 모시는 무속인의 외형도 달라진다는점.


살아있는 사람도 어린아이, 젊은여자, 나이드신 할아버지 등등 어떤 특정범주에 넣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수있죠.

무속인들이 모시는 신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거에요.

무속인은 신을 '모시는' 사람이기때문에.

자신이 모시는 신이 '원하는것'을 인간으로써 구현해내야하므로,

무속인들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라는걸 말씀드리고싶어요.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때 평소 저희 할머니는 무속인이랑은 거리가 멀답니다.

그냥 평범한 한복, 쪽진 머리, 화장은 평소에는 거의 생략(한듯안한듯? 요즘 대세)..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전. 저는 아주 많은시간을 경상도에 있는 외가에서 보냈어요.

좀더 자라기전에 할머니곁에 많은시간 두고싶다던 말씀에

엄마와 아빠는 절 외가에 풀어놓고 방목하신거죠 ^^;;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외가는 집이 두채에요.

한채는 식구들이 거주하는 집, 한채는 할머니가 신을 모시는 집.

신을 모시는집은 거주하는 집이랑 멀지않은곳에 있었는데,

그집 대문을 연다거나 얼쩡거리기라도 하는날엔 혼쭐이 났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식구들이 거주하는집.


두채 다 전형적인 한옥(기와집?)이긴 하지만 역시 거주하는 집이 훨씬 컸어요.

울엄마가 어렸던 시절에는 식구가 20명이 넘었다고하니.. 집크기가 짐작이 되시겠지요.

전형적인 옛날집인지라 안채, 바깥채, 행랑채 등등 공간이 철저하게 분리되어있고

행랑채에는 저희 할머니와 연배가 비슷하신 할머니가 한분 계셨어요.

'행랑어멈'이라고 불리우시던 그할머니는 울엄마가 어린시절부터 집에서 함께 사셨대요.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이상으로 가까운 관계랄까.


저희 할머니는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으셨다고해요.

물론 외할아버지 이하 다른 식구들은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셨구요.

같이 사시던 행랑할머니(본인은 그렇게 불렀음)는 집안의 모든 살림을 관리(관장?)하셨대요.

본래 같은동네분이였던건 아니였고. 울엄마는 기억도 못할만큼 어렸던시절에..

남편과 자식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여기저기 떠돌던 행랑할머니가

저희외가 대문을 두드리셨대요.

밥한끼만 얻어먹을수없냐.. 라는 행랑할머니의 말씀에 문을 열어드린 울엄마의 큰고모는

비어있던 행랑으로 모시고 밥상을 차려드렸다고하네요.

밥을 다드신 행랑할머니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려던때, 신집에 계시던 저희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니 밑도끝도없이 '가지마시게.'라고 한마디한것이 인연이된거죠.

어린시절 외가에 가면 대문앞에 항상 행랑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셨어요.

외할머니의 사랑과는 다른 사랑이랄까..

물론 외할머니도 더없이 사랑해주시는게 느껴졌지만 그사랑은 엄격하고 권위적인 사랑이랄까.

반면 행랑할머니가 보여주신 사랑은.. 울고떼써도 다받아주시겠거니.. 라는 믿음직한 사랑.


제가 외가에서 방목되며 동네개처럼 뛰어놀고있던 어느날.

외할머니가 계시는 안채를 들여다보니 할머니가 바느질을 하고 계셨어요.

아.. 평소에 할머니가 바느질을 한다거나 부엌일을 하는걸 본게 그때가 처음이였어요.

무거운 표정을 하고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시던 할머니는 하던 바느질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들어가셨어요. (이것역시 어린마음에 놀라웠을뿐)

아직도 있는 아궁이에 커다란 솥을 걸고 이것저것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시던 할머니.


평소에 음식준비가 되면 외할아버지상부터 차리는게 순서였지만 그날은 그러지않았어요.

상위에 하나하나 그릇들이 놓이는걸 보고

'할머니~ 할아버지 진지드실 준비 되셨나고 여쭤볼까?' 라고 물었지만

'아니다. 오늘은 할미랑 행랑할멈부터 먹는날이야.' 라고 말씀하셨어요.

나도 배고픈데... 라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부엌가에서 서성거리는데도..

할머니는 다차린 상을 들고 행랑으로 가버리셨어요.


두분이서 식사를 하신후 할머니는 다시 안채에서 바느질에 열중.

저는 행랑채로 뛰어들어가 행랑할머니 무릎을 베고누워 놀았던것같아요.

