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 검찰, 양대 수사기관이 서로 싸워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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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경찰이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를 ‘조희팔 사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했다. 그러자 검찰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를 지명해, 경찰수사를 무력화시키고 사건을 검찰로 가져왔다. ▲2013년: 경찰이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비밀리에 내사했다. ▲2014년: 경찰이 길거리 자위행위 논란을 일으킨 김수창 당시 제주지검장을 연행했다.▲2014년: 검찰이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을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7년: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이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구속했다. ▲2017년: 경찰이 배임 등의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검찰이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2017년: 퇴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경우회에 대해 검찰이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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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에 얼마만큼의 수사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이다. 검찰은 직선제 개헌 이후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성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은 표면적으로 광역수사대와 본청 산하 특수수사과를 운영하며,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언제든 경찰 수사 활동에 개입할 수 있다. 검찰이 마음먹기에 따라 수사 중단을 지시할 수도, 수사 강행을 압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찰은 영장 청구권이 없어 사건 피의자를 스스로의 힘으로 구속하거나, 수사상 필요한 압수수색을 검찰 협조 없이 진행할 수 없다. 헌법상 영장은 오직 검사만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12조 3항). 즉 경찰은 검찰 승인 없이 독자적인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은 궁극적으로, 비대해진 검찰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참여정부 당시 검찰 개혁에 실패하고, 이어진 이명박 정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생 당했다고 믿는 현 정부는 수사권 조정을 국정 주요 과제로 격상시켰다.  지난 20일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수사권 조정이 언급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두 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고, 필요한 경우 중립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뜻대로 완만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이해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은 벌써부터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물밑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이 재벌 수사하자 검찰 불쾌감

지난 16일 경찰은 자택 인테리어 비용 30억 원을 회사 경비로 전가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대기업 총수를 공개 수사하고, 영장까지 신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간 대기업 수사는 검찰의 ‘성역’이었고,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경찰이 손대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조 회장에 대해 관행을 뒤엎는 수사를 벌이자, 검찰 일부 간부는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7일 검찰은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라며 보완수사 지시와 함께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그러자 경찰 안팎에선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여기에 힘을 실었다. 이 청장은 지난 2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조 회장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영장이 반려된 다음날인 10월 18일, 삼성물산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재벌에 대해)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은 지난 17일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로 ‘반격’에 나섰다. 검찰은 이날 ‘경찰 살수차의 직사 살수로 백 농민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수사 브리핑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신모 총경, 한모 경장, 최모 경장 등 전현직 경찰관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사건 처리에 소극적이던 검찰이 경찰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수사 결과를 내놓자 ‘해묵은 검경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랐다. 

김광준, 김학의, 김수창, 조현오 사건으로 검↔경 ‘마찰’

황운하 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내 강경파가 불씨를 지핀 검경 갈등은 2012년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가 ‘조희팔 사건’ 당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경찰은 당시 김 전 검사의 신병을 확보해 직접 수사하려 했지만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를 지명해 경찰수사를 무력화시키고 사건을 검찰로 가져왔다. 

박근혜 정부 초기 두 기관의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 수사권 조정을 바라던 경찰은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이 검찰총장에 내정될 것에 대비해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을 비밀리에 내사했다. 그러나 김 고검장이 법무부 차관에 내정되자 계획은 틀어졌고, 박근혜 정부는 보고를 누락한 책임을 물어 경찰 수뇌부를 경질했다. 

2014년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공연음란 사건, 2015년의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뇌물 의혹 사건도 검경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현오 전 청장은 건설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가선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 구은수 서울청장 구속-경우회 수사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과 경찰은 각각 수사권 조정에 대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기싸움을 벌였다. 검찰 정보라인은 경찰과 관련한 비위 첩보를 찾았고, 경찰 정보라인은 검찰 회의 내용을 입수하려 하는 등 수면 아래 정보전이 치열했다. 이후 검찰이 대검 정보팀 해체 등 자체 개혁에 나서면서 갈등이 일부 소강 국면을 맞는 것으로 보였지만 잠시였다.

지난 20일 검찰은 유사수신업체로부터 사건 청탁 등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구속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검찰 수뇌부는 구 전 청장에 대한 수사 착수 시기를 놓고 내부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후 파격적으로 경찰청을 방문하는 등 검찰에 대한 대외적인 반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검찰 일선에선 외부 시선과 관계 없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제기됐다. 

현재 검찰에선 구 전 청장에 대한 수사 외에도 퇴직 경찰관 모임인 경우회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건 경중과 별개로 경찰의 도덕성은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문 총장은 부실 수사 논란을 빚고 있는 일명 ‘어금니 아빠’ 사건에 대해 직접 브리핑하는 등 우회적인 여론전을 펴고 있다. 

경찰은 검찰 수뇌부의 재산-사생활 뒤져

경찰의 ‘약한 고리’인 수사력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검찰은 수사권 조정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사와 정보 부서가 분리 운영돼 온 검찰과 달리 경찰은 상대적으로 업무분장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특수부 출신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말하는 수사는 진짜 수사가 아니라 수사를 흉내내는 것에 불과하다”며 “수사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검찰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조심스레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정부 의지가 분명한 만큼 수사권 조정이 개헌 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너무 초반에 드라이브를 걸어 카드를 소진한 것 같다”라며 “아마 정부 뜻을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검찰 수뇌부의 재산 문제, 사생활 등과 관련한 광범위한 첩보 수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제2의 김학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조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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