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따금씩 올리는 연중 캠페인, 여자 애들을 STEM으로!와도 일치하는 주말 특집. (현대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여자 의사들이다.
아직 2017년이라고 날짜를 적는 분들이 적지 않을 텐데, 2017년은 여자 애들의 STEM 진출에 있어서 뜻 깊은 한 해였다. 미국 의대 진학생들 중, 여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를 앞질렀기 때문이다(참조 1). 게다가 한국에서는 잘 안 알려졌는데, 트위터에서 #Ilooklikeasurgeon 운동이 있었다. 뉴요커 지 표지(참조 2) 그림을 전세계 (주로 여자) 의사들이 따라한 것이다.
게다가 세 명의 19세기 여자 의사들 사진이 트위터에 돈 적이 있었다. 출처는 드렉셀 대학교의 뉴스 블로그(참조 3), 순서대로 인도, 일본, 시리아이다. 무려 1885년에 촬영된 사진이다. 그렇다면 드렉셀 대학교는 어째서 이런 사진을 올렸을까?
세계 최초로 여자 의대생을 받은 학교인 Woman’s Medical College of Pennsylvania (WMCP)를 인수합병하여 자신의 역사로 한 학교가 바로 드렉셀 대학교이기 때문이었다(참조 4).
그럼 하필이면 펜실베니아에서 여자 의대가 생겼을까? 퀘이커교 덕분이라고 해야겠다. 자칭 “친구들(19세기 소년?)”이라 부르는 퀘이커는 노예제 반대는 물론 여자들에게도 평등하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였다. 여자 의대생이 이전에 없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퀘이커 교도로서 대학교를 같이 창립했던 Joseph S. Longshore의 생각은 달랐다. (여동생과 조카가 들어갈 대학교가 필요하기도 하고) 여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은 험난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 의대와 수업을 같이 들을 때는 야유와 종이 뭉치 던지기의 대상도 되고, 쪽지 협박도 받고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펜실베니아 지역 언론은 남자 대학생들이 신사적이지 않다고 점잖게 꾸짖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여자도 사람이니 환자는 발생한다. 여자 의사는 필요했다.
그런데 의대만 세워 놓으면 뭐하나? 레지던트 훈련을 받아야지? 당시 병원들은 여자 인턴/레지던트들을 거의 안 받았었다. 그래서 1861년 Woman’s Hospital of Philadelphia도 설립된다. 그리고 이 모든 기록을 앞서 언급한 드렉셀 대학이 관리하고 있다. (운영난 때문에 펜실베니아 여자의대는 1970년 남녀 공학으로 바뀐다.) 드렉셀 대학의 의학사 아카이브는 트위터 링크로 보시라(참조 5).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복장을 한 젊은 여자들이 해골을 갖고 논다거나 기숙사에 엎어져있는(예나 지금이나...) 장면 등등의 사진이 아주 재밌다. 게다가 여자 의대가 없다시피 하니 여러 나라 여자 유학생들이 바로 이 학교로 몰려들었다.
사진에 있는 일본 유학생인 오카미 케이코(岡見京子, 참조 6)도 바로 그 사례다. 89학번인 그녀와 90학번인 시리아인 Tabat M. Islambooly 모두 각자 고향 땅 최초의 여자 의사였다. 그렇다면 흑인이나 인디언 여자들도 이 학교에? 맞다. 받아들였다. 오카미 케이코와 같은 학번에 최초의 인디언 여자 의대생 Susan La Flesche Picotte가 있었고, 91학번에는 흑인인 Halle Tanner Dillon Johnson이 있었다.
(그 당시는 미국 내 인디언에게 미국 국적이 없었고, 인종과 관계 없이 여자들은 투표를 못 했던 때다.)
그래서 펜실베니아 여자 의대의 명성은 계속 올라갔고, 1920년 마리 퀴리도 여기가 궁금했는지 방문했던 사진이 링크에 들어 있다. 그렇다면 3 가지 정도 정리를 해 보자.
1. “더 닉(참조 7)”의 시즌 2 마지막편에서 코넬리아가 의사가 되기 위해 호주로 간다고 했는데, 이건 틀린 사실이 되겠다.
아무래도 가족의 비밀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미국에 남아 있지 못해서..가 더 정답이지 싶다. 위에 썼듯, 미국은 남북 전쟁 이전부터(!) 여자들이 의사가 될 수 있는 나라였다.
2. 미국 드라마 “닥터 퀸(1993-98)”은 실제로 존재했느냐... 위에 얘기했듯 존재했다. 드라마의 무대는 1867년이니 말이다. 실제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메사추세츠 주에서 서부로 오는 설정이다.
3. 한국 최초의 여자 의사는 박 에스더가 있다. 그녀는 볼티모어 여자의대(현재의 존스홉킨스)에서 공부한 00학번. 위의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처럼 그녀도 고국으로 돌아와 헌신했었다.
결론 : 저 선배들 따라 여자 애들도 STEM으로 진출 많이 하시라. 지금부터 USMLE(참조 8)를 준비하려면 일단 의대부터(먼산). 역시 기승전대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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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More Women Than Men Enrolled in U.S. Medical Schools in 2017(2017년 12월 18일): https://news.aamc.org/press-releases/article/applicant-enrollment-2017/
2. The New Yorker Cover That’s Being Replicated by Women Surgeons Across the World(2017년 4월 11일): https://www.newyorker.com/culture/culture-desk/the-new-yorker-cover-thats-being-replicated-by-women-surgeons-across-the-world
3. FROM INDIA, JAPAN AND SYRIA, 19TH CENTURY WOMEN WHO TREKKED TO PHILADELPHIA FOR MEDICAL SCHOOL(2013년 7월 24일): https://newsblog.drexel.edu/2013/07/24/from-india-japan-and-syria-19th-century-women-who-trekked-to-philadelphia-for-medical-school/
4. 1848년, New England Female Medical College가 처음 세워지긴 했었지만 금세 문을 닫았었다.
5. https://twitter.com/ducomarchives
6. 미나토 시의 자랑스러운 인물이다. http://www.lib.city.minato.tokyo.jp/yukari/j/man-detail.cgi?id=17&CGISESSID=0f2330c978c09b897ebd667c7fad2f54
7. The Knick (2015) 시즌 2(2016년 1월 2일): https://medium.com/@minbok/the-knick-2015-시즌-2-3064a20b7bdb
8. 21개 한국 의대 출신도 볼 수 있다(심지어 북한의 평양 의대도 이론상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최종 합격하여 미국에서 일하는 의사는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