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잘 나갔던 기업이 망하는 5가지 단계

경영학 석학 ‘짐 콜린스’가 말하는 ‘기업의 몰락’


1987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70년 전 미국 경제를 이끌던 100대 기업을 추적 조사해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조사 당시에 생존한 기업은 39곳 뿐이었다. 그 가운데 100대 기업의 위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곳은 18개에 불과했고, 시장 지위가 70년 전에 비해 개선된 기업은 GE와 코닥 뿐이었다. 이 같은 기사가 나온 지 30년이 지난 현재 기준에선 코닥도 파산을 했으니 결국 100개 기업 중 GE 딱 한 곳, 단 1%의 기업 만이 지난 100년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간 셈이다. 


세계적 경영학 석학 짐 콜린스는 이런 의문을 가졌다. ‘한 때 잘 나갔던 기업이 왜 몰락했을까.’ 그는 미국 주요 60개 기업을 분석해 그 이유를 찾았고, 기업의 몰락 단계를 5개로 나눴다. 그의 저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 실린 ‘몰락의 5단계’를 비즈업이 정리했다.  


1단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과거 성공 방식의 집착)  

성공은 다음 성공의 발목을 종종 잡는다. 철이 지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계속 고집할 때 그렇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압도적 성적을 거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무조건 먹힌다는 아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헨리 포드’다. 

헨리 포드는 ‘생산 방식의 표준화’를 통해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입지적 인물. 초기 자본주의를 가능케한 ‘대량생산방식’을 그의 이름을 따 ‘포드주의’(Fordism)라 부르고, 그가 여전히 위대한 경영자로 추앙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넘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던 회사 ‘포드’의 명성은 과거만 못하다. 그렇게 된 중대한 이유에 대해 짐 콜린스는 포드의 ‘과거 성공 방식에 대한 집착’, 즉 포드 시스템을 끝까지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포드는 자동차를 대중화시켰지만 이후 대중들은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원하기 시작했다. 색깔이나 차종 등 고객의 니즈가 좀 더 세분화된 것. 이 때문에 ‘T모델’이라는 한 개의 차종만 생산하는 포드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포드는 과거의 방식을 집착했다. 


포드의 위기를 인식한 경영진 중 한 명이 포드에게 편지를 썼다. “경쟁사들이 팔고 있는 신차를 보면 그들은 더 강해지고 우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충만했던 자신감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손에 있던 것들이 하나 둘 없어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지만, 회사의 중요한 자리에 계신 분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편지를 받은 포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편지를 쓴 경영진이 오히려 해고됐다. 헨리 포드의 고집으로 휘청이기 시작한 포드사는 이후 부침을 거듭하며 현재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기준 5위권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2단계: 원칙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성장 집착증) 

기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면 CEO는 더 조급해진다. 소비자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경쟁기업도 금세 유사 상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 빠른 속도로 시장을 점령하기 원한다. 그런데 성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실패에 이르는 길일 수 있다는 게 짐 콜린스의 분석이다. 

‘미국 기업인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 1위, ‘3M이나 애플, 인텔보다 혁신적인 기업’. 수많은 아이디어로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생활용품업체 ‘러버메이드’에 쏟아진 찬사였다. 쉴새 없는 혁신으로 승승장구할 것 같던 러버메이드는 설립 78년째인 1998년 뉴웰코퍼레이션에 매각됐다. 성공에 대한 CEO의 도를 넘는 집착이 불러온 결과다. 

1994년 당시 러버메이드의 CEO였던 스텐리 골트는 “우리의 비전은 ‘성장’입니다”라며 ‘성장’ 그 자체를 회사의 핵심 목표로 삼는다. 이후 러버메이드는 하루에 1개씩, 3년간 1,000여개에 달하는 신제품은 숨막히게 쏟아냈다. 그러나 이런 ‘무지막지’한 제품 개발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면서 정작 소비자들에게 팔아야 할 핵심 제품의 생산 라인 관리가 소홀해졌고, 주문 물량도 제때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 나아가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요량으로 과도한 할인에 나서기도 했는데, 오히려 이는 러버메이드의 재정악화로 이어졌다.  성장을 외치던 스텔리 골트가 떠난 후 5년만에 러버메이드는 뉴웰코퍼레이션에 매각됐다. 결국 도를 넘는 ‘성장 집착증’이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 러버메이드의 성장을 멈추게 했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기업의 추락 원인을 ‘CEO의 무사안일’에서 찾는다. 짐 콜린스의 실제 조사 결과는 다르다. ‘무사안일’보다 오히려 ‘과도한 욕심’이 화를 자초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성장을 위한 ‘혁신과 변화’는 당연한 것 아닌가. 회사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혁신과 변화, 그리고 ‘도를 넘는 성장에 대한 집착’을 구분하기 위해서 짐 콜린스는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답변해 보라고 조언한다. 이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면 원칙 없는 혁신이 되고, 현실 안주보다 더 끔찍한 몰락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3단계: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 

