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by 오쿠다 히데오

먼저 표지그림부터 볼까요. 성숙한 여체입니다. 군살이 별로 없고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어주는 코르셋(?)을 하고 있어요. 하반신은 생략되어 있지만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음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겠죠. 목둘레는 알록달록 화려한 실뱀이 둘러 있는데 이런 뱀은 십중팔구 독사입니다.

일러스트의 목적은 독을 품은 여자.. 위험한 여자..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게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을 다룬 회화 작품에는 이런 독사가 그녀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몸에 독사를 지니고 있는 것은.. 뱀의 혀가 등뒤에서 낼름거릴 때는 방어적 의미를 갖겠지만, 언제든 한바퀴 돌아 자신의 유두를 깨물수도 있다는 리스크도 공존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겉표지를 벗기면 하드커버 표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소문의 여자>는 아주 흥미로운 구성을 보여줍니다. 10개의 단편 소설이 한 권으로 묶인 듯 한 구성인데요. 각 장의 제목은 "중고차 판매점의 여자" "마작장의 여자" "요리교실의 여자" "맨션의 여자" "기모노의 여자" "비밀 수사의 여자" 등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여자는 모두 이토이 미유키라는 여자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소문의 여자>라는 책 제목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데요. 각 장마다 새로운 배경에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 중에 슬그머니 "소문의 여자"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소설 안에서 한번도 스스로 내면을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 의해 그녀의 속내를 자기 목소리로 내지 못합니다. 철저히 주변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게 되는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만 평가되고 어림지어질 뿐입니다.


그녀의 첫인상은 미인은 아니지만 입술이 도톰하고 가슴이 풍만하고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어보고 싶게 만드는 색기가 넘쳐나는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남자는 욕심을 내고, 여자는 경계심을 갖게 하는 인물입니다.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카더라 통신은 그녀의 실체와는 다를수 있지만 무한 재생산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아갑니다. 하지만 막상 그녀를 실제로 만나고 경험하는 인물들은 남녀 불문 그녀에게 빠져들고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책띠에 "오쿠다 히데오 최초의 통쾌한 범죄 스릴러"라고 되어 있듯이, 결국 범죄의 강한 심증을 드러내는 결말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범죄자라 해도, 적어도 소설에서는 그녀를 살짝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됩니다. 이소설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은 참 구질구질하고 이기적이고 적폐의 단면들을 보여줍니다. 소문의 여자, 이토이 미유키 역시 객관적으로 바른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일관성있게 가식없는 모습에 통쾌함도 느껴집니다.


오쿠다 히데오는 원래 성선설이나 성악설을 넘어서 인간성에 대한 해학설을 얘기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그런 관념이 이 소설에도 투영되어 있지요. 적당히 약삭빠르고 자기 이익 챙기는데 부지런한 모습들 속에서 해학이 피어오릅니다. 우리네 살고 있는 현실이라고 얼마나 다를까요?


한번쯤 상상해 보면 재밌습니다. 현실의 나라는 캐릭터를 다른 사람들의 소문으로만 구성해서 만든 소설 속의 나는 과연 어떤 <소문의 남자> 혹은 <소문의 여자>일지.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기에 더욱 재밌고 통쾌(?)한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혜연.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