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쟁점법안] "집에 가고 싶어요"…근로시간 단축제 해결될까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법'이 정기국회 핵심 쟁점 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법'이 9월 정기국회 핵심 뇌관이 될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지난 3월부터 8월 말까지 수차례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근로시간 단축법안'을 논의했다. 지난 7월 광역버스 '과로운전' 사고로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8월 국회 안에 논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여야는 일단 사업장 규모가 큰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잠정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적용 시점'이라는 난관을 맞이하면서 9월로 미뤄졌다.


근로시간 단축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일자리 창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근로시간 단축을 꼽으며 "연장 노동을 포함한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규정한 노동 법안을 지키면 최대 20만 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 방안과 더불어 근로자의 윤택한 삶과도 결부돼 있다. 우리나라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 근로시간(32.9시간)과 비교하면 무려 10시간 이상 길다. 때문에 우리도 근로시간을 법적으로 줄여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높다.

정부여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법에 대한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주 68시간 근로' 근거인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폐지해서라도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새롬 기자


◆ 어떻게 바뀐다고? 최대 68→52시간 줄인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1989년 기준 주 44시간에서 2004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됐다. 따라서 현행 근로기준법은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일주일 40시간, 연장근로는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52(40+12)시간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법안에 명시된 일주일은 평일인 5일만 계산한 것이며,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서 제외한다'라는 행정지침해석에 따라 노동자들은 토·일요일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 초과근무가 가능하다. 52시간을 넘긴 68(52+16)시간 근무를 하게 되더라도 사업주에 대한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대 근무 시간은 68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여당은 높은 자살률, 최하위권인 국민행복지수, 낮은 노동생산성 등의 원인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고, 주 최대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여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주 68시간 근로' 근거인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폐지해서라도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할 방침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한정애 의원은 '3단계 근로시간 차등적용안'에 대해 각 단계별로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1년 후 도입 ▲50~299명 2년 후 도입 ▲5~49명 3년 후 도입을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 與 "빨리빨리…3-2-1년 유예" vs 野 "천천히…5-3-1년 유예"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일주일을 7일로 명시하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12시간 한도에 포함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시행 시기 ▲위반 사업장의 처벌 문제 ▲휴일 근로의 임금 할증 계산법 등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렸다.


환노위는 지난 29일에도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전날 합의했던 사업장 규모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유예기간 차등 적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당은 유예기간을 짧게 둬야 하고, 야당은 길게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야 간 고성이 오갔으며, 회의는 단 40분 만에 끝났다.


28일 근로시간을 줄이되 소규모 사업장에 유예기를 더 주는 '3단계 근로시간 차등적용안'에 여야 간 대체적인 합의를 이뤘다. ▲사업장 규모별로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50~299명 ▲5~49명 등 3단계로 나눠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단계별로 근로시간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행정지침 폐기 대신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1년 후 도입 ▲50~299명 3년 후 도입 ▲5~49명 5년 후 도입하자는 것이다. 당장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할 경우 사업자에게도 부담이 가고 근로자 역시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임금 감소 부담을 받는다는 게 이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임이자 의원은 '3단계 근로시간 차등적용안'과 관련,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1년 후 도입 ▲50~299명 3년 후 도입 ▲5~49명 5년 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더팩트DB



때문에 야당은 야당은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한 추가 일자리 창출 규모와 정부 지원 예산 규모 등을 시뮬레이션한 뒤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단계별로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1년 후 도입 ▲50~299명 2년 후 도입 ▲5~49명 3년 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29일 소위원회를 산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이야기와 다르게 여당이 우리의 입장을 '즉각 수용'해달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어제는 노동부에서 여당안과 야당안에 대해 일자리 창출 효과와 예산 규모 등 시뮬레이션을 내는 결과를 보고 심층 논의하기로 했는데, 여당 간사가 가급적 빨리 집행하는 입장을 수용해달라고 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야당이 '깊이 있게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냐'고 반박하면서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 한정애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을 3단계로 나누는 건 합의했다"면서 "다만 실시 시기를 고려했을 때 대기업은 내년 1월 1일부터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지원할 것이니 빨리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국회를 방문해 주요 정당에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급격히 단축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 /배정한 기자


◆ 업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vs 노동계 "지친 국민 그만 괴롭혀야"


업계는 정부·여당의 방침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기업의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도의 입법화를 앞두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국회를 방문해 주요 정당에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최저임금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을 대표로 전달했다.


박 회장은 각 정당에 제출한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경제계도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급격히 단축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달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중소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대법원 판결이나 기존의 행정해석 폐기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유예기간 없이 곧장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면서 이를 넘겨 일을 시키는 기업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난 속에 납기 차질을 빚거나 설비 증설, 교대제 개편 때 애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장기간 근로문화를 개선하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로시간 단축 대책의 하나로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대폭 늘리고,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종업원 수에 따라 5단계'로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8월 임시국회에서 무산되자, 잇달아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문병희 기자



근로시간 단축안이 확정되면 도금·열처리 등 뿌리기업 및 지방 중소업체가 부족한 생산인력을 채울 수 없다며 제조업 분야 외국인근로자 도입 쿼터를 올해 4만 2300명에서 내년 10만 6000명으로 2.5배 늘려달라는 것이다. 또한 ▲2019년에는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2020년 100~299명 ▲2022년 50~99명 ▲2023년 20~49명 ▲2024년 20명 미만 기업 등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안을 조만간 정부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동계는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공회전을 거듭하는 행태를 규탄했다. 특히 양대 노총은 잇달아 성명을 냈다. 한국노총은 "8월 국회에서 노동시간 단축문제가 여야 합의로 해결돼 우리나라가 장시간 노동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노동자들이 과로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는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장시간노동과 과로로 쓰러지고 죽어야 법을 고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주 52시간 유예기간 문제는 지금까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면서 불법적인 추가 '이윤'을 창출했던 기업들에 몇 년 더 기회를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장시간노동 문제에 지친 국민을 비생산적인 장시간 논쟁으로 또다시 괴롭히는 짓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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