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대체로 공감하실겁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는 한번 보고 그만두지 않지요. 보고 싶을 땐 몇 번이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본 영화라 줄거리와 마지막 결말까지 빠짐없이 기억하는데도 자꾸만 다시 보려합니다. 다음 장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다 기억하면서도 처음 보는 것인 마냥 웃기도하고 재미있게 봅니다. 어른인 부모입장에서는 잘 이해 되질 않습니다. 결말을 다 알다보니 줄거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영화가 싱거워지고, 어떤 이유에서든 끝까지 봐야한다면 보통 곤욕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목적이 있어서 서두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의 배경이 되는 말을 하는 상대에게,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며 딱 잘라버린 경험, 누구나 한번은 있겠지요. 우리에게는 결과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니까요. 어떻게, 왜 그런 결론까지 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며 그것만이 나에게 영향을 줄 것이기에 그것하고만 관계하려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시콜콜 다 얘기해야 합니다. 하고자 하는 얘기와 무관한 얘기까지 곁들여서 한없이 늘어놓습니다. 들을 때도 마찬가지로 결론을 마음에 크게 두지 않고 듣다보니 친구의 그 얘기 다 들어줍니다. 아이들에겐 결과보다 그렇게 된 배경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습득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듯 보입니다. 제 생각으론, 그보단 아이들의 시선이 항상 현재에 머물러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황에 대해 완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영화를 볼 때 뒤에 있을 결말보다는 지금 보여지는 장면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매순간 몰입해서 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전에 본 영화라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움이 결말이 아닌 줄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런식으로 보는 영화이기에 다시 봐도 또 재미가 있는거지요. 우리 어른들은 아무리 재미있게 본 영화라도 결말을 다 알아버린 이상 두번 이상 잘 보지 않습니다. 그 줄거리가 뭘 말하는지 다 알기에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스포츠 경기를 볼 때도 예외가 아닙니다. '야 누가 이겼냐?' 물론 그게 중요하니까 물어볼 만합니다. 이미 승부가 가려진 경기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우린 아이들과는 달리 결말이 훨씬 더 중요하기에 늘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이겠지요. 일을 하는 수고로 평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든 꿈을 이루기 위해서 땀 흘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 하는 것이 이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는 그 일을 하는 목적이 더 중요한게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수고는 종종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단순노동이 돼버리기 일쑤입니다. 내게 맞지 않는,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아닌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장은 도리가 없습니다. "어느 날 큰 길을 따라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나는 사다리 위에서 페인트를 칠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아무 생각도 없는듯이 페인트솔을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손을 보니 중노동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대충 대충 칠하고 있었습니다."     ㅡ 마음의 메트로놈 중/ 로버트 앤소니 몸은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다보니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일터에 있어야 하는 일상이 참 견디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공허한 시간들로 채워져가는 우리의 삶은 더욱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그 수고의 끝에서 이뤄낸 꿈을 누리는 시간은 잠깐일 것 같아서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 과정들이 우리 삶이기에 이건 여간 난처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삶속에 있는 모든 것들은 과정안에 있으며 당시엔 결과처럼 보이는 것도 지나고나면 하나의 과정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분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 과정들만으로 우리 삶은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삶 자체가 과정입니다.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열의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단순히 의무적으로 꿈만을 목표로 일을 한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알 수 없는 마지막 결말 하나와 삶 전체를 맞바꿀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되어져가는 미완의 과정이지만 그곳에 자신의 마음을 꽉 채울줄 압니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은 별것 아닌 놀이도 매우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못해 하는 일은 형벌이나 다름 없겠지요. " 나는 어떤 여자가 커다란 소리를 내는 인쇄기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녀는 기계 소리에 맞추어 작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인쇄기는 마치 메트로놈처럼 박자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쇄기가 일의 속도를 지시하는 메트로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반대로 그녀의 심장 소리에 맞추어 인쇄기 속도가 조정되고 있었습니다." 삶을 온전하게 채워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진 못하지만 결말이 아닌 과정을 즐기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래전 한 sns에 올라온 글입니다. " 내방에서 안방으로 출근 안방에서 내방으로 퇴근 아오~ 지겨운 상팔자 ㅠㅠ 오늘은 마당으로 출장이다!! " 그저 시간 때우기식으로 공허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기쁨의 메트로놈에 박자를 맞추며 살 것인지는 우리의 손에 달렸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외친 말 'carpe diem'. 시인은 우리의 삶을 소풍이라 했습니다. 소풍길 내내 돌아갈 집만 생각해서는 즐거울 수 없겠지요. '결론이 뭔데?' 보다는 '어떻게 된거야?', '왜 그렇게 된거지?'가 우리 삶을 더 의미있는 것들로 채워가는 물음으로 보입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nondual49@gmail.com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