한 때 잘 나갔던 기업이 망하는 이유, 그 세번째는 회사를 둘러싼 여러 위험과 위기 신호를 애써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앞선 2단계를 거치며 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징후를 알 수 있는 여러 신호가 나타나거나 부정적인 증거가 쏟아진다. CEO들은 이를 직시하지 않고, 도리어 낙관적인 근거만 수용해 자신의 그릇된 판단을 밀어부친다. 지금껏 기업을 끌어온 CEO들이 본인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회사 위기를 회피하는 대신, 일부 긍정적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발동하는 것이다. 

위성을 통해 지구상 어떤 곳에 있는 사람과도 통화할 수 있는 통신망 이리듐 프로젝트를 시행했던 모토로라 또한 똑같은 실책을 범했다. 1985년 시작된 이리듐 프로젝트는 기존 휴대전화 서비스망이 커지면서 사업적 매력의 읽어가고 있었다. 더욱이 이리듐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단말기가 벽돌 크기와 비슷해 휴대성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위성과 직접 교신이 가능한 야외에서만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불편 거리였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이 같은 명백한 위험 신호에도 불구하고, 당시 모토로라 CEO였던 로버트 갤빈은 1996년 이리듐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한 별도의 자회사 ‘이리듐’을 만들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 5억 3700만달러를 투자했고, 7억 5000만 달러의 채무 보증을 섰는데, 이는 당시 모토로라의 1년 전체 수익을 넘어서는 액수였다. 이리듐 프로젝트를 평가한 다음해 연례 보고서에는 이 같은 문장이 등장했다. “모토로라는 글로벌 개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인 이리듐 개발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지금껏 투자한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외형적으로 드러난 수많은 신호를 캐치하지 못한 채 1998년 이리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듬해 자회사 이리듐은 15억 달러의 채무를 갚지 못해 파산했고, 모토로라는 같은 해 2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4단계-구원자를 찾아 헤매는 단계(입증되지 않는 방법을 동원) 

위험과 위기가 누적되는 3단계를 거치면 기업 안팎에서 쇠락의 조짐이 보인다. 추락하는 매출액을 보며 깊은 시름에 빠진 기업의 CEO는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본인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스타 CEO의 영입. 입증되지 않은 전략의 시행, 무분별한 구조조정 등.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최악의 상황만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몰락의 길을 벗어날 수 없다. 

절벽에 매달린 CEO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취하는 섣부른 행동은 오히려 기업의 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절박하게 시행했던 대책이 실패하면 또다른 묘안을 찾고, 그 과정에서 기업은 뚝심있게 추진해야 하는 출구전략의 일관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4단계에 접어든 기업들은 대개 자신의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위기 극복을 이유로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을 잃는 등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모색하고, 기업 핵심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짐콜린스는 조언한다. 기업 몰락 4단계에서 극적으로 회생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그의 조언에 따른 좋은 예다.    

가전제품 회사로 유명했던 TI는 1980년대 디지털시계, 가정용 컴퓨터 등 일반 소비재 제품이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업계 최강의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그 때 TI 경영진이 채택한 방식은 주변의 잘 나가는 스타 CEO 영입이 아닌, 기업 사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내부 인사를 승진시키는 것이었다. 25년 이상 TI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 CEO 자리에 오른 제리 전킨스는 직원들과의 끊없는 대화를 통해 회사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TI는 반도체의 일종인 디지털 신호 프로세싱(DSP, Digital Signal Processing) 칩에 모든 회사 역량을 집중해 성공을 일궈냈다. 현재 TI는 인텔과 삼성 다음으로 큰 반도체 제조업체으로 자리잡았다.


5단계-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기업의 핵심가치를 포기)

침몰 직전에 몰린 CEO는 장렬히 죽음을 받아들일지, 생존을 위해 끝까지 버틸 것인지를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짐 콜린스는 이 길에 선 CEO에게 한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경우 무엇을 잃고, 사회에 어떤 해를 끼칠 것인가?’ 이 질문에 분명히 대답하지 못하면 항복 선언을 하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핵심 가치’를 지켜나가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길을 선택하라는 게 짐 콜린스의 조언이다. 


기업 회생을 위해 CEO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엄격한 전략적 사고’, 그리고 이에 기반한 경영활동의 건전성 회복이다. 기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다는 이유로 오히려 경영 원칙을 상실하고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회사를 벼랑 밖으로 떠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콜린스는 지적한다. 

기사·인포그래픽=비즈업 안원경 기자 letmehug@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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