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인터뷰]김석_날것의 철학, 공간이 되다

보통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말이 예쁜 공간을 만든다는 뜻으로 쓰였다면 튠플래닝에게 디자인은 조금 다른 뜻이다. 공간을 조율한다는 뜻의 튠플래닝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의 디자인은 건축과 주변의 관계를 얘기하고 어떻게 어울리게 할지에 대한 조율에 가깝다. 내 것과 남의 것, 경계와 공존을 탐구하는 디자이너 김석을 만났다.


어떻게 디자인의 세계에 입문했는지 궁금하다


원래는 공업디자이너가 꿈이었는데 성적에 맞추다 보니 공업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학과에 못 갔다. 결국 실내디자인 학교에 진학했는데 처음에는 그 학과가 뭘 하는 곳인지도 몰랐고, 인테리어와 건축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그렇게 멋모르고 시작했는데 내가 상상하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나 내가 그렸던 것들이 그대로 실물화되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공간에 대한 작업을 하는 게 적성에 맞겠다고 생각했고,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시공회사에서 일을 했다.

디자이너 중에는 시공에서 시작한 케이스가 흔치는 않은데

대학교 다닐 때는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는 인생의 마스터플랜을 생각했지만 IMF때 졸업을 하면서 뜻대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시공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디자인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못 배웠지만 그만큼 다른 면들을 많이 배운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디자인만 쭉 했던 것보다 시공을 했던 경험이 훨씬 더 디자인을 통한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경계, 짓지 않다

"친한 선배가 어느 날 내 작품을 보고 '날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펄떡펄떡 뛰는 날것. 그 말이 무슨 뜻일까 한참 생각했다."

인테리어와 건축의 경계도 몰랐다고 했는데,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여전히 그 경계가 나의 고민 중 하나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외부를 다루는 게 건축이고, 내부를 다루는 게 인테리어라고 구분 지을 순 있지만, 그건 일차원적인 얘기라고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건축은 외관을 다루고 인테리어는 건물 속으로 들어가서 공간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본질이 뭘까를 생각하면 어렵다. 그게 나의 숙제다. 그걸 풀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네임밸류를 갖는 디자이너가 되거나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경계에 대한 고민이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내부와 외부를 경계 지으려 하지 않는다. 인간은 공간을 바라보는 관찰자, 공간은 인간이 바라보는 피공간이 아니라 같이 어울러질 수는 없을까를 고민한다. 또 울림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예전에는 건축 마감이나 디테일에 대해 생각을 했는데 언제부턴가 디테일보다는 그 공간이 갖고 있는 어떤 울림이라는 게 훨씬 더 중요할 수 있겠다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그 공간에서 어떤 울림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허심탄회하게 툭툭 말하다 보면 낚아챌 만한 것들이 나온다.”

울림을 보여준다?

눈에 보여서 느껴지는 것과 상상치도 못한 공간에서 느끼는 것은 다를 것이다. 상상치 못한 공간이 확 열렸을 때 우리에게 주는 감동, 몸에서 느끼는 체감은 더 클 것이다. 평소 이타미 준(いたみじゅん)이나 이우환의 작품들을 연구하는 편인데 이우환 씨는 “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공간과 파장이 있어야 한다.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공간이 여백”이라며 종소리에 비유했다. 이우환 씨의 작품 역시 작품에서 울림이 흘러나가기를 바라는 거다.


성질, 있게 짓다

‘김석’만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는 안도 다다오(あんどうただお) 같은 해외 건축가나 한국의 류만재 디자이너 같은 사람들의 계보를 잇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평가라는 건 어느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더라. 친한 선배가 어느 날 중에 내 작품을 두고 ‘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펄떡펄떡 뛰는 날 것. 그 말을 들은 순간에는 ‘날 것 같다’는 뜻이 도대체 뭘까 싶었는데, 그 뒤로 내가 행동하는 방식이나 노는 걸 봤을 때를 보니 그 선배 이야기에 공감이 되더라. 그 뒤로는 어떤 ‘날 것의 미학’이라는 표현을 듣기도 하고 그랬다.

평창동의 주택 The piano was drinking, not me. 특이한 건물명처럼 평범함을 거부하는 요소가 많다. 김석이 추구하는 날 것이 이미지가 장엄하게 마주하게 된다.

지상 5층 지하 1층의 근린시설인 아셈코어. 돌에서 추출한 재료, 콘크리트, 금속 소재의 가공을 최소화하고 물성을 보여줌으로써 주변과의 관계를 받아들이게 했다.

작품에 날 것의 미학이 어떻게 적용되는가

보편적인 디자이너나 다른 디자인을 추종하는 대부분 디자이너는 현실에 있어서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심미성, 기능성 그리고 무시 못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가격이라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오리지날보다는 짝퉁을 많이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본질하고 다른 표피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철을 쓰지 못해서 철 같은 플라스틱으로 철 같은 느낌을 준다거나 빈티지가 유행하니까 하고 싶은데 오리지날 빈티지는 비싸니까 빈티지스럽게 불로 그을린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나는 그것과는 다르게 재료의 본질과 물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많이 노력한다. 재료 자체의 물성을 그대로 보여주다보니 날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제는 그 얘기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 같다.

과거와 인테리어 시장과 현재를 비교해보자면?

예전에는 생계형 디자이너와 잘나가는 디자이너의 차이가 많이 났는데 보여지는 것에 있어서는 전체적인 수준은 많이 올라간 거 같다. 인터넷의 발달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지금은 잘나가는 디자이너나 새로운 신임디자이너나 일반인이 봤을 때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전문가들 입장에서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카피가 보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깊이의 얕음과 깊음이 보이긴 한다.


디자인이나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고는 하지만 어떤 지향점은 다들 가지고 있다. 예술은 이래야 하고,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 근데 그 지향점이 너무 한 방향인 것 같다. 그런 것만 디자인이고 예술이 아니라 '이런 디자인과 예술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부암동 구락당. 1층과 2층을 더해 24평도 되지 않는 작은 집이지만,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더없이 의미없이 비어있는 공간은 10만평이다.

그런 부분을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알기가 힘들 텐데,최소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어떤 공간을 잘 하는 디자이너인지 미리 조사하고 연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는 날 것을 좋아하는데 모던한 스타일을 잘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공간을 요구하면 둘 다 힘들어진다.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파악해야 한다. 또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 대해서 말해줘야 한다. ‘지붕은 빨갛게 해주고 싱크대 브랜드는 이걸로 해주세요’라고 하지 말고 잠을 잘 때 별빛이 보이면 좋겠다거나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좋다.

후배 디자이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


맷집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다. 조급해하지 말라는 얘기다. 좋아하는 건축가 중에 루이스 칸(Louis Khan)이라는 건축가가 있는데 그 건축가도 50세를 넘겨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한다고 해서 꽃길만 걸어가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꽃길만 걸어가고 멋있는 일만 하고 아름다운 얘기만 하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고 그 길을 걷는 과정은 어느 길이나 힘들고 고통스럽다. 도달했을 때 나를 마중 나와주는 내 것을 보고 얘기해주는 내걸 보고 좋아해 주는 환호를 보고 거기에 행복을 느끼는 거지, 이 일을 하는 자체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맷집을 기르라고 얘기하는 것들은 칭찬에만 목메지 말고 좋은 얘기만 너무 들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날것은 어떻게 공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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