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로켓맨?" 文대통령 동행 취재기


문재인 대통령이 '다자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제72차 유엔총회 무대에 섰습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부터 3박 5일 간 미국 뉴욕을 방문해 기조연설(21일)과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더팩트>는 대통령 동행 취재를 한 뉴욕 현지 기자의 취재 현장 '비하인드' 이야기를 전합니다.


[더팩트 | 뉴욕=오경희 기자] 뉴욕의 마지막 날, 모든 시선은 한 곳으로 모였다. 21일 오전 10시(현지 시각)께 취재진은 프레스센터 내 TV 생중계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데뷔 무대인 기조연설을 30여 분 앞둔 시각이었다.


취재진은 사전 배포된 각국 정상들의 좌석 배치도를 확인하며 문 대통령(REPUBLIC OF KOREA)과 북한 측 위치를 파악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 순서는 조베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였다. 그러나 아이티 대통령의 연설이 점점 길어지면서 "지금 몇 분이야?"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 나왔다. 방송인 경우 송출 시간을 미리 조율해 놓기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결국 15분 늦어진 오전 10시 45분에 시작됐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입'을 뗀 순간, 오감을 집중했다. 최근 잇따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국내외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현장 연설'에 따라 청와대의 기조를 파악해 잡아놓은 '야마(취재 과정에서 미리 짜 놓는 스토리)'를 트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었다.


#. '메인 무대' 뚜껑 열어 보니…연설 스타일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지켜보는 취재진./뉴욕=오경희 기자

드디어 메인 무대가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색이며, '평화'를 모토로 삼는 유엔 본부 깃발의 색이기도 하다.


차분한 어조와 표정으로 문 대통령은 유엔에 대한 한국의 기여와 촛불혁명과 민주주의로 들어선 새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등 국정철학과 외교 기조를 설명했다.


핵심은 북한에 대한 메시지였다. 문 대통령은 "나는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이면서 국제전이기도 했던 그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라며 스토리텔링으로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당사국인 북측 자리를 주시했고, 북한 측 인사들은 문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할 때마다 서로 귓속말을 나누거나 노트북에 관련 내용을 메모했다.


오전 11시 7분, 연설은 끝났다. 문 대통령은 기존 대북 해법을 고수했다.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하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천명했다. 22분의 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 일부의 평가는 "평범하네" "심심하네"였다. '뉴스'를 바라는 기자들의 직업적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메시지 전략이란 게 계속 반복해야 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돌발 발언'이 나왔어도 문제였다. 기사를 뒤엎는 상상은 끔찍한 일이다.


#. 'B컷 사진사' 장하성·'결식 투혼' 박수현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과 수행단이 일정 및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위), 일정이 계속 이어지면서 밥을 먹지 못한 박수현 대변인이 도시락을 급히 먹고 있는 모습./청와대 페이스북


데뷔전이 막을 내린 뒤, 낮 12시 프레스센터는 폐쇄됐다. 그러나 중요한 일정은 더 남아 있었다. 지난 18일 출국 전까지도 '추진 중'이었던 한·미 회담과 한·미·일 회담은 전날 최종 확정됐다.


전용기와 민항기 팀 호텔 체크 아웃과 수화물 정리, 일정 별 풀(Pool·공동취재) 기자들의 이동 등 이후 상황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이 모든 일정의 뒤엔 청와대 수행단들이 있었다. 비슷한 시각 청와대 페이스북엔 <청와대 사람들 in NY>란 제목의 'B컷' 사진과 이야기들이 게시됐다. 지난 6월 말과 7월 방미와 방독 때도 현지 뒷모습을 사진에 담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당시 'B컷 사진사'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이번엔 장하성 정책실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문 대통령이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자료를 들여다보거나 일정을 준비하며 대기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과 수행단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 또 장 실장은 순방 둘째 날인 19일 뉴욕에서 생일을 맞았고, '미국 큰손(Big Shot.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문 대통령의 20일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만남' 행사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눈길을 끌었다.


박수현 대변인은 '결식 투혼'을 감행했다. 브리핑을 위해 오찬 때 끼니도 거르며 문 대통령과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오간 대화 내용을 종이에 빼곡히 옮겨 적고, 늦은 시간까지 개별 질의와 문의 전화·문자 등에 응해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변인은 국내에서도 새벽 4시에 출근하실 만큼 20시간 이상 일하신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순방 수행단은 문 대통령 일정을 보좌하면서도 수시로 국내 상황을 확인했다.


#. 유엔 본부와 택시서 마주한 '文대통령과 김정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전경과 취재를 위해 이동 중인 사진기자들./청와대 페이스북

이번 유엔 총회의 핵심 의제는 북핵이었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참석이 주목받은 이유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수위와 북한의 반응 또한 관전 포인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북한 완전 파괴"라고 말했으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0일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는 북한 속담을 인용하며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프레스센터에서 TV 화면 자막으로 이를 전해 들은 취재진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분단 국가로서 위상은 현지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20일 유엔 본부에서 만난 각국 몇몇 기자들은 출신지를 물은 뒤 "한국(south korea)"이라고 답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떠올렸다.


다음 날 이동을 위해 탄 택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앞 좌석에 탄 동료기자는 파키스탄 출신의 택시기사에게 "북한(North Korea) 김정은을 아느냐" 물었고, 그는 "오, 로켓맨 (rocket man)? 크레이지 가이(Crazy guy)"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한국(south korea)의 대통령인 문재인을 아느냐"는 질문엔 "모른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자들끼리 "김정은처럼 한방을 터뜨려야 하나 보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면서도 내심 씁쓸했다.


#. 이래서 아쉬웠다…'취재 현장도 님도먼곳에'


유엔 총회 참석 일정을 마치며 21일 오후 미국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 이륙 전 기내에서 간담회를 갖는 문 대통령과 출국 전 김정숙 여사와 함께 손을 흔드는 모습./청와대 페이스북

"여러 모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일정을 마치며 21일 오후 5시 45분 미국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 이륙 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구체적 성과로는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공조 확인 등을 꼽았다.


다만, 주목할 점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유력 싱크탱크와의 간담회에서 '창의적 해법'이란 조언을 받았다.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의 악순환을 풀 근원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취재진들도 '창의적 해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물었고, 궁금해했다. 문 대통령은 "그것조차도 뭔가 좀 긴장이 조금 완화되면서 한숨 돌려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로서 생애 첫 '3박 5일간' 대통령 해외 순방 취재 역시 성과와 아쉬움이 공존했다. '다자외교의 꽃'인 유엔 총회와 현지 일정과 상황 속에 있었던 순간은 기자로서 다시 없을 경험과 기회였다. 그러나 일정과 보안 및 취재 관례 등 때문에 생생한 현장을 눈으로 볼 수 없었고, 펜 풀과 대변인의 브리핑에 의존해야 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또한 가까이 하기엔 '먼곳'에 있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문 대통령은 순방 전 "발걸음이 무겁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과 여소야대로 인한 인선 난항 등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돌아오는 발걸음 역시 가볍지 않았다. 22일 귀국한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의 숙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취재해야할 기자도 같은 마음이었다. 한국 시각으로 새벽 4시, 갖은 국내 뉴스를 확인하면서 귀국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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