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불!”
“으아아악-!”



순식간이었다. 편의점 입구를 집어 삼킨 화마는 곧 카운터까지 불길을 뻗쳤다.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로라는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곤 황급히 두리번거리며 밖으로 탈출할 통로를 찾았다.



“어떡해! 저기 안에 사람 있는데, 사람!”



편의점 안에는 아르바이트생과 로라, 그리고



“으아아앙-엄마아-!”
“아기도 있나봐, 안에!”



좀 전에 편의점 입구에서 보았던 라이터를 들고 있던 남자 아이가 있었다. 로라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곤 서둘러 편의점 입구 쪽을 바라보았는데.



“어머!”



아이가 엉엉 울며 엄마를 부르짖고 있었다. 로라는 망설임도 없이 곧 화마가 아이 마저 집어 삼킬 것 같단 생각에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위험해! 이모랑 있자!”



그러곤 아이를 꾹 끌어안은 채 로라는 최대한 편의점 구석으로 몸을 밀착시켰다. 편의점 안의 아르바이트생은 일찌감치 카운터에서 벗어난 채로 119에 신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불길은 편의점 입구를 집어삼키고 카운터에까지 불길이 번졌다. 로라는 벌벌 떨며 아이를 안은 채로 통유리 밖만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으아아앙-! 엄마한테 갈래애-!”
“그래, 그래 착하지? 이름이 뭐야?”



로라는 1분 1초가 급박한 순간이었지만, 자신보다 더 두려움에 떨며 울음만 터뜨리고 있는 아이를 다독였다.



“으아아앙! 엄마아! 엄마아!”
“그래, 엄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모랑 여기 잠시만 있다가 엄마 보러 가자, 응?”



그리고 로라는 점점 자신과 가까워져 오는 불길에 아이를 안은 몸을 더 웅크리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곧 기태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에 기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네, 로라씨. 병원 다 와가요.”
“흐윽, 선생님…어떡해요, 어떡해”



로라는 행여 자신 때문에 품에 안긴 아이가 놀랄까, 애써 울음을 삼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순식간에 번진 불씨 탓에 편의점 안에 꽉 들어찬 연기로 로라의 목이 갑갑해져 왔다. 로라는 자신의 팔로 아이의 입과 코를 가린 채 콜록 콜록, 기침을 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주위가 시끄러워요? 무슨 일인데요!”



기태 역시, 수화기 너머의 소란스런 소리에 바짝 긴장을 했다.



“여기, 여기가…병원…1층 편의점인데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목소리가 왜 그래?!”



로라는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화마는 제법 로라와 아이가 있는 곳까지 가까워져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도 이젠 힘에 겨운 듯 로라의 팔을 꾹 쥔 채, 콜록 콜록 작은 어깨를 들썩였다.



“불이, 불이 났어요! 어떡해요…”



로라는 불이 났다, 겨우 그 말을 내뱉곤 편의점 유리 창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우왕좌왕 사람들이 편의점 주위에 모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 유리만, 이 유리만 어떻게 부수면 공기가, 맑은 공기가…들어올 텐데. 로라는 점점 더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안에 갇힌 거야?! 편의점?! 잠시만 기다려. 1분 안에 도착해! 119는! 신고했어?!”
“네, 했, 했는데…숨이…숨이 너무 막혀요…”



로라는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아이도 로라의 마음을 알았는지, 콜록대는 로라의 품으로 울음을 꾹꾹 참으며 파고들었다.



“너, 이름 뭐야?”
“…도헌…”
“뭐?”



도헌이란 이름에 로라는 아득해져 오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



“도헌…인데? 박도헌. 흐윽.”




아이는 훌쩍이며 로라를 올려다보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황급히 로라와 아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더니 어디서 구했는지 물에 젖은 담요를 건넸다.



“이거라도 입에 막고 있어요!”



편의점에 파는 담요와 생수를 이용한 듯 했다. 로라는 몰려오는 두려움에 울컥, 눈물이 나려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곤 담요를 입에 막았다.



“그래, 도헌아. 참 멋진 이름이다! 이거 입에 꼭 막고 있다가 삐용삐용 119 아저씨들 출동하면 같이 엄마 보러 가자, 응?”



로라는 애써 웃었다. 아이도 로라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곧 119 온댔어요. 탈출 통로가 저기 입구 밖에 없어서…괜찮죠?!”



아르바이트생은 로라와 아이를 살폈다. 로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왔어! 편의점, 편의점이 어디…저기?! 저기네! 저기 안에 있단 거야?!”



그 사이 병원에 도착한 기태가 차를 병원 앞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두곤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어디! 안에?! 안에 어디쯤인데!”
“구석에…유리창 밑…으윽…” “으아아아앙-!”



