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영, 방향을 찾는 디자이너 #공간브랜딩이란?

우리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매일 익숙한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익숙한 공간은 작은 변화에도 크게 달라져보이기도 한다. 사소한 변화가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스쳐가는 일상 속 보석 같은 순간을 찾고 디자인합니다’ 여기 예리한 시선으로 공간을 재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색다른 관점으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스튜디움 ZAC(이하 ‘스튜디움작’)이다.

스튜디움작은 2001년 12월, Friends Design이라는 이름으로 설림됐고 올해 2월 스튜디움작으로 이름을 바꿨다. ‘작(作)’에는 짓다, 만들다, 창작하다 등 여러 뜻이 포함돼 있지만 본질은 하나, 채운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엇을 채우고 싶은 걸까. 스튜디움작의 양진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 들었다.

왼쪽 불테 안경을 쓴 사람이 스튜디움작의 양진영 대표(출처: 스튜디움작 페이스북)

어느날 이름을 바꾸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이름을 바꿨다

혁신이 필요했다. 그 이름은 오래 썼으니까.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인데 자기 스스로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문제를 해결할까 싶었다. 남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사람 중에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그렇게 느껴졌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는 게 맞을까 직원들과 같이 고민했다.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그 디자인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으로 부족했다. 스튜디오의 정체성이 없으면 지속성이 없어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한 프로젝트의 디자인만 잘하면 끝일 수 있지만, 직원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은 다르니까. 그래서 이 안에서 회사와 직원이 서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해야 했다. 그런 문제를 고민했다.

그래서 정체성은 찾았는지

우선 방향을 잡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럼 고객은 어떤 사람으로 할거야?’ ‘나는 어떤 사람이야?’ 등 내부적으로 많이 대화를 했다. 개인의 정체성이 확실하거나 날카로워야 하는데 뭉뚱그려져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지금은 우리가 잘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더 잘하는 사람, 예리한 사람이 등장하면, 그때부터 도태되는 것이다.

스튜디움작만의 고민은 아닐 것 같다

우리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걸 머릿속으로는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대해서 명확하게 그리고 있지 못하다. 인테리어 시장의 많은 업체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외부적인 문제도 있지 않을까

한국의 인테리어 시장 자체가 작은 편인데, 인테리어를 하는 업체는 너무 많고, 끝없는 경쟁이 생긴다. 여기서 경쟁은 기획을 하는 디자이너의 경쟁이지 시공하는 사람들의 경쟁은 아니다. 시공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살 만하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시급도 못 받을거다.

시급도 못 받을 정도인가

몇몇 좋은 회사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렵다. 시장 상황이 건강하지 못하니까. 건강한 회사라고 해봤자 7만 개 중 1000개도 안될 것 같다. 디자이너는 너무 많은데 프로젝트의 수는 적고 그 안에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디자인을 더 잘하는 것보다는 돈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겨도 돈을 못 벌게 되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가성비’ 경쟁 때문이다. 고객은 적은 돈을 들이고 최대의 효과를 보고 싶어하니까.

스튜디움작 페이스북에는 직원들을 찍은 사진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다. 홍보용 SNS보다는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 일기처럼 보인다. (출처: 스튜디움작 페이스북)

그래서 공간을 재해석하다

스튜디움작은 공간 컨설팅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있다. 그들의 시선으로 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CI, 브랜딩, 공간에 대한 컨설팅이 포함된 디자인 컨설팅, 컨셉을 만들고 소품을 제안해 설치해주는 스타일일 컨설팅 등이 있다.스튜디움작에서부터 공간 컨설팅에 대한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프랜즈 디자인때부터 사용해오던 문제해결방법이다.

공간 컨설팅?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예전의 나는 디자인에 욕심을 냈지만, 지금의 나는 굳이 디자인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버렸다. 그것은 오로지 나의 욕심이고 작가로서의 욕심일 뿐이었다. 지금은 고객에게 신념과 가치가 있으면 더 훌륭한 디자인이 나온다고 믿는다. 좋은 디자인에 대한 판단은 디자이너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서 나오는 거라고 믿는다. 그 신념과 가치를 찾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다.

주로 어떤 질문을 하는지

디자인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삶의 철학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질문한다. 그런데 ‘본질이 중요하다. 브랜딩이 필요해. 너의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생각이 거기에 들어가야 돼. 내가 해줄 수 없어’라는 의미의 대화를 시도하면 처음에는 고객이 당연히 힘들어한다. 그런 벽을 깨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다. 병원을 만든다고 하면 ‘어떤 의사가 되고 싶으냐’에 대한 얘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냥 이게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고.

대화를 통해 변화시켰던 기억이 있나

어떤 남자 고객이 병원 이름을 라이언으로 하겠다고 했다. 왜 라이언이냐고 물으니 사자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브랜딩했던 케이스를 말해주며 대화를 시도했다. 이런 분은 엄마를 위한 한의원을 생각해서 카페처럼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등 여러 사례를 말해줬다. 며칠 뒤 그 고객은 라이언이 아닌 ‘라이온’을 하겠다고 하더라. ‘따뜻할 온溫’ 에 ‘이로울 이利’였는데,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찾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아이한의원. 아이에게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게 진료공간을 작은 집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위로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이용하여 빛이 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면적은 63.00㎡ (19.06평)

어쩌다 디자인,그래도 디자인


좋은 디자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원래 디자이너가 꿈이었나

꿈은 아니었고 디자이너가 멋있어 보였다. 제도통 들고 다니면 대단한 거 하는 것 같고.(웃음) 처음에는 남들이 월급 80만원 받을 때 30만원 받고 일했다. 그래도 아무 생각없이 시작했다. 모형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일주일에 집에 한번 갈까 말까 하고 디자인과 관련도 별로 없었다. 디자인학원에서 소개시켜준 직장인데, 지금 생각하면 정상적인 회사는 아니었다.(웃음) 스물 여섯이었으니까 모든 게 막연했다. 그래도 일을 하는 게 재밌었다. 그래서 계속 했다.

돌이켜 봤을 때,아쉬운 점 같은 건 없을까

딱히 후회되는 건 없지만 좋은 스승을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은 든다. 올바른 방향을 보고 가는 게 중요하니까. 누구나 열심히 사는데 중요한 건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누가 길을 알려주면 좋은데 나는 스승없이 혼자 고민하고 결정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고객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병원을 디자인한다면 그 병원의 어떤 의사는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 건지, 그 병원은 어떤 가치관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서 환자에게 존재하고 싶은 건지, 의사 당신의 입장으로 만들 건지, 환자의 시선에서 봐서 만들 건지. 이건 병원만이 아니라 카페 주인일 수도 있고, 매장을 만드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구의 시선에서 어떻게 공간에 머물러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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