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보이는 호텔의 비밀, 김석훈

여기 두 종류 대화가 있다. 먼저 첫번째 대화.


"여기 어때? 분위기 괜찮지?"
"응 분위기도 좋고 그리고...마음에 들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그리고 쇠라의 그림을 감상하는 다른 사람의 대화.


"쇠라... 몇 년 전에 이 그림을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어. 눈을 뗄 수가 없었지. 45분쯤 쳐다봤을 거야. 사람들이 배경에 녹아들어가는 듯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 이것 좀 봐. 사람보다 환경이 더 강한 것 같잖아. 쇠라의 그림에서 인간의 형체는 늘 일시적이야. 재미있어."

두 번째 대화는 에디터가 좋아하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한 장면이다. 길거리에서 쇠라의 그림을 본 줄리 델피가 자신의 느낌을 최대한 자세히 말하고 있다. 그녀의 말을 해석하면 역시 '이 그림이 좋다'는 뜻이지만, 설명을 들으니 무엇이 어떻게 더 좋은지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좋아보이는 것들에는 단순히 '좋다'는 것 이상의 비밀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아보이는 공간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매번 특별한 호텔을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가이아를 만났다. 스튜디오 가이아의 첫 해외지사 스튜디오 가이아 서울의 김석훈 소장을 만나 그 비밀을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김석훈 소장님 먼저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스튜디오 가이아 서울(Studio GAIA Seoul, 이하 가이아 서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석훈입니다. 가이아 서울은 스튜디오 가이아의 첫번째 해외 지사 오피스이고, 저는 현재 서울의 디렉터로서 본사와 함께 아시아 퍼시픽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가이아의 W호텔 프로젝트가 유명하긴 한데, 가이아는 어떤 곳인가요?

가이아는 1990년대 말, 뉴욕 맨하탄에서 시작한 20년 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전문 인테리어 디자인회사에요. 뉴욕에서 레스토랑, 클럽, 바 위주로 작업을 많이 했어요. 크게 성공을 거둔 계기는 'W호텔 멕시코시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한국에서는 W호텔 서울이 많은 인기를 얻었구요. 그 계기로 전세계에 있는 다양한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W호텔 워싱턴 D.C와 내년 1월에 오픈 예정인 W호텔 파나마시티가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러한 호스피탈리티 관련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W호텔 멕시코. 2003년 오픈한 W호텔 멕시코 시티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첫 호텔이다. 강렬한 색대비와 야자수에 걸어놓은 해먹을 떠올리게 하는 천장에 매달린 의자들 그리고 실제 해먹을 사용하는 등 기후적 특성을 반영했다.
(사진: W호텔 멕시코)

가이아가 디자인한 호텔은 다른 호텔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요.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텔을 만날 수 있다'

지역성을 어떻게 호텔에 반영하나요?

W호텔 보고타 같은 경우에는 '잃어버린 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아서'를 테마로 디자인했어요.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퀘스의 『백년의 고독』에서 영감을 받은 금색 줄 천장, 나비 설치물 등을 이용해서 공간적으로 풀어냈어요. 또 콜롬비아 특유의 그래피티 문화를 담아낸 버티고 그래피티(Vertigo Graffiti)도 있구요. 그 지역 작가들과 어떻게 콜라보할지는 많이 고민하는데, 그 지역에서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면서 지역적 특색을 살리려고 하죠.

W호텔 보고타는 콜롬비아 최초의 W호텔이다. '잃어버린 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아서'라는 디자인 개념에 맞게 금빛이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다.
(사진: W호텔 보고타)


김석훈 소장님께서 참여한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나요?

참여한 것들은 이제 완공되기 시작하고 있어요. 제가 이제 3년 차인데 호텔 프로젝트를 하면 보통 3년씩 걸리거든요. 입사하자마자 시작했던 W호텔 파나마 프로젝트가 내년 1월(2018년)에 완공되는 거죠.


W호텔 파나마는 어떻게 디자인하셨나요?

파나마에서 가장 유명한 게 파나마운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컨테이너 박스를 각각의 공간에 배치하고 각각의 박스들이 공간에서 하나의 매개체 역할로 사용해보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공간의 컨테이너 박스가 각각 다른 형태의 디자인을 띠고 있어요. 예를 들면, bar공간이라면 컨테이너 안에 bar 테이블이 있고 다른 쪽에서는 컨테이너박스가 DJ부스가 될 수도 있게 했죠. 레스토랑 공간에서는 컨테이너 안을 프라이빗한 다이닝룸처럼 만들기도 하고,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고용해서 컨테이너박스를 꾸미기도 했어요.


보통 호텔에 컨테이너 박스를 잘 쓰지 않죠?

네. 잘 안 쓰죠. 파나마운하와 관련된 이미지를 공간에서 더 느낄 수 있게 하려고 컨테이너박스를 사용했어요. '아 내가 파나마에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W호텔 원칙상 오픈하기 전까지는 사진을 공개할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호스피탈리티 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하고 가장 가까운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호스피탈리티는 먹고 마시고 놀고 자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에요.


