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창간 특집: 워라밸 시대]② 워라밸의 제 1조건, ‘야근제로’

▲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회원의 아기가 칼퇴근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을 바라보고 있다.ⓒ뉴스투데이

<편집자 주>



대통령과 CEO가 '저녁이 있는 삶' 외쳐봐야, 직속상사가 야근하면 '헛된 구호'


'야근 잦은 사람=열심히 일하는 삶' 공식 성립 안해…낮에 쉬고 야근하면 수당 챙겨? 


“금요일이니까 퇴근할 수 있는 사람은 퇴근 하시고~”


“부장님은 금요일인데 뭐하실 거에요?”


“난 야근해야지, 뭐.”


이상은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한 건강식품업체의 광고 내용이다. 광고에서 부장은 금요일 퇴근 시간이 되자 일찍 퇴근 할 수 있는 사람은 퇴근하라고 격려한다. 직원들은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각자 지인과 약속을 잡거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모두 퇴근하는 분위기에서 한 직원이 "부장님은 뭐하실 거냐"고 예의상 묻는 순간ㅡ 부장의 대답은 들떠 있던 직원들을 다시 책상 앞으로 불러왔다. “난 야근해야지.” 대통령이나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아무리 '저녁이 있는 금요일', '불타는 금요일' 등을 외쳐봐야 직속 상사가 책상을 붙들고 퇴근하지 않는다면,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허망한 구호일 뿐이다.  


직장인들에게 야근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들여다보면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한 이유로 야근하는 직장인들의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광고에서처럼 자신의 할 일을 다 끝냈지만 상사가 남아있는 경우, 직장상사가 쉬고 있다가 퇴근을 앞두고 갑자기 오더를 내리는 경우, 근무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다가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야 제대로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 등 이유가 다양하다.


세무사무소에 다니던 직장인 A씨(32)는 자신의 업무 성과를 위해 야근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팀원 B씨로 인해 결국 직장을 옮기기도 했다. B씨는 평소 근무시간에 개인적인 일로 시간을 보내다가 야근을 하는 일이 잦고 결국 다른 팀원들까지 주말에 나오게 만들었는데, 사장은 그 B씨가 일을 가장 열심히 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A씨는 “적어도 그 사무실에서 야근이란 일 없는데 일 있는 척 하는 얌체들이 쓰는 수법”이었다며 “더 씁쓸한 것은 그런 사람이 업무적으로 계속 도움 받고 더 큰 회사로 옮기는 등 잘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특근 수당을 받기 위해 근무시간엔 일부러 야근 할 것들을 남겨놓는다. 5~7페이지 분량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근무시간에 안하고 3~7일 야근 신청을 하고, 특근 신청 후 1~2시간 식사시간을 가진 뒤 잠깐 일을 하고선 수당을 받는 식이다. 조금이라도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실제로 야근한다고 남아서 야구경기를 시청하거나 운동을 하고 와서 집 가는 길에 퇴근 지문을 찍어 수당 받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물론 ‘꼼수’가 아닌 실제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국내 게임사 집중 기획 감독 조사 결과’에 따르면, 12곳 게임업체 3,250명 직원 중 2,057명이 연장근무 시간 한도(주12시간)를 초과해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제작업체에 다니다 업무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A씨(26)는 “놀지 않고 하루 종일 일해도 넘치는 일의 양이었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 '워라밸' 문화 정착 앞장… 야근 줄이고 남은 수당으로 일자리 창출 추진


다수 직장인들, "워라밸 문화 정착 필수 1요건은 야근 제로 시대" 이구동성


문재인 정부는 우선적으로 일선 공무원들의 초과근무 관행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8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 임기 내 초과근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연도별 실천 방안을 수립하여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초과근무 단축 및 연차휴가 활성화에 따른 절감 재원은 인력 증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부의 초과근무 관행 개혁을 통해 민간분야의 개혁도 겨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워라밸’ 문화 정착에 앞장서며 남는 수당으로 2,500명의 중앙공무원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2위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347시간을 더 일한다. 그러나 2013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9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인 40.5달러보다 26%나 낮다.

업무시간이 길다고 열심히 일한다는 편견이 바뀌어야 할 때다. 문재인 정부의 칼퇴근법은 특근 수당을 받으려 안일하게 근무하는 사람들과 과로사를 할 정도로 강한 업무강도를 겪고 있는 근로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워라밸’은 ‘저녁이 있는 삶’을 뜻한다. 야근이 업무 완성도를 높이는 필수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야근이 없는 삶’은 ‘워라밸’의 최소 조건이다. 근로자들이 보편적인 워라밸을 누릴 수 있다면 업무의 효율성 뿐 아니라 고실업 시대의 잡 쉐어링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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