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직 문화재 전문기자의 도발… ‘신라인은 삼국 통일을 말하지 않았다’

Fact


▲남북한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는 ‘양국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 ▲옛날 신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삼국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자기들이 ‘삼국’을 통일했다고 생각했을까? ▲신라 사람들은 자기들이 ‘삼국’을 통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필자는 조선일보 문화재 전문기자였던 신형준씨. ▲그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연구지식 포털, 한국고전종합DB, 한국 불교 전서 검색시스템, 중화민국 중앙연구원 홈페이지, 원문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삼국사기 등 방대한 자료를 살폈다. ▲그 결과가 ‘신라인은 삼국 통일을 말하지 않았다’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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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가 삼국 통일의 주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당연하듯 여겼던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 조선일보 문화재 전문기자였던 신형준씨다. 


그는 어린 시절 ‘고구려 영토를 신라가 통합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뤘다고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때부터 40여년간 품어온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사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신라인은 삼국 통일을 말하지 않았다’(학고재)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품어왔던 의문을 스스로 풀어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정말 신라가 삼국 통일을 했을까? 


저자가 제기하는 의문은 5가지다. 


①신라인들이 인식한 삼국 통일의 군주는 문무왕인가, 태종 무열왕인가? 

②신라인들은 왜 ‘삼국통일’이 아니라 ‘삼한통일’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③신라인들에게는 ‘삼한=삼국’이었을까? 

④신라가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상의) 삼국 통일을 이뤘다면, 왜 고구려의 부활을 의미하는 발해의 건국에 무관심했을까? 

⑤‘삼한=삼국’이라면, 삼국 통일은 신라가 아니라 당나라가 한 것이 되나? 


저자는 이 5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사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기자답게, 책 서문에 참고한 사료들의 출처를 밝혔다. 금석문의 판독과 해석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연구지식 포털, 최치원의 글 등 문집 형태로 남아있는 판독문과 번역문은 한국고전종합DB에 대부분 의존했다. 중화민국 중앙연구원 홈페이지와 동국대학교 전자 불전 문화콘텐츠연구소의 한국 불교 전서 검색시스템도 참고했다. 자신이 책을 쓰면서 살핀 자료들을 독자들도 함께 확인하면서, 자신이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신형준 전 기자는 “학술영역에서도 민주화는 이뤄져야 한다”면서 “‘신라인들이 삼국을 통일했다고 생각했느냐’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학계에만 맡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45 vs 5… 사료 찾아보니 ‘삼한 통일’ 압도적


저자는 살펴본 사료에서 발견한 사실들을 숫자로 제시했다. 그는 찾은 사료 중에서 ‘신라인들이 삼국 통일을 이뤘다고 생각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5가지다. 반면 ‘신라인들은 삼국이 아니라, 대동강~원산만 이남을 뜻하는 삼한을 통일했다고 생각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료는 무려 45가지나 된다.


저자는 신라인이 삼한을 ‘통일 전쟁 이후 신라가 실제 차지한 영역’으로 생각했음을 시사하는 기록이 18건, 통일군주로 고구려의 멸망을 지켜본 문무왕이 아닌 백제의 멸망만을 지켜본 태종 무열왕을 꼽은 기록 7건을 발견했다. 또한 ‘삼한 통일’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기록 11건, 고구려 지역이 신라의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와 있는 기록 4건, 신라의 국경이 대동강~원산만 이남이라고 적은 기록 3건을 찾았다. 


저자는 “신라인들은 물론, 고구려나 백제 유민들이 직접 남긴 모든 기록까지 조사해서 ‘신라인들의 통일과 국경에 대한 인식’의 실체를 해부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신라인들의 인식 해부한 것은 이 책이 처음”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것은 역사학계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정설로 통했다. 아니, ‘사실’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물음표를 달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라인들은 자신들이 삼국을 통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논제를 제시했다. 


혹자는 ‘왜 우리 역사를 폄하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과거라는 어깨 위에 선 난쟁이이고, 관성적으로 사고할 수 밖에 없는 물질적 존재이다. 하지만 그것에만 매몰돼서는 발전이 없다. 광복 이후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찾으려던 선배 세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는 것과, 그 속에 매몰돼 관성적으로만 사고하는 것은 맥락이 다른 것이다.”


‘정설’을 뒤집는 일은 어렵다. 혼자서 수천, 수만 명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사료를 뒤적이며 보냈을 시간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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