*호스피탈리티: 호스피탈리티의 사전적 의미는 '환대', '접대'이며, 일반적으로 쓰는 호스피탈리티의 의미는 호스피탈리티산업으로 호텔, 레스토랑, 리조트 등 고객감동을 생산하는 서비스업을 통칭합니다.


전에 소장님의 개인적은 성향은 정적이라고 했고 그런 틀을 깨고 싶어서 호스피탈리티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아직도 유효한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계속 깨고자 하고 가이아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질문하신대로 저는 미니멀하고 정적인 스타일의 디자인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이아는 색감도 다양하게 쓰죠. 저에게 그런 것들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이아를 통해서 많이 충족이 되고 있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축적된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W호텔 서울. W호텔 멕시코시티는 지녁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민속적인 주제를 고려했다면, W호텔 서울은 그 반대다. 의도적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와는 멀리하고 복잡한 서울의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했다는 것을 고려하여 참신하고 새롭게 디자인하려고 했다. W호텔 멕시코시티가 '여기가 멕시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한 곳이라면, W호텔 서울은 '더 가보고 싶은 호텔'인 것이다.
(사진: W호텔 서울)

가이아에서의 일은 잘 맞는지 궁금해요.

예전에 회사생활을 할 때나 프리랜서를 할 때는 호스피탈리티 프로젝트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었어요. 가이아와 함께하면서 호스피탈리티 프로젝트를 많이 하게 됐죠. 하면서 보니 저한테는 좀 더 성향이 맞다고 느끼고 있구요.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즐기고 마시고 경험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저도 감정이입을 해서 더 애착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프리랜서 시절이 그립진 않으세요?(웃음)

주어진 환경이나 주어진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나 범위는 다른 것 같구요. 제가 프리랜서로 해왔던 작업과 지금 가이아에 소속되어서 하는 작업은 성향이 달라요. 어떻게 보면 주어진 상황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만족스럽게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작업이 재미있는 이유는 배움에 끝이 없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끝이 없으니까요. 모든 나라를 다 다녀볼 수 없잖아요.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쌓여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할 때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인테리어를 먼저 배우고 미국 유학을 통해 건축을 공부하셨는데, 건축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의 계기가 궁금해요.

인테리어에 대해서 탐구하고 연구하고 싶어서 건축을 배웠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유학을 가기 전에 인테리어를 했을 때는 주어진 내부 안에서 디자인을 이해하고 진행을 했어요. 그런데 건물을 바라봤을 때는 건물 안에 구조가 있고 설비가 있고 전기가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데 그걸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서 인테리어를 한다는 게 한계처럼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건물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부분들을 이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좀 더 완성도 있는 인테리어디자인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건축을 좀 더 공부하게 되었던 거죠.

유학을 콜롬비아대로 가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여러 학교에서 오퍼가 들어오긴 했었어요. 학교마다 학풍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들어서 그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하버드 같은 경우에는 실무자적인 건축가를 양성하는 학교이고, 예일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전통적이고 기본이 충실한 건축가를 배출하는 학교였어요. 반면에 콜롬비아대 같은 경우는 컨셉을 추구하는 컨셉디렉터 위주의 건축가들을 배출하는 학교였어요. 저의 성향에 맞고 제가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따졌을 때는 콜롬비아대가 가장 알맞다고 생각이 들어서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스튜디오 가이아의 대표 일란 와이스브로드(Ilan Waisbrod)와 팀리더들. 한국인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김석훈 디자이너.(출처: 스튜디오 가이아 홈페이지)

가이아 사이트를 보니 소장님 말고도 한국인 디자이너가 꽤 보이던데요(웃음)

네.(웃음) 먼저 스튜디오 가이아의 대표님께서는 이스라엘 태생이시구요. 대표님께서 W호텔 서울을 진행을 하면서 서울을 자주 오시게 되었어요. 근데 서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경험들이나 사람들을 만나면서의 분위기와 환경에 애착을 느끼게 되었어요. 또 한국인하면 성실함이 주목이 되다보니 또 한국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면서 되게 좋았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직원인터뷰를 볼 때 하면 한국분들이 오면 유심히 보게 되기도 해요.

스튜디오 가이아 서울이 첫 해외지사인데, 어떻게 서울이 첫 해외지사가 되었나요?

저희가 한동안은 북미나 남미프로젝트를 많이 진행을 해왔어요. 그래서 한동안 아시아 쪽에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아시아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전초기지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서울에 스튜디오가이아지점을 열게된 것이고, 그 계기로 아시아 퍼시픽 지역에 프로젝트를 좀 더 가깝게 클라이언트와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같이 일을 진행하기위해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이아 서울과 디자이너 김석훈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가이아 서울은 아시아 퍼시픽 지역의 프로젝트들을 중점으로 진행을 해나갈 예정이고, 지점이다보니 본사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으로 프로젝트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이아에 있으면서 앞으로 호스피탈리티 분야에 디자인을 계속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 발전하고 싶은 게 개인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가이아 서울이 더 궁금하다면?(아래 링크)

https://goo.gl/NFZ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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