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이 전부일까?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의미와 흥행 요인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한국 흥행은 TIG 기자들에게 미스테리였습니다. 게임 특성 상 마니아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게임이 구글 매출 TOP 10 안에서 놀 줄은 몰랐거든요. 기자들은 매일 하는 일이 게임을 해보고 이 시스템이 어떤지 생각하는 것이 일이라 더더욱 놀랐죠. 기자들이 보기에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시스템은 매출을 논하기 이전에, 게임 자체가 너무나 예스러웠거든요.

게임의 흥행 원인이 궁금했던 기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평소 서브컬쳐 쪽에 관심 많은 기자부터 십수 년 간 게임만 분석한 기자, 서브컬쳐 쪽엔 별로 관심 없이 <페이트/그랜드 오더>란 게임에 관심 있는 기자까지.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얻은 결론은 다소 묘한 답이었습니다.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흥행을 설명하려면 게임 시스템이라는 '나무'가 아니라, 그 밖에 있는 IP, 미디어믹스 전략이라는 '숲'을 봐야 한다는 답이었죠. 기자들이 나눈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흥행 요인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다미롱:

전투는 요즘 모바일 RPG에 비해 단조롭고, 게임 구성도 캐릭터 하나의 강함보단 클래스 간 상성이 더 크게 영향 받는 스타일이고요. 더군다나 캐릭터마다 '비용'이 있어, 처음에 좋은 캐릭터를 여럿 얻었어도 이들을 제대로 쓰려면 계정 레벨을 상당히 올려야 하고요. 좋은 캐릭터를 뽑아도 그 캐릭터로 '캐리'하기도 힘들고 그 캐릭터들을 다 쓰기도 힘든 게임, 좋은 캐릭터가 없어도 1~3성 캐릭터만으로 스토리 깰 수 있는 게임이죠.

그런데 게임은 출시 초기, 구글 매출 순위 3위까지 올라갔고 지금도 TOP 10 안에 있죠. 시스템만 보면 이해하기 힘들죠.

홀리스:

세이야:

실제로 제 주변에 타입문 작품 좋아하고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재미있게 하는 친구 있는데, 이 게임하며 뽑기 하고 싶은 욕망을 정말 힘들게 참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팬 입장에선 스토리도, 게임도 재미있다고 하고요. 애초에 목표 자체가 일반적인 모바일 RPG 유저들은 아닌 것 같아요.


# RPG가 아니라 비주얼 노벨? 페그오는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다미롱:

테이:

예를 들어 코스트 제한. 이걸 뒤집어 생각하면 유저가 캐릭터 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당장 전투에 내보낼 수 있는 캐릭터가 적으니까. 또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해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 게임은 구조 상 캐릭터 하나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이 유리하거든. 경험치나 영기 재림(≒ 최고 레벨 상승) 재료 얻기도 편하고, 또 초반엔 상성이 크게 체감되지 않으니 캐릭터 하나 빨리 성장시켜 레벨로 깔아 뭉갤 수도 있고.

더군다나 처음에 주는 동료 캐릭터도 마침 0코스트네? 그 캐릭터는 성능이 기본은 하는데다 상성에서도 자유롭고. 이러면 처음에 부담 없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하나에 집중할 수 있지. 파티는 0코스트 동료 캐릭터와 친구 캐릭터로 최소 전투원은 챙길 수 있고. 이렇게 게임 하다가 캐릭터 하나 육성이 어느 정도 끝나면 계정 레벨이 올라 다른 캐릭터에 눈 돌릴 수 있고.

다미롱:

실제로 <페이트/그랜드 오더> 초반 뽑기 구조를 보면, 유저들에게 많이 알려진 알트리아, 에미야, 헤라클레스스, 잔 다르크 등이 배정돼 있고요.

세이야:

홀리스:

생각해보면 시리즈 첫 작품인 <페이트/스테이 나이트>도 비주얼 노벨치곤 '보는 맛'이 있는 게임이었죠. '비주얼 노벨'이란 표현도 이해는 되네요. 모바일 RPG치론 스토리 분량이 이례적일 정도로 많고, 인기 캐릭터들의 보는 맛도 살렸으니까. 이런 것 보면 장르만 모바일 RPG지, 구조는 <페이트/스테이 나이트>와 흡사하잖아요.

다미롱:

테이:

다미롱:

세이야:

다미롱:

테이: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면 수익을 내기 위해 <페이트>나 <원피스> 수준의 IP에 게임이라는 틀만 씌운 거지. 게임 기자 입장에서 보면 게임이 얄팍하고 정성도 부족해 보여. 게임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게임으로서의 고민보단 IP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얻을까란 고민만 더 보이니까.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아.

다미롱:

저는 <페이트> 시리즈 중 <페이트/스테이 나이트>하고 <페이트/제로>만 본 케이스에요. 그런데 이 게임은 이야기로 제가 보지 않은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연출하거든요. '얘가 이런 캐릭터구나. 빨리 스토리 깨고 (뽑기로) 얻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요. 물론 게임성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인가, 비주얼 노벨이나 키네틱 노벨을 게임으로 볼 수 있느냐 등은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요.