(본인은 기억이 안나지만.. 나중에 들은 외할아버지말씀으로는 행랑채에서 잘놀던 본인이 경기를 하며 울어제꼈다고함. 외할아버지가 어르고달래서 겨우 눕히고 재웠다고하심.)


그리고 잠에서 깼을때.. 하늘은 깜깜한게 분명 밤이였는데 집안에 사람이 많이 있는것같았어요.

옆에는 아무도없고 무서운 마음에 문을 열어보니 마당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구요.

얼른 방문닫고들어가라. 라는 외할머니의 한마디에 깨갱한 본인은.. 그냥 그렇게 날을새버렸어요.

날이 밝아오자 엄마, 이모들, 외삼촌들이 속속 집으로 모이시더라구요.


어른들의 말씀으로 들었어요.

행랑할머니가 지난밤에 돌아가셨다고.

울엄마, 이모들, 삼촌들 학교다닐때 교복다려주신것도. 도시락 챙겨주신것도.

시집장가갈때 외할머니대신 펑펑 울어주신것도.. 전부 행랑할머니셨거든요.


엄마와 이모들이 마당에 주저앉아서 곡을 하며 울었어요.

집에서 장례를 치르고.. 염을 한후 마지막인사를 할때.

(원래 어린아이는 허락하지않는다고함. 외할머니의 말씀으로 행랑할머니께 인사할수있었음)

외할머니가 손에서 놓지않았던 바느질거리가 뭔지 알게됐어요.

행랑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입고가실 수의였네요.

돌아가셨다.. 라는게 실감이 나질않아 옆에서서 행랑할머니 얼굴만 쳐다보고있을때.

외할머니가 행랑할머니 가슴에 손을 얹고 말씀하셨어요.

'먼저간 자식들이 부르고있으니 어서 가시게.. 다음생에 또 만나게될테니.. 그때는 내가 자네에게 맛난거좋은거 많이 해드리고싶네..'


그렇게 행랑할머니는 꽃상여타고 눈물배웅받으며 멀리 가셨어요.

장례치르는 며칠동안 식음전폐하며 울던 엄마와 이모들은

행랑할머니를 묻어드리고도 계속 울었어요.

'다시 만나게될텐데 뭘그렇게 울어대냐? 희야, 너 나중에 나죽고나면 잘봐둬라. 니엄마랑 이모들이 지금처럼 우는지안우는지 잘보고 바로 할미한테 일러다오. 울거면 저쪽 별당에 가서 울어라. 묻힌 사람이 다시 뛰어나오겠구먼.. 그리고 니들 계속 울꺼면 밥이나 먹고울어라!'

할머니의 말씀에 엄마와 이모들은 밥을 먹으며 우셨던.. 기억이.. ^^;;


박군이랑 놀러갔다 오는길에 외가에 들러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행랑채를 보니

친손녀처럼 예뻐해주셨던 행랑할머니생각을 안할수가없더라구요.

좋은곳으로 가서 자손분들과 잘지내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음..며칠전에 외가에 갔으때도..어김없이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고계시던 할머니.

어릴적부터 외가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았어요.

할머니가 친히 신집문을 열어주시며 같이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고

소금세례를 퍼부으시며 쫓아냈던 사람(예를 들어 정치인)도 있었고

말한마디없이 밥먹이고 하루재운후 돌려보내는 사람도 있었네요.


저희 외가부엌 아궁이에 제일 큰솥에는 사골(곰국)이 떨어지는 날이 없었답니다.(지금도)

특히 아이손을 잡고 '아이가 뭐에 씌인것같아요ㅠㅠ' '아이가 밤에 헛것을 보고 잠을 못자요ㅠㅠ'

라며 찾아오는 아이엄마들도 많았구요.

할머니는 아이얼굴을 대충 본후 신집이 아닌 거주하는집으로 데리고들어가 상을 차리셨구요.

상위에는 항상 뽀얀 곰국한대접, 고봉밥한그릇, 소금, 백김치.

아이엄마와 아이것 두그릇씩을 올려두고 마루에서 밥을 먹이곤 하셨어요.

묻지말고 주는밥이나먹어라. 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대부분 말없이 그릇을 비워내셨던것같아요.


밥다먹었으면 아이랑 바람이나 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라고 말씀하셨던 할머니.

아이엄마에게 집뒷편산을 가리키며

'야트막한 동산이니 아이데리고 한바퀴도는데 오래걸리지않을거야.' 라고 일러주시곤하셨죠.