그때, 불길은 어느새 로라와 아이, 아르바이트생이 모여 있는 진열대까지 번져, 과자와 물품들이 우당탕탕 쏟아져 내렸다.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이 로라와 아이에게 덮쳤고, 로라는 쥐고 있던 휴대폰을 놓고 본능적으로 몸을 한껏 웅크렸다.



“오로라! 로라씨! 로라씨! 들려?!”



그리고 편의점 밖에서 기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로라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로라는 도헌이란 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려버렸다. 숨이, 턱 턱 막혀왔다.



“어떡해! 불 봐 봐! 저 밑에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누가 좀 어떻게들 해 봐요!”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웅성거림이 아득해져왔다. 로라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두 눈을 꾹 감았다. 아이 역시, 로라의 품에 꾹 안긴 채, 훌쩍 훌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와장창창창-!”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로라는 콜록거리며 희미하게 눈을 떠 보았다.



“오호라! 괜찮냐?!”



누군가가 편의점의 창을 깨고 편의점 안으로 불쑥, 뛰어 들어왔다. 그리곤 편의점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로라를 와락 끌어안았다.



“야!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구…도발?”



구도헌이었다. 도헌이 유리창을 깨고 편의점 안으로 불쑥, 들어온 것이었다. 로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매캐한 연기를 콜록, 콜록 뱉어냈다. 불길은 점점 번져갔고 도헌은 잽싸게 로라를 안아 일으켰다.




“얼른! 나와! 미적거릴 시간 없어, 이 멍청아!”
“윽, 아기…아기…”



도헌이 로라의 어깨를 질질 잡아끌고 깨진 유리창 쪽으로 다가갔는데 로라는 구석에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는 아이를 한 손으로 아등바등 안아 올렸다. 그러자 도헌은 로라의 품에서 아이를 뺏어 한 손에 번쩍 들쳐 안곤, 한 손으론 로라의 허리를 잡아 끌었다.



“얼른! 너 먼저 뛰어 나가. 내가 잡아줄게. 할 수 있지?!”



그제야 로라는 정신을 차리고 도헌을 돌아보았는데,



“야! 너…팔…피 많이 나!”



도헌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다 유리조각에 베였는지, 오른 팔, 왼 팔 할 것 없이 여기저기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로라가 창을 조심히 넘어설 수 있게 도헌은 담요로 유리창에 날카롭게 솟아있는 유리조각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자. 잡아. 하나, 둘, 셋 하면 넘어가.”
“…구도발.”
“구도발 여기 있으니까. 얼른. 자, 하나, 둘…”
“고마…워…”



로라의 고맙단 말에, 도헌은 피식…웃음을 흘려버렸다. “이제야 듣네.” “뭐?” “듣고 나니…어이없게…” “…….” “좋고…난리냐, 구도발.” 그러고 도헌은 로라의 등을 떠밀었다. 로라는 하나, 둘, 셋 도헌의 구호에 맞춰 폴짝 유리창을 넘어섰다. 뒤이어 도헌이,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 연이어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편의점을 빠져나오자마자 로라와 아이가 웅크리고 있던 구석까지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다.



“하아…하아…하아…”



로라는 길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누웠고 곧 도착한 119와 병원 응급진에 의해 로라는 산소마스크를 썼다. 잠시였지만 연기를 조금 많이 마신 로라였다. 그리고 편의점 밖에 있던 기태는 로라가 밖으로 나왔단 소식을 듣곤 황급히 로라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로라씨! 괜찮아요?!”



로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기태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이를 안고 구급대원에게 향하는 도헌이 보였다. 로라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엉금엉금 일어났다.



“괜찮습니까?!”



괜찮냔 의료진의 말에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산소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기태를 지나쳐 터덜터덜 걷고 있는 도헌의 팔을 잡았다. 도헌은 상처와 재 투성이인 얼굴로 로라를 돌아보았다.



“엉? 괜찮냐, 오호라?!”
“구도발…”



그러곤 로라는 와락, 도헌을 뒤에서 끌어 안았다.



“오…호라…”
“흐윽…고마워…고마워…구도발…나…정말 이대로 죽는 줄 알았어…”
“…….”
“…고마워 정말. 너 아니었음…나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
"이것도 고맙구…어제도 고마웠고…그때도 고마웠고…흐윽…사실은 나…너한테 고마운 일 엄청 많은데…한 번도…고맙단 말 못해줘서…그게 마음에 걸렸었는데…”
“…….”
“그랬었는데…이렇게…살아서…할 수 있게 되어서…흐윽…너무…다행이다…흐윽.”



그 말을 내뱉으며 꺼이꺼이 우는 로라를 도헌은 빙그르르 돌아 말없이 내려다보며, 로라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오호라.”
“…….”
“니가 죽긴 왜 죽냐.”
“…….”
“내가…이렇게…오늘도 널 구하러 왔잖냐, 짜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기태였다.

나아갈 진, 여물다 숙, 진숙입니다! 소설 문의 메일 : shinhwa2x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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