# 수집형 RPG에 특화된 IP, 그리고 수집형 RPG가 만나서 만든 폭발력

테이:

하지만 나는 이들이 이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 게임만을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시리즈는 대대로 원 소스 멀티 유즈에 적극적이었어. 이는 곧 스토리와 캐릭터는 게임 성적이 좋지 않아도 언젠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얘기고. 스토리를 가지고 게임을 평가하기엔, 이 스토리가 게임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꺼려진다는 얘기지.

애초에 <페이트/그랜드 오더> 자체가 이것에 최적화 된 설정을 보여주잖아. 개발자가 마음껏 원하는 시대와 원하는 캐릭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세계. 그러면서도 기존의 이야기와 설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평행세계. 필요한 건 마음대로 쓰고 시도할 수 있고 리스크는 없는 구조지. 이 모델 자체가 캐릭터와 이야기만 잘 뽑으면, 게임이 별로여도 다른 콘텐츠로 써먹을 수 있는 구조야. 반대로 게임이 실패해도 기존 IP에는 영향 없고.

다미롱:

테이:

내가 봤을 때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자신들의 IP 파워를 잘 아는 이들이 만든 '상품'이야. 애니메이션 같은 것 만들어봐야 돈을 얼마나 벌 수 있겠어? 하지만 수집형 RPG는 다르지. 이런 게임이 만들어지면 팬들에게서 수익을 더 직접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잖아. 실패해도 애니메이션 등으로 다른 활용처를 만들 수 있고.

다미롱:

세이야:

인지도 자체는 '원나블'이 더 높을 거에요. 하지만 이 작품들은 주역 캐릭터와 조연이 명확해요. 캐릭터의 비중 대부분이 주인공 파티에 몰려 있는 피라미드 구조죠. <나루토>는 나루토와 친구들의 이야기고, <원피스>는 루피와 친구들의 이야기죠.

하지만 <페이트> 시리즈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훨씬 더 커요. 시리즈 자체가 '배틀로얄'을 콘셉트로 했기 때문인지, 주인공 캐릭터 외에도 다른 적들에게도 그에 걸맞은 강함과 사연을 주니까요. 이야기 전개도 일종에 '군상극' 느낌이고. 이렇게 캐릭터 하나하나가 주인공에 준하는 비중을 가지고 있죠. 노골적으로 말하면 팔아먹기 좋은 캐릭터가 엄청 많다고 봐요. 다른 IP는 이게 주역 캐릭터들로 한정되는데 반해.

테이:

하지만 <페이트> 시리즈는 다르지. 원작 자체가 애초에 주역 캐릭터에 필적하는 상대가 나와야 재미있는 구조니까. 이게 뽑기 위주의 요즘 모바일게임과 만나면 시너지가 어머어마할 수 밖에 없어. 더군다나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유료 모델로 '한정 뽑기'가 있잖아.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은 작품에서 '한정 뽑기'가 가진 파괴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

또 이 시리즈가 영리한 게 '인물'은 하나여도 '클래스'는 여럿 가질 수 있다는 설정이야. 영령이란 해당 인물의 한 측면을 빌려 특정 역할에 맞게 구현한 존재니까. 예를 들어 초창기 캐릭터인 '쿠훌린'만 하더라도 처음엔 랜서 클래스로 나왔지만, 설정 상 캐스터도 될 수 있고 라이더, 버서커도 될 수 있지. 극단적으로 말하면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만 만들면, 스토리 상 그 베리에이션을 6~7개 더 만드는 것도 가능하단 얘기지. 

홀리스:

다미롱:

세이야:

# 그랜드 오더, '페이트 미디어믹스' 콘텐츠 잇는 가교 될까?

테이:

물론 지금 구조로도 한계는 있어. 극단적인 예로, 기존의 모든 인기 캐릭터들이 모든 클래스로 나오면 이 게임은 어떻게 될까?

다미롱:

<페이트/그랜드 오더>가 초반에는 기존에 만들어 놓은 네러티브를 소비했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독자적인 네러티브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테이:

하지만 <페이트/그랜드 오더>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나 캐릭터를 시도한다면 어떨까? 애초에 세계관 자체가 새로운 캐릭터나 이야기를 시도하기 쉬운 구조니까. 이렇게 새 이야기와 영웅을 계속 인기 테스트하고 성공하면 다른 미디어로 확장할 수 있지. 설사 실패해도 애니메이션과 같은 다른 미디어로 시도한 것 보단 리스크가 적고. 

다미롱:

<페이트/그랜드 오더>로 오며 바뀐 건, 기존에는 독자적인 작품으로 다소 리스크 있는 테스트를 했다면 이번엔 <페이트/그랜드 오더>라는 틀 안에서 리스크 적게 새로운 것을 테스트 할 수 있다는 점이죠.