하지만ㅋㅋ 집뒷산은ㅋㅋ 보기와는 달리 만만한산이 아니였어요.

점심먹고 올라간 사람들이 저녁때가 가까워져야 다리를 달달 떨며 내려오곤 했으니까요.


겨우 산에서 내려온 아이엄마중에 눈을 부릅뜨며 할머니에게 항의하는 분도 계셨어요.

'야트막한 뒷동산이라더니! 봐달라는 점은 안봐주고 사람 쌩고생시키네!' 등등..

차마 대놓고 그런말을 못해도.. 얼굴에는 '힘들다 or 어이없다' 라고 뚜렷하게 써있었어요.

그럴때마다 할머니는

'저녁상도 봐줄테니까 저녁도 먹어라. 저녁먹고나서는 아이손잡고 앞에나가서 좀 걷고들어와. 앞에는 딱보이지? 저긴 산도아니고 평지라 걷는데는 무리없어.'


그러면 아이엄마들은ㅋㅋ 또 아무말도 못하고 주는밥먹고 아이손잡고 동네한바퀴ㅋ

그렇게 또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할머니는 빈방에 이부자리를 깔아주고 방으로 들였어요.

'왜 점은 안봐줘요?' 라는 항의성질문을 쏟아놓으면

'니자식 밤에 잠못자고 헛소리하고 헛것본댔지? 오늘밤에도 잠설치면 내일 봐줄테니까 일단자.'

라고 일소에 붙이고 방문을 닫곤 하셨어요.


다음날이 되면 정말 신기하게도ㅋㅋㅋ

아이엄마는 일찍 일어나 마당을 서성이거나 얼쩡거려도.. 문제가 있다고 했던 아이는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깊은잠에 빠져 할머니가 주시는 아침상도 못받기 일쑤였어요.


간밤의 항의(!)는 온데간데없이 할머니치마자락을 붙들고

'할머니.. 어떻게 하신거에요? 부적쓰신거에요? 혹시 밤에 방문앞에서 기도하셨어요?'

라는 얼토달토않은 질문들은 쏟아놓던 아줌마들..


'무당이라고 다 칼춤출줄 알았냐? 내가 낳아서 장성한 자식이 여섯이야. 아이가 몸이 시원치않아 밥좀 적게먹고 잠깐 누울라치면 호들갑떨면서 이불밑에 감춰뒀지? 넌분명 여기데리고오기전에 병원에도 갔다왔을거고. 병원에서 이상없다고 하니 이리로 데리고왔겠지. 아이가 크면서 한번쯤 잠설칠수도있다. 그럴수록 햇빛도 많이받고 뛰게해줘야지. 별거아닌걸로 애미가 벌벌떨때 벌써 그애미는 자식한테 책잡힌거야. 니자식 지금 세상모르고 늘어져라 자고있는거보면서 무슨생각드냐? 내눈으로봤을때 니자식한테 들러붙은거없어. 있으면 두들겨패서라도 떼줬을거야. 방정떠는 엄마덕에 어제 아이가 산타고 걷느라 고생좀 했겠구먼. 식기전에 아침상비우고 얼른 집에나 가라.'

쓸데없는 일로 신을 귀찮게하지말아라. 라는 말을 저렇게 몸소 실천하신 할머니ㅋㅋ

정말 어릴때부터 셀수없이 찾아왔던.. 아이를 대동한 엄마들은ㅋㅋ

할머니의 마지막 레파토리가 끝나면 허무하고 어이없고 웃긴ㅋㅋ다는 표정으로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곤했어요.

(위의 얘기는 할머니의 어떤 능력과는 관련없는 그냥 생활의지혜?정도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오)

물론.. 안타깝게도 찾아오는분들중에 엄한거(할머니표현)달고 오시는분들도 많았더랬지요.

그런분들이 대문간에 들어서면 할머니는 가장 할머니다운 액션을 취하셨구요.

뭐.. 이얘기까지하면 스크롤바가 먼지가되어 사라질것같기에..

궁금해하는분이 계시면 다음기회에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쓰다보니 주절주절 길어져버렸네요.

돌쇠한테 사발면얻어먹으러 나가봐야겠습니다ㅋ


뿅.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________________________

흠냐님 할머니는 지혜롭기까지 하시다...

그런 할머니의 자녀분들이셔서 다들 현명하신가봐

난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잘 몰라

할머니의 사랑이라...

나는 모르는 일

그래서 부럽기도 하다 ㅠ


그래도 먼저 가신 할머니

그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길...


그럼 다들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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