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 모과나무가

채워진 꽃들을 털어낼 무렵

제 껍질도 벗겨내기 시작했다


새껍질이 될 연푸른 속살을 드러내며

비늘처럼 일어나는 얇은 껍질은

수분을 잃고 둥글게 말리다가

붉은 갈색으로 딱딱해지면


제 몸이었던 나무에서

오래된 상처의 딱지가 떨어져 나가듯

바람 없이도 떨어져 나간다


모과나무는

그 밑동 주변에 수북히 쌓이는

제 껍데기 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나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키만한 높이에,


벗겨지는 수피를

유령처럼 꽉 붙들고 있는,

등 한가운데가 위에서 아래로

칼로 그린 듯 쩍 갈라진,

무언가 탈피하고 남은

반투명 비닐같은 허연 빈 껍질이 있었는데


붙들고 있던 나무껍질과 함께

어느새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게 혹


그때 그 나무껍질이 거의 붉었던 걸로 봐선

때가 돼서 그냥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어

몇 번이나 주변 바닥을 훑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며칠 전 밤새 불어댄 모진 바람 때문이었을까


껍질만을 붙들고 있던 가벼움은

그렇게 날려가버렸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nondual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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