테이:

결국 <페이트/그랜드 오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게임 시스템이 아니라, IP와 게임의 결합, 그리고 이 뒤에 이어질 미디어믹스 전략이겠지.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면 시스템이 아니라, IP와 모바일 RPG의 궁합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IP의 확장을 위해 어떤 장치를 만들었느냐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높이 사는 부분은 뒤쪽이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의 위상과 규모는 한국의 영화와 비슷해. 그리고 그만큼 리스크도 크지. 하지만 <페이트/그랜드 오더>가 등장함으로서 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시험대가 만들어졌단 말이지. 이건 게임의 흥행/실패를 별개로 취급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시스템이야. 

참, 그러고 보니 <페이트> 시리즈 안에 작품이 몇 개나 있지? 전부 같은 세계관인가?

다미롱:

그럼에도 이게 '시리즈'라는 틀로 묶이는 것은 애초에 초기 설정부터가 평행세계를 인정하고, 주요 캐릭터인 '영령'들이 어디서 소환돼도 크게 이상하지 않아 그렇겠죠.

테이:

# 비주얼 노벨형(?) RPG는 한국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다미롱:

테이:

하지만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전투 구조가 너무 단순해 내가 캐릭터를 고생해서 키워도 이걸 전략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적지. 유저들이 이걸 깨게 되는 순간이 위기일거야.

다미롱:

2번째로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전투가 단순해 캐릭터 하나하나의 능력보단 캐릭터의 클래스, 정확히 말하면 클래스 간의 상성이 더 중요한 방식이죠. 실제로 일본 버전에선 1~3성 캐릭터로도 지금까지 나온 모든 콘텐츠를 클리어할 수 있고요. 이 말은 곧,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성능이 나빠도, 혹은 메타에 뒤쳐져도 얼마든지 활약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죠.

테이:

그런데 이게 모바일 RPG에서 단기적인 수익이나 애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진 몰라도, 장기적으론 애정이 분산되고 결국엔 유저들을 성능에 눈 돌리게 하거든. 물론 상성 덕에 나중에 좋아하는 캐릭터를 써먹을 순 있겠지. 하지만 유저들이 예전과 똑같은, 혹은 메타 변화 때문에 약하게 느껴지는 애정 캐릭터에 이전과 같은 감정을 계속 느낄 수 있을까?

또 열광적인 팬이라도 감정이 식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야. 게임이 재미있으면 애정이 약해져도 재미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어. 하지만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전투가 단조로워 이게 힘든 구조야. 캐릭터 게임이라도 '캐릭터'와 '게임' 두 축으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하는데, 이 게임은 무게가 너무 캐릭터에 쏠려 있지.

다미롱:

홀리스:

다미롱:

테이:

문제는 이 다음이야. 처음에는 애정이 있고 니즈가 있으니 플레이 하고 돈도 쓰겠지. 하지만 사람은 돈을 많이 쓰면 내가 쓴 돈이 얼마나 효과를 보여줬는지를 신경쓰게 되거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쓴 돈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언젠가 자연스럽게 인식되기 마련이야.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계산을 하게 된다는 얘기지.

그런데 '별로 지르지 않아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될까?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구조 상 좋은 캐릭터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잖아. 그럼 유저들은 좋은 캐릭터가 없어도 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팬심만으로 지갑을 열려고 할까? 그것도 지속적으로.

다미롱:

결국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긴데, 이건 앞으로 <페이트/ 그랜드 오더> 외에 어떤 <페이트> 관련 콘텐츠가 나올 것인가, 혹은 넷마블이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이벤트 스케줄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달렸겠죠. 그런 의미에선 장기 흥행에 대한 평은 조금 더 추이를 둬야 하지 않을까요?

테이:

<페이트>에 관심 있는 유저들은 이미 이 게임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만큼 시리즈에 관심 많으니 게임의 미래(≒ 일본 버전)에 대해서도 잘 알겠지. 신규 유저? 한국은 일본처럼 애니메이션 등 다른 서브컬처 콘텐츠의 위상이 크지 않으니, 다른 페이트 시리즈로 <페이트/그랜드 오더>에 유입되긴 힘들 것이고. 그렇다고 IP에 대한 이해 없이 순수하게 게임이 재미있어 팬이 늘기도 힘든 게임이고.

결국 지금이 절정이라는 얘기지. 오히려 한정 뽑기 개념이 있는 만큼 더 안 좋다면 안 좋지. 좋은 캐릭터 한정 뽑기가 지나갔다면, 신규 유저가 이 게임을 하려고 해도 손해보는 기분을 받을 거잖아.

다미롱:

그런데 게임의 롱런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요? 모든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가 줄고 순위가 내려가잖아요. 이게 빠르냐 늦냐만 다를 뿐. 결국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 뿐만 아니라, 얼마나 오래 성적을 유지하냐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전 이 게임이 훅 떨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엔 이렇게 캐릭터성 강한, 스토리에 초점 맞춘 게임이 드물거든요. 뽑기 모델도 의외로(?) 4~5성 캐릭터 나올 확률이 다른 게임에 비해 높고, 또 게임도 좋은 캐릭터에 목 매지 않아도 되는 구조죠. 전 게임의 이런 특징이 자기만의 확실한 위치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테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임 뉴스는 이제 그만, 디스이즈게임이 당신의 인사이트를 